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은 3월의 식재료로 풋마늘과 묵은 나물을 선정했다.이중 풋마늘은 이른 봄에 나는 것으로 ‘아직 덜 여문 마늘’이란 뜻이다. 마늘은 대개 마늘통을 먹지만 마늘통이 굵어지기 전의 어린 잎줄기를 수확해 풋마늘로도 섭취한다. 풋마늘용 품종이 따로 있다. 우리나라 건국신화에도 등장하는 마늘은 원산지가 중앙아시아다. 기원 전 1세기경 인도에서 중국으로, 다시 한반도로 전래된 것으로 여겨진다.
풋마늘의 생김새는 대파와 비슷하다. 효능은 마늘에 버금간다. 열이 많아서 빨리 시드는 것이 특징이다. 풋마늘은 3∼4월이 제철이다. 이때가 지나면 식이섬유가 많아지고 풍미가 떨어진다. 국내에서 여러 품종의 마늘이 생산된다. 대개 마늘통이 단단하고 저장성이 강한 육쪽마늘, 매운 맛이 강해 주로 김장용으로 많이 쓰이는 여러 쪽 마늘, 마늘장아찌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잎 풋마늘용 품종으로 나뉜다. 기후에 따라선 내륙ㆍ중부지방에서 생산되는 한지형, 남부지방에서 나오는 난지형으로 구분된다. 경북 의성ㆍ군위, 강원 삼척, 충북 단양이 한지형, 전남 무안ㆍ해남ㆍ고흥, 경남 남해 등이 난지형 마늘의 주산지다.
줄기가 너무 굵은 풋마늘은 안에 심이 있어 식감이 질겨질 수 있다. 마늘통이 굵어지지 않고 부드러운 잎을 가진 것이 상품이다. 키는 30㎝ 내외로 작고 부드러우며 신선한 것을 고른다. 뿌리부분의 붉은 색이 선명한 것이 양질이다. 마트에서 구입한 풋마늘은 신문지에 싸서 냉장고 야채실에 넣어두거나 씻어서 물기를 뺀 후 적당한 크기로 썰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최선의 보관법이다. 풋마늘의 잎 사이에 흙이 많이 있을 수 있으므로 한 장씩 깨끗이 씻은 후 식재료로 쓴다.
풋마늘은 살짝 데쳐서 갖은 양념을 해 무쳐 먹는 것이 최고의 섭취법이다. 김치ㆍ볶음ㆍ장아찌 등에도 두루 이용할 수 있다. 풋마늘은 마늘보다 식감이 좋으며 살짝 매운 맛을 지녔다. 아리고 매운맛을 가진 마늘 대신 고기와 함께 쌈으로 먹어도 좋다. 풋마늘엔 면역력을 높여 주는 비타민 A,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스트레스를 풀어 주는 비타민 B1과 비타민 B2, 체내 유독 성분인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비타민 C, 성장발육을 돕고 노화 방지에 효과적인 니아신 등 각종 비타민이 풍부하다. 칼슘ㆍ철분ㆍ칼륨 등 미네랄도 골고루 들어 있어 춘곤증으로 떨어진 몸 컨디션을 회복시킨다. 봄철 입맛을 돋우고 원기를 회복시키는 데도 그만이다.
풋마늘에도 마늘의 매운맛 성분이자 웰빙 성분인 알리신이 들어 있다. 풋마늘의 알리신은 강력한 살균ㆍ항균 작용을 해 식중독균을 없애고 위궤양을 유발하는 헬리코박터균을 죽인다. 알리신의 살균력은 소독약으로 흔히 쓰는 석탄산보다 15배나 강하다. 알리신은 소화를 돕고 면역력을 높이며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알리신이 비타민 B1과 결합하면 알리티아민으로 변해 피로해소ㆍ정력증강에 도움을 준다. 항암 효과도 뛰어나 전립선암ㆍ간암ㆍ위암ㆍ폐암 등의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혈당을 떨어뜨려 당뇨병을 예방하고 혈전을 녹여 동맥경화도 예방한다.
우리 국민의 마늘 소비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1인당 마늘 소비량이 1980년 3.9㎏에서 2010년 6.8㎏으로 늘었다. 이 시기에 고기 소비량이 크게 늘어나 마늘의 소비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식품연구원은 1인당 마늘 소비량이 10㎏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묵은 나물은 문자 그래도 묵혀 뒀다가 먹는 나물이다. 묵나물이라고도 한다. 한자론 진채(陣菜)ㆍ진채식(陣菜食)이다. 정월 대보름 절식(節食)이기도 하다. 묵은나물은 겨우내 저장해 둔 호박고지ㆍ가지ㆍ버섯ㆍ고사리ㆍ도라지ㆍ시래기ㆍ박나물ㆍ아주까리잎ㆍ토란대 등으로 만든다. 지방에 따라 나물의 종류가 다르다. 산이 많은 강원도에선 취나물을 말려 뒀다가 먹는다. 바다가 가까운 곳에선 모자반 등 해초를 말려 뒀다가 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조선시대의 풍속집인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엔 “묵은 나물을 먹으면 다가올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는다”고 기록돼 있다. 신선채소가 귀했던 겨울철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귀중한 식재료였다. 묵은 나물의 햇빛에 잘 말려 이물질이 없고 변질되지 않은 것이 상품이다. 보관은 서늘하고 통풍이 잘 되는 곳이나 냉동실에 하는 것이 좋다. 묵나물용은 데쳐 낸 후 찬물에 헹구지 말고 그대로 말려야 곰팡이가 피지 않는다. 꾸덕꾸덕 말라갈 때 가볍게 비벼가며 털어주면 부피를 줄일 수 있다.
묵은 나물은 조리에 사용할 때는 전날 미지근한 물에 하룻밤 정도 잘 불려 조물조물해주고 물을 한두 번 갈아 준다. 취나물 등 질긴 건나물은 요리하기 2∼3일에 전 물에 불린 뒤 충분히 삶는다. 삶은 뒤 찬물에 담가 떫고 쓴맛을 제거한다. 가지ㆍ박오가리 등 연한 건나물은 물에 너무 오래 불리면 흐물거려지고 단맛이 빠지므로 30분 정도 잠깐 불린다.
묵은 나물은 잘 무르도록 삶은 뒤 기름에 볶아 내거나 물ㆍ고기국물을 조금 넣어 낮은 불에 푹 끓여 먹는 것이 최선의 섭취법이다. 생채소완 다른 별미로 즐길 수 있다. 특히 시래기는 다양한 조림ㆍ찌개에 부재료로 넣으면 시래기 특유의 구수함과 식감을 더할 뿐만 아니라 현대인에게 부족한 식이섬유 보충이 가능하다.
묵은 나물은 건조ㆍ발효되면서 생채소일 때보다 오히려 영양분이 더 많아지거나 잘 보존된다. 표고버섯ㆍ무말랭이를 햇볕에 건조시키는 과정에서 생채소일 때는 없던 비타민 D가 생긴다. 묵은 나물 등 말린 채소는 수분이 빠져 나가 단맛이 더 강해진다. 생채소보다 식이섬유ㆍ미네랄이 훨씬 많아 체중관리ㆍ변비 해소에 더 효과적이다. 미네랄ㆍ비타민도 풍부해 원기 보충에 도움을 주며 골다공증 여성의 칼슘 섭취에도 유익하다.
글 / 박태균 식품의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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