최근 들어 수영장에 다니고 있다. 평일은 못가고, 휴일 오후마다 집 근처 구립 스포츠센터로 간다. 여유가 생긴 건 아니다. 다이어트도 아니다. 몸이 너무 아파서 그렇다. 한달 전부터 어깨와 뒷목이 쑤시고 아파 잠을 못잘 정도였다. 얼마 전 병원에 갔더니 목 디스크가 의심된다며 겁을 줬다. 의사 선생님은 자세를 교정하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엄포를 놓으며 수영을 다니라고 했다. 이후 내게 직업을 물어본 그는 씨익 웃으며 “운동해봤자 별 소용 없을지도 모르겠네요”라고 했다.
신경 주사를 맞고 1시간여간 물리치료를 받은 뒤 병원을 나서는데 후회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평소 운동좀 할걸. 세세한 일이나 인간관계 등에 굳이 사서 스트레스 받지 말걸. 가장 중요한 건 내 건강이었는데도, 눈치 보느라 이리저리 휘둘렸던 지난날이 너무나 후회스러웠다. 그게 다 쌓이고 쌓여 병이 되는 거 같다.
수영은 만족스럽다. 내 또래의 젊은 직장인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꽤 많은 이들이 우악스럽게 물속을 누볐다. 중년 혹은 노년이 대부분인 오후 9시 자유수영은 마치 남편과 자식, 또는 아내나 집안일, 혹은 직장 생활과 인간관계, 지겨운 인생에 맺힌 한을 푸는 자리같다. 다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내 뒤를 추격해 오는데 속도는 안나고, 입으로 물은 계속 들어오고 호흡은 가쁘고 다리엔 쥐가 나고.. 그래도 몇 번 가니까 좀 익숙해졌다. 기분 탓일 지도 모르겠지만, 놀랍게도 어깨가 슬슬 괜찮아진 거 같다. 무엇보다 보람찬 일을 하고 있다, 내가 오늘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뿌듯함이 몰려오는 게 제일 크다. 집근처 시립, 구립 스포츠센터를 검색해보면 한달에 4만~6만원으로 가격도 저렴하다. 특히 전신 운동이라 일반 달리기에 비해 확실히 운동이 되는 느낌이 드는 것도 장점이다.
운동이 주는 즐거움이 이런 것일까. 그저 허우적거리던 내 몸동작이 점점 물에 적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좋은 자세를 찾아보고, 여기저기 물어도 보면서 몸무게는 줄고, 체력은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몸 뿐 아니라 삶도 어딘가 계획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은 긍정적인 변화다. 하루 1시간이면 충분하다. 그렇게 수영 전도사가 되어가고 있다. 당신도 내가 느낀 변화를 경험해보길 바란다.
글 / 박세환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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