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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그 때 그 병실에서 찾은 최고의 희망 치료약

  초등학교 때 어머니께서는 특별한 원인도 없이 백혈구 수치가 저하되는 백혈구 감소증으로 종합병원에
  
입원하셨다. 그리고 퇴원 후에 조금만 일을 하셔도 피곤해하셨지만, 쉬면 되겠거니 하며 지내셨다. 
  얼마 후에는 얼굴에 반점 비슷한 것이 생겨서 동네 피부과에도가 보았지만, 마찬가지로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중 모처럼 가족끼리 기분 좋게 여름휴가로 바닷가에서 일광욕을 하고 난 후로 며칠 뒤 어머님께서 몸살을 앓고 나시다가
점점 몸이 부으시며 상태가 안 좋아지셨다. 심지어 복수까지 심하게 차셨다
.
대학병원에서 여러 검사 후 내려진 진단은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


그 당시 나는 의과대학에 다니고 있었지만, 본과 1학년을 바라보는 예과생으로서 막연하기만 하였고 찾아본 바로는
류마티스
관련 질환의 일종으로 자가면역반응으로 생기는 질환이라는 것 밖에 알 수 없었다. 그 루푸스가 신장을 침범하여
루푸스 신염이
발생한 것이다.

일단, 어머님을 모교 병원 류마티스 병동에 입원시키고 스테로이드 치료와 여러 치료를 병행하였다.
어머님께서는 입원해 계시는 동안에도 집안 걱정, 자식들 걱정하시느라 제대로 쉬시지도 못하고 여느 어머님들처럼 밥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말씀하시곤 하셨다.

   어릴 때부터 어머님께서 몸이 편치 않으셔서 내가 의대에 간 것이기도 하지만, 환자들을 볼 때마다 

  “내가 과연 잘 해드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기기도 하였다.
솔직히 힘들어하시는 어머님을 볼 때마다 나는 자신이 없었다.


다행히 어머님께서는 치료에 반응하셔서 복수도 빠지고 붓기도 빠지고 신장기능도 회복이 되셔서 퇴원을 하시게 되었다.

퇴원하실 때는 계절도 바뀌고 길가에는 개나리가 활짝 피어 있었다.

그 후로 몇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침마다 그 병동을 회진하는 의사가 되었다. 아직은 전공의지만 아침마다 회진을 돌 때면

보호자 침대에서 자고 회진을 기다리던 그 당시 생각이 난다. 의료진의 따뜻한 한 마디 한 마디는 환자와 보호자에게는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치료약이며 위안이라는 것을 그때 깨달았다.

어머님을 괴롭혔던 루푸스가 나로 하여 금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이해하라고 주신 선물이 아닐까.

우리 주위에는 질병을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어떤 질병인지 모르고 지내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나는‘루푸스를 이기는
사람들
(루이사)’이라는 모임에도 가입하여 후에 전문의가 되면 무언가 도움이 될 일을 찾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도 회진을 돌 때마다 그때 다짐을 잊지 않고 하루하루 열심 히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그런 의사가
되고 싶다.

 

                                                                                                                          이승조/ 서울시 광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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