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주말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이 시청률 30퍼센트대로 지상파 주말극 1위를 이어가고 있다.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은 역사와 전통의 맞춤양복점 ‘월계수 양복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네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월계수 양복점 주인인 이만술(신구)은 공장에서 찍어 만든 기성복이 대세인 시대에도 여전히 맞춤 양복을 고집한다. 하지만 양복점은 점점 운영이 어려워지고, 설상가상 패션회사 부사장인 아들 이동진(이동건)은 가업을 이을 생각이 전혀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만술은 편지 한 장을 남기고 갑자기 사라지고, 주인을 잃은 양복점은 폐업 위기에 처한다.
<사진 출처 : KBS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 공식 홈페이지 http://www.kbs.co.kr/drama/gentle/>
그러자 이만술의 수석 제자였던 배삼도(차인표)가 구원투수로 나선다. 그는 한때 기능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실력을 인정받았지만, 점차 밀려나는 맞춤 양복 시장으로 인해 거듭 실패를 경험했다. 이후 아내 복선녀(라미란)의 닭집 일을 도우면서 살아가던 배삼도는 우여곡절 끝에 고향과도 같은 월계수 양복점에 복귀, 다시금 왕년의 실력을 뽐낸다.
그즈음 이동진은 아버지의 가출 이유를 알게 되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 월계수 양복점을 다시 살리기로 마음먹는다. 그 과정에서 양복점 기술자인 나연실(조윤희)과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점차 오해가 풀리고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양복점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역할을 맡는다.
이외에도 왕년의 락발라드 가수인 성태평(최원영)과 흙수저를 물고 태어난 7포 세대 강태양(현우)이 월계점 양복점에 새롭게 합류하며 재기의 주춧돌 역할을 한다. 이처럼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은 폐업 위기에 처한 양복점을 살리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며 전통의 소중함을 깨닫고, 핏줄이 아닌 이들이 가족으로 뭉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월계수 양복점 주인인 이만술이 가출한 이유는 ‘망막색소변성증’ 때문이다. 시력을 점차 잃어가던 이만술은 마지막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손으로 양복을 만들어주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봉사의 삶을 살아간다. 드라마 ‘월계수 양복점’을 통해 관심이 높아진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망막색소변성증은 망막에 분포해 있는 시각세포(관수용체) 기능에 문제가 생겨 시각적 장애를 보이는 질환을 말한다. 망막은 안구 안쪽에 자리한 신경조직으로, 외부의 시각정보를 뇌가 인식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이러한 망막 내 세포의 기능이 점차 상실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녹내장과 당뇨망막병증 등과 함께 3대 후천성 실명 질환으로 꼽힌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세계적으로 대략 4000~5000명당 한 명꼴로 발생하는 드문 질환이다. 10대부터 40대 사이에 주로 나타나는데, 사람마다 진행 속도나 시력의 손실 범위가 제각각이다. 어린 나이에 발병해 일찍 실명에 이르기도 하고, 노년에도 중심시력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안타깝게도 한번 손상된 시각세포는 현대의학으로 되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으며, 병의 진행을 멈출 수 있는 근본적인 치료법도 없는 상태다.
망막색소변성증의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유전자 이상에 의한 발병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환자의 상당수가 가족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시력을 잃을 위험이 매우 큰 질환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표적인 자각증상으로는 어두운 곳에서 사물을 분간하지 못하는 야맹증과 시야가 좁아지는 시야협착, 눈부심 현상 등이 있다.
보통의 경우에는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가면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다가 점차 어둠에 적응해 주변 사물이 보이게 된다. 하지만 망막색소변성증은 시각세포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주변 사물을 분간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밤에 길을 걷다가 기둥이나 벽에 부딪치는 일들이 잦아진다. 더욱 심해지면 낮에도 빛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져서 눈부심 등의 불편 증상이 생긴다. 또한 시야가 점차 좁아져서 마치 경주마처럼 양옆이 보이지 않는 터널시야 증상이 나타난다.
이런 증상이 심해지면 주변 사물을 인식하지 못해 혼자 밤길을 걸을 수 없게 되고, 낮에도 눈부심 현상 때문에 일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또한 시야협착 증상이 심해지면 시야가 계속 좁아져서 결국에는 중심 시력까지 손상돼 법적 실명에 이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초기 증상을 가볍게 여겨 약국에서 약을 처방받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망막색소변성증은 한번 발병하면 어떤 치료를 통해서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자각증상이 나타나면 그 즉시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망막색소변성증은 진행성 질환이기 때문에 발병 시점부터 얼마나 잘 치료하고 관리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유전자 치료, 손상된 망막세포를 건강한 망막세포로 바꾸는 망막이식, 망막에 전기적 자극을 유발하는 인공망막 등의 치료법이 연구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현재까지 완전한 치료법은 없는 상태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는 병증을 빠르게 하는 요인들을 가능한 차단하는 것이 남은 시력을 보존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망막에 자외선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도록 선글라스 등을 착용하고, 주변 사물이 크게 보이는 시력보조기구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눈 건강을 돕는 비타민A나 루테인, 안토시아닌 등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한 망막색소변성증은 유전적 요인에 의한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만약 가족 중에 환자가 있다면 가족 모두가 안과 검진을 통해 발병 여부를 확인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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