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마음이 병들어 간다. 물질이 풍족해도 삶은 버겁고, 인맥이 넘쳐나도 속내는 고독하다.
마음이 무겁고, 자존이 약해지고, 삶의 지혜가 흐려진다면 인문이란 스승을 곁에 두자. 인문은 마음의 치유사, 세상길의 나침반, 삶의 격려자다. 영혼의 아픈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료사다.
#보이지 않아 더 고치기 힘든 ‘마음의 병’
눈에 보이지 않는 병이 더 고치기 힘들다. 마음의 병은 이명(耳鳴)과 같다. 본인은 어지럽고 시끄럽다고 호소해도 정작 남들은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외로움이 무서운 것도 비슷한 이치다. ‘마음의 병’은 보이지 않아 고치기 힘들고, 남이 알아주지 않아 더 외로운 현대인들이 경계해야 할 병이다.
한데 이 병을 많은 현대인들이 앓고 있다. 우리나라가 13년째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것은 마음의 병이 한국에서 유독 더 심하다는 부끄러운 증거다.
증상은 같아도 원인은 다양한 게 병이다. ‘마음의 병’ 또한 원인들은 무수하다.
욕구를 채우지 못해 마음이 상처를 입고, 남보다 부족하다고 느껴 마음 한켠에 열등감이 웅크리고 있고, 자긍감이 부족해 스스로를 비하하고, 미래에 대한 지나친 염려로 마음에 근심이 가득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상대적 궁핍감은 마음을 병들게 하는 최악의 독소다. 영국의 사상가 버트런드 러셀이 말하지 않았나. “거지가 질투하는 대상은 백만장자가 아니라 좀 더 형편이 나은 거지”라고.
#인문(人文)은 인간의 다양한 형상이다
인문(人文)은 글자 그대로 인간의 문양이다. 사유의 문양, 관계의 문양, 길의 문양, 지혜의 문양이다.
우주의 수많은 문양에서 자신의 문양을 골라 아름답고 당당하고 근사하게 삶을 살라는 게 인문학의 궁극적 지점이다.
인문학은 자신에게 맞는 신발을 신고 편안하게 길을 걸으라고 한다. 신발이 불편하면 오래 걷지 못한다. 걷는 내내 마음도, 몸도 편치 않다. “발끝으로 서면 온전히 설 수 없고, 다리를 너무 벌리면 바르게 걸을 수 없다.”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문구다.
우리는 자주 내달린다. 서쪽으로 가는 이유, 동쪽으로 가는 까닭도 모른 채 무리를 좇고, 남들이 매달아 놓은 욕망에 닿으려고 까치발을 한다. 까닭 모르고 좇으니 방향을 잃고, 까치발로 서니 내 걸음을 잊는다.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은 남의 욕망만을 좇다 ‘나’를 잃어가는 현대인의 비이성, 주인임을 포기하고 노예로 사는 맹목성을 신랄히 꼬집는다.
#인문이 깨우쳐주는 인간이란 존재
인문학의 질문은 크게 세 가지다. 인간은 무엇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바로 그것이다.
‘인간은 무엇인가’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묻는다. 나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하고, 무리가 아닌 개별의 나로 살아가는 다양한 팁들을 던져준다.
그 팁들 중 어느 것을 자신의 삶에 차용할지는 역시 각자의 선택이다. 삶은 결국 선택이고, 인문은 우리 앞에 무수한 선택지를 던져준다.
예전에 잘 보지 못한, 무심히 스친 사유를 끊임없이 펌프질한다. 그런 점에서 인문은 일종의 마중물이다. 사유의 씨앗, 무수한 길들의 나침반, 나를 돌아보게 하는 성찰이다.
인문은 우리에게 ‘닮지 말고 당신으로 살라’한다. 누구도 당신이 될 수 없고, 당신 또한 그 누구도 될 수 없으니 당신의 DNA로 당신 삶을 살라 한다.
인간은 모두 고유명사이니, 다름을 틀리다고 삿대질하지 말고 아름다운 무지갯빛으로 받아들이라 한다. 타인에겐 관대하고, 자신에겐 엄격한 잣대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라 한다. 맑고 큰 영혼을 품으라 한다.
톨스토이는 “타인 또한 자기 자신임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다”라고 했다. 세상사 마음의 병은 대개 사랑으로 치유된다.
#인문이 귀띔해주는 행복의 길
인문의 한 축인 철학은 동일한 주제를 다양하게 분해한다.
철학자들은 행복 죽음 사랑 실존 신(神) 등의 주제에 서로 다른 답안을 내놓는다. 그 다른 답안들이 때로는 퍼즐처럼 맞춰지고, 때로는 원자로 공기에 흩어져 인간의 사유를 풍성하게 한다.
인문은 인간에게 행복에 이르는 무수한 갈림길을 보여주고,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형형색색의 거울들을 비춰주고, 사유를 팽창시키는 사고의 씨앗들을 뿌려준다.
인문의 향기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보자. 인문은 어렵다는 생각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색깔에 맞는 책 한 권을 손에 쥐어보자. 의외로 그 안에 아픈 마음을 달래는 ‘힐링의 마법’이 숨어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 한 권이 당신 삶을 행복하게, 여유롭게, 우아하게 바꿔놓을지는 또 누가 알겠는가. 씨앗 한 톨이 자라 커다란 느티나무가 되듯, 작은 책 한 권이 당신 삶에 태산만한 위안이 될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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