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넘게 이웃하며 생활하던 딸과 사위가 친부모님께 효도한다고 낙향한지 어언 10년이 되어간다.
갓 태어난 외손녀, 그리고 외손자가 각기 중학생이요 초등학생이 되었으니, 세월무상인지 감회가 새
롭다. 철부지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마주치며 울고 웃고 부대꼈는데 훌쩍 떠나 더욱 그들이 보고싶다.
낙향이후 수년간은 외가 나들이에 개근을 했는데 2년 전인가 손녀가 중학생이 되고나서 발길을 끊었다.
이유의 하나가 특기인 미술 실기를 연마하기 위해 학원수강이요,
둘째는 친할머니가 요양원에 계셔서 평소에 하지 못한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문병 겸 간병을 하겠다는 것이다.
모두 합당한 변명이라 불평이 있을 수 없다. 하지만 1년에 두번의 방학에 어김없이 활용하며 남매가 상경을 했는데,
이런저런 이류로 결석을 장기화하여 다정이 병인지 병이 다정인지 내외의 허전함이 극에 달한다.
큰 아들이 40에 가까운데 결혼할 생각이 없고, 둘째 아들은 순서를 기다려 더욱 외손녀 외손자가 소중 한 게 사실이다.
코흘리개 초등학교 저급학년 시절에는 음식 탐 용돈 탐이 가득했는데, 크면서 외가의 낭만을 지워 변심한 게 아닌가 내심
그들이 미워지기까지 한다.
보름전인가 딸이 전화를 했다.
손녀가 전교 석차 4등, 반에서 1등인데 평균 점수가 불안해서 다가오는 여름방학에 상경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반갑지 않은
뉴스를 전한다. 밤새 공부한 게 정작 시험 시간에는 정신이 혼미하여 두세 과목을 잡쳤다는 푸념이다.
지난날 외가가 최고이고 할아버지 외삼촌이 넉넉한 용돈을 주어 인기짱이라고 아양을 떨던 그들이 이번 여름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 같아 입맛이 없다. 세월이 가면 환경의 변화가 오는 건 틀림없으나 할아버지 할머니 늙기 전에 오는 게
정상이요 순리일진대 일종의 배신처럼 나타나지 않는다면 사는 맛이 없지 않은가?
손녀손자여 너희들이 크면 클수록 우리는 삶을 뒤안길로 몰고 갈 것이다. 잠시라도 오라! 나에게로 오라!
송백송/ 서울시 도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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