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과 장수는 인간의 보편적인 바람이다. 이 둘은 사실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오래 사는 것보다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니까 말이다.
필자는 현재 가족들과 살고 있는 제주를 돌아봤다. 섬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을 갖는 이곳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장수가 많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이유가 뭘까 하고 궁금증이 생겼다. 장수마을의 비결이 제주에도 있을 것 같아서다.
제주의 자연과 노동
중국 황제 진시황의 부름을 받은 부하 서복이 제주를 찾은 전설은 유명하다. 서복은 진시황의 부름을 받아 한라산에 올라 불로초를 찾던 중 시로미를 캐온 일화가 전해진다.
필자도 낯선 시로미에 대해 찾아보니 고산식물 중 하나로 관상용으로 사용되거나 열매는 식용으로 쓰이는 식물로 전해진다. 한방에서는 포기 전체를 방광염이나 신장염 등의 약재로 사용했고 암고란이나 조이라고 불리기도 했단다.
그럼 소복은 왜 산을 넘고 물을 건너 그 먼 곳에서 제주를 찾았을까?
곰곰이 생각한 결과 필자가 도달한 지점은 그 어느 지역보다 청정의 바다와 산이 주는 자원이 풍부해서 아닐까였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보면 제주는 일직 죽는 사람이 적고 나이 팔구십에 이르는 사람이 많다고 적혀있다.
실제로 2016년 기준으로 제주에서 사는 65세 이상에서 85세 이상으로 초고령 노인의 비율은 10.3%로 전국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제주 내 85세 이상의 초고령 노인이 이미 9천 명을 넘어섰다고 하니 더 설득력을 얻는 것 같다.
필자도 바닷가를 거닐거나 제주도 내 부속 섬들을 오가다 보면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장면이 하나 있다. 일하시는 분들의 연령대가 고령이고 쉼 없이 반복적으로 일을 계속한다는 점이다.
또 그들이 먹고 채취하는 모든 것들이 자연에서 얻은 것들로 모두 건강식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제주에는 참모자반(경단구슬모자반)과 돼지고기를 푹 끓여만든 몸국이 유명하고 세계 최고 품질을 자랑하는 우뭇가사리가 있다. 뿐만 아니라 제주 인근 해안에는 돌미역과 넓미역이 풍부하고 뿔소라, 딱새우, 홍해삼, 보말 등 제주스러운 건강한 먹거리가 풍성하다.
염생식물을 살펴보아도 육지의 쑥과 비슷한 큰비쑥을 비롯해 아기달맞이꽃, 등대풀, 암대극, 순비기나무 등도 제주의 건강에 큰 축을 담당한다.
먹거리만 풍성한 것은 아니다. 필자가 놀라운 건 궂은 날씨가 됐든 계절이 어떻든 상관없이 제주의 노인들은 쉼 없이 계속 일을 한다는 점이다.
제주는 자식에게 절대 짐이 되지 않는다는 문화가 베어 있다.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는데 나이가 들어 자식에게까지 짐이 되고 싶지 않은 조상들의 지혜다. 그래서 제주에는 전통가옥이 안거리 밖거리 둘로 나뉘어 식생활 자체를 자식들과 따로 했다. 물론 먹거리까지 모두 스스로다.
필자는 얼마 전 찾은 제주오일시장에서도 감탄했다. 100세가 다 되어 보이는 할망(할머니)께서 손 수 재배해 기른 오이며, 고추며, 상추를 파시는데 봉지 가득에 1천~2천원에 불과했다.
자식들은 다 장성해 돈을 아무리 잘 벌어도 내 용돈은 내가 스스로 해결한다는 제주 할망의 강한 정신력을 오래토록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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