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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건조한 가을 찾아오는 불청객, 방심은 금물! 가을 알레르기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불청객’이 알레르기 질환이다. 대기가 건조해지고 기온의 일교차가 심해지며 감기에 잘 걸리는 것이 가을에 알레르기 질환이 잦은 주원인이다. 알레르기라고 하면 흔히 봄을 떠올리지만, 가을에 방심했다간 큰 코 다칠 수 있다.





알레르기란 집먼지 진드기ㆍ곰팡이ㆍ꽃가루 등 특정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대해 일반인보다 민감하고 심각한 반응을 일으키는 상태를 말한다. 국내에서 성인의 10%, 어린이의 20% 가까이가 각종 알레르기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대표적인 알레르기성 질환으론 기관지 천식ㆍ알레르기성 비염ㆍ아토피성 피부염이 꼽힌다. 흔히 이 세 질환을 ‘알레르기 3형제’라고 한다. 어린이의 경우 이 셋이 동시에 또는 시차를 두고 하나씩 나타나기도 한다. 군대에서 대열을 지어 차례로 행진하는 광경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이를 ‘알레르기 마치(march, 행진)’이라고 부른다. 알레르기성 결막염도 가을철에 잦은 질환이다.


한마디로 말해 알레르기 증상은 항원에 대한 항체의 반응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항원)을 파악한 뒤 이를 회피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항원ㆍ항체 반응이 일어나지 않도록 회피하는 것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은 수없이 많고, 개인마다 다르다. 집먼지 진드기ㆍ애완동물의 털ㆍ색소 등 식품첨가물ㆍ곰팡이ㆍ정신적인 스트레스ㆍ특정 식품ㆍ과도한 땀 등이 대표적인 알레르기 유발물질로 꼽힌다.





알레르기의 원인을 확인하려면 피부 유발검사나 식품 유발검사(검사기간 2∼6개월) 등을 받아야 한다. 검사를 통해 집먼지 진드기(천식 원인의 70∼80%)가 원인으로 진단되면 카펫ㆍ털 제품은 아예 사용하지 말고, 침구류를 철저히 청소한다. 실내 먼지는 진공청소기로 제거한다. 애완동물의 털이라면 집안에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것이 금물이다. 식품첨가물이 문제라면 가능한 한 첨가물이 들어있지 않은 자연식품을 택한다. 특정 곰팡이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면 화장실 청소를 철저히 하고 실내가 너무 습하지 않도록 해서 곰팡이를 없앤다.


특정 식품이 원인이라면 해당 식품을 절대 섭취해선 안 된다. 이와 무관한 식품 위주로 해 식단을 짜야 한다. 특히 아기의 알레르기가 식품에서 비롯됐다면 우유ㆍ콩ㆍ밀ㆍ옥수수 등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쉬운 식품은 첫 돌이 지난 뒤, 계란은 2세 이후, 땅콩ㆍ생선은 3세 이후부터 먹이는 것이 안전하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란 말은 알레르기 질환에도 해당된다. 가급적 스트레스를 적게 받아야 알레르기로부터 탈출할 수 있다. 아기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증상이 심해진다면 자녀를 너무 다그치지 않는다. 회피요법이 별 소용이 없는 알레르기성 질환도 있다. 아토피성 피부염이다. 아토피성 피부염 환자는 비방(秘方)이나 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항히스타민제 등 약을 적절히 사용해 피부염이 악화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매주 한두번씩 따뜻한 물로 목욕이나 샤워를 하고 보습제를 발라주는 것이 좋다. 가렵다고 해서 심하게 긁는 것은 금물이다.


집안에 서식하는 집먼지 진드기나 곰팡이를 퇴치하는데는 청소와 소독이 가장 효과적이다. 방ㆍ거실바닥ㆍ소파ㆍ침대ㆍ커튼과 같은 곳에 도사리고 있는 진드기와 곰팡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이나 천식의 주요 유발물질이다. 잘못된 청소방법은 개선해야 한다. 화장실 변기나 싱크대보다 집안 바닥에 세균수가 2∼5배 많다는 보고도 있다. 삶지 않은 걸레로 바닥을 청소할 경우 세균을 닦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냥 옮겨 놓은 것에 불과해 세균 증식이 더 활발하다. 걸레를 삶거나 소독하고, 스팀 청소기 같은 살균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침구류는 자주 삶아(주 1회) 햇빛에 말려 사용하고, 아이가 사용하는 장난감도 자주 소독한다.


알레르기를 비롯한 크고 작은 피부질환은 온ㆍ습도에 민감하다. 적당한 온도와 습도(50~60%)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가습기를 적절히 사용하고 관엽식물을 실내에 두는 것이 유익하다. 잦은 비누 목욕은 득보다 실이 많다. 피부가 건조해지면 증상이 오히려 악화된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의 경우 하루에 1회 가량 목욕을 시키되 비누 사용은 주 1~2회로 줄이는 것이 좋다. 이때 물 온도는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38도가 적당하다. 목욕물에 타서 쓰는 천연 입욕제나 목욕 후 사용하는 수용성 기름(베이비오일)을 사용하면 피부 건조를 예방할 수 있다.





계란ㆍ콩ㆍ땅콩ㆍ견과류ㆍ밀ㆍ생선ㆍ갑각류(새우ㆍ게 등)가 한국인에게 알레르기를 자주 일으키는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메밀을 먹은 뒤 식품 알레르기를 경험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 돼지고기ㆍ닭고기가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사례는 생각보다 드물다. 식품 알레르기의 최선의 예방ㆍ치료법은 해당 식품을 피하는 것이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으면 우유는 물론 치즈ㆍ요구르트ㆍ버터 등 유제품과 우유가 든 빵ㆍ과자도 먹어선 안 된다. 콩에 대한 알레르기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된장ㆍ고추장ㆍ청국장 등 콩 발효식품까지 기피할 필요는 없다. 발효과정에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부모가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으면 자녀에게 대물림할 확률이 50∼70%에 달한다. 부모ㆍ형제ㆍ자매가 알레르기 질환을 하나라도 갖고 있다면 아기에게 ‘알레르기 예방약’인 모유를 6개월 이상 먹여야 한다. 신생아가 생후 3개월부터 우유를 먹기 시작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아기의 장(腸)은 아직 성숙이 덜된 상태여서 우유의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그냥 흡수해 버린다. 이는 아토피 발생 위험을 높인다.





모유를 먹는 아이 중에도 아토피 환자가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 경우 엄마의 식단에 알레르기를 잘 일으키는 음식(계란ㆍ땅콩 등)이 들어 있나를 먼저 점검한다. 엄마가 먹은 음식에 든 알레르기 유발 물질이 모유로 옮겨갈 수 있어서다. 임산부는 임신 말기엔 알레르기 유발 식품은 가급적 먹지 않는 것이 좋다.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가을에 습도가 낮아지면 눈의 피부 역할을 담당하는 각막도 마른다. 건조해진 각막은 상처 나고 염증으로 번지기 쉬운 취약한 상태다. 알레르기 결막염은 안구 건조증 증세와 혼동하기 쉽다. 눈에 모래가 들어간 것처럼 뻑뻑하고 따가운 증상, 초점이 흐려져 쉽게 눈의 피로를 느끼면 알레르기 결막염이기 쉽다. 심하면 결막이 부풀어 오르고 바로 치료하지 않으면 각막 혼탁ㆍ시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의 치료도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외출 후엔 깨끗한 물로 눈을 깨끗이 씻어내는 것이 좋다. 눈을 절대 비비지 말고 얼음찜질을 해주면 증세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 무분별한 안약 사용이나 소금물 세척은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는 개봉한 안약을 1∼2달 이상 사용하면 안 된다. 감염 위험이 있어서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