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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나눔&봉사

'끼'있는 봉사활동, 인기 만점의 '왕언니클럽'

  왕언니클럽의 공연을 한 번 본다면 아마 팬이 될지도 모른다. 아이돌 그룹의 최신 가요를 부르고 귀여
  운 댄스에 트로트, 난타 등 못 하는 공연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끼’를 소외된 곳을 찾아 나눔 봉사
  를 펼치는 왕언니클럽을 만났다.
 

 


어르신들의 스타 ‘왕언니클럽’

동대문 문화원의 한 강의실. 살짝 열려진 문 사이로 원더걸스의 ‘텔미’가 흘러나온다. 문을 열고 조심히 들어가자 반짝반짝 빛나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어르신들이 ‘텔미’에 맞춰 춤을 춘다. 흥겨운 음악에 맞춰 율동을 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온 정신을 춤에 쏟은 듯 열정에 가득 차 있었다.


만 60세, 이순(耳順)의 나이를 넘은 ‘언니’들로 구성된 왕언니클럽은 2007년 동대문문화원이 어르신들의 숨겨진 능력과 끼를 발굴해 소외된 계층이나 주민을 위한 봉사자로 육성하기 위해 어르신 문화 학교를 운영하면서부터다. 어르신의사회 참여를 통해 문화 나눔과 사회 공헌을 실천하고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회원들은 무엇인가 큰 것을 이루자는 목표와 친숙하고 재미있는 이름을 고민하다 ‘왕언니클럽’이라는 이름을 붙여 활동했다. 어르신들은 동대문문화원의 오디션을 거쳐 ‘왕언니클럽’에 들어왔다. 20:1의 경쟁률을 뚫고 시작해, 일주일에 한 번은 강사에게 지도를 받고, 한번은 자체적으로 모여 연습을 했다.

검증(?)을 받고 들어왔지만 60세가 넘은 몸으로 연습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마음이야 가수처럼 똑같이 하고 싶지만 몸이 쉽게 따라주지 않았던 것. 수업이 끝나도 1~2시간 남아서 연습을 했고, 집에서도 틈틈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



세세한 소품까지 직접 준비


무대 의상은 직접 천을 사서 옷을 재단할 수 있는 회원이 직접 만들기도 했다. 무대 의상인만큼 반짝이는 화려한 의상을 제작하기도 하고, 노래에 맞춰 깜찍한 소품을 준비한다. 특히 티아라의 ‘보핍보핍’ 의상을 위해 고양이 손 장갑이며 머리띠까지 세세하게 마련했다.


왕언니클럽은 병원, 장애인 시설 등 을 찾아 봉사를 시작해, 몇 달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관중들에게 선보였다. 트로트나 민요도 불렀지만 60세 넘은 어르신들이 젊은 가수들이 부르는 가요와 춤을 선보여 관중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어느 곳을 가도 대인기였다.


“치매 환자, 움직임이 불편한 분들을 위한 봉사에 갔었어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 하는 분들이 저희 노래와 춤에 맞춰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났죠. 60세가 넘어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했어요.”


어르신들의 활동은 각 지방자치단체의 축제뿐만 아니라 대학 축제에도 참여하게 되었고,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소개되었다. 물론 경연대회 등에 나가면 상은 미리 따놓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오금자 씨는 “예전에 우울증이 있었는데 왕언니 클럽에서 활동하면서 성격이 많이 밝아졌어요. 또 젊어지는 것 같고요. 특히 소외된 곳을 찾아 봉사를 할 때 보람을 느끼죠. 어려운 분들을 볼 때마다 어르신들에게 더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봉사 활동 계속할 것


왕언니클럽에서 활동하면서 본인에게 끼가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는 이영숙씨는“아이들을 키울 때보다 훨씬 여유롭고, 저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봉사를 하며 성취감도 높아지고, 정신건강도 좋아지고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봉사에 참여하고 싶어요.” 라며 달라진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강사를 맡고 있는 정선화 씨는 워낙 왕언니클럽 소문이 자자해, 이곳에서 강사를 요청하자 단 번에 OK했다.


“왕언니클럽은 공연을 할 때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전통 트로트에서부터 아이돌 댄스의 노래 브아걸의 ‘아브라카다브라’, 티아라의 ‘보핍보핍’까지 부를 수 있어 종합 예술인이라도 할 수 있어요. 어르신을 보면 볼수록 그 열정에 놀랍고, 노후 생활을 정말 멋지게 보내고 있어 멋있어요.”


정선화 강사는 어르신들이 한 순간도 쉬지 않고 연습한다며 본인도 60세가 넘으면 어르신들을 닮고 싶다고 했다.

 


“오히려 제가 가르쳐 드리는 것보다 어르신들게 배우고 있어요. 건강하실 때까지 실버세대로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로 어느 무대에서든 완벽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왕언니클럽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올 9월 왕언니클럽은 중국 연변의 한 여성 단체와 함께 중국 무대에도 설 계획을 갖고 있다. 박화금 회장은 “회원 대부분이 이곳에 나오기만 해도 즐겁고, 젊어진다고 해요. 이 마음을 어려운 분들에게 계속 전해드리고 싶어요.” 라며 왕언니클럽을 찾는 어느 곳이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각오를 밝혔다.

 

글_ 김지영/  사진_ 장병국, 고인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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