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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TV&영화 속 건강

드라마 ‘우리 갑순이’ 속 산후 우울증






SBS 주말 드라마 ‘우리 갑순이’가 중반부를 넘기며 뒤늦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백수 커플 이야기가 주되게 다뤄지던 방송 초중반에는 시청률이 다소 주춤했으나, 최근 이혼과 재혼을 둘러싼 세 남녀의 이야기가 전면에 등장하며 주말극장 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지 출처:  NAVER TV캐스트 '우리 갑순이' 포스터>



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다양한 세대의 결혼과 부부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10년 장기 연애 커플인 갑순이(김소은)와 갑돌이(송재림)가 20대 청춘 세대의 가난한 사랑을 대표하고 있다면, 이혼 부부인 허다해(김규리)와 조금식(최대철), 그리고 조금식과 재혼한 신재순(유선)은 30~40대 부부의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을 보여준다. 또한 황혼 이혼을 결심한 신중년(장용)과 인내심(고두심) 커플, 반대로 황혼 로맨스를 시작한 여봉(전국환)과 남기자(이보희) 커플을 통해 60~70대 세대의 삶과 사랑을 짠하면서도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청자들의 시선을 붙잡는 것은 30~40대 커플들의 이야기다. 방영 초반에는 돈 많은 전 남편과 재결합하려는 개념 없는 여자로 그려지던 다해가 사실은 산후 우울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선택했던 과거가 밝혀지며 여성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또한 어린 아들의 양육을 위해 금식과의 재혼을 선택한 재순이 숱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금식의 딸들과 갈등을 겪고, 설상가상 자신의 아들이 마음을 병을 얻으면서 다시 이혼을 결심하는 과정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자녀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이혼과 재혼이 또 다른 갈등으로 이어지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비슷한 고민을 가진 30~40대 시청자들의 공감을 모으고 있다. 드라마 ‘우리 갑순이’를 통해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산후 우울증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산후 우울증은 출산 후 4주에서 6주 사이에 겪게 되는 우울증이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출산 후 급격한 호르몬의 변화와 출산으로 인한 스트레스, 양육에 대한 부담감 등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임신 기간 동안 활발히 분비되던 에스트로겐이 출산 이후 급격히 떨어지면서 체내 호르몬에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해 뇌신경 전달물질 체계에 급격한 변화가 생겨 우울증에 쉽게 걸리는 상태가 된다. 또한 평소 월경 전 증후군을 앓았거나 과거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 갑상선 기능에 있거나 육아 스트레스가 과도한 경우 산후 우울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산 이후 우울증은 산모 10명 중 3~7명이 경험할 만큼 흔하게 나타난다. 증상은 우울증과 유사하다. 우울하고 불쾌한 감정이 지속되고,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등 감정이 불안정하며, 아이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한 기분을 느낀다. 하지만 대부분은 특별한 치료가 없어도 수일 내에 정상으로 회복된다. 일시적인 증상인 셈이다.





그러나 산모 10명 중 1명꼴로 심각한 수준의 산후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심한 우울감, 집중력 저하, 자기비하, 과도한 죄책감 등이 몇 달에서 몇 년 동안 지속되면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산모 100명 중 1명 정도는 정신질환에 가까운 산후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극도의 정서 불안과 분노, 수면장애, 망상 등의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의 거의 불가능하며, 심한 경우 자해나 자살, 영아 가해나 살해와 같은 극단적인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산후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증상이 비슷하다. 일례로 이유 없이 피곤하고 무기력하며 모든 일에 관심이 없다. 잠을 못 자거나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잔다. 쉽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눈물을 흘린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항상 초조하고 감정기복이 심하다. 식욕이 사라지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문제는 아이에게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아이가 울거나 다쳐도 별로 관심이 없다. 자신이 겪는 극심한 우울감과 불안감이 아이 때문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아이에게 적대감을 가지기도 한다. 심한 경우에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때리는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일시적인 증상이라면 자연스럽게 회복되지만, 만약 일주일 이상 이러한 증상이 계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평소 우울 증상이 있었거나 양육을 혼자서 도맡고 있는 경우에는 단순한 우울감을 넘어 산후 우울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으므로 출산 직후 전문가 상담을 받는 것이 현명하다.




일반적인 우울증이라면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를 병행하지만, 산모의 경우 모유수유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심리 상담이 주를 이룬다. 다만 상담으로 치료가 되지 않거나 증상이 평균 이상으로 심각한 경우에는 수유를 중단하고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또한 정신질환에 가까운 우울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렵거나 자해 또는 가해 등의 가능성이 우려되는 경우에는 입원 치료를 하기도 한다.





산후 우울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산모의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출산 이후 우울감이 느껴진다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남편이나 친정어머니 등 가까운 가족에게 자신의 기분을 솔직하게 표현해야 한다. 배우자에게 적극적으로 양육 분담을 요구하고 가족에게 정서적 지지를 받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주일에 하루 이상은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거나 영화를 보내는 등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분을 섭취하면 뇌하수체에 엔도르핀이 생성돼 기분이 좋아진다. 초콜릿이나 사탕처럼 단맛이 나는 음식을 준비해뒀다가 우울한 기분이 들 때 조금씩 먹는 것도 좋다. 이외에도 당근, 아스파라거스 등 푸른 잎이 무성한 채소, 조개와 홍합 같은 해산물, 우유 등의 음식도 우울 증상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된다.



글 / 권지희 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