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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알고 먹으면 더 맛있어요! 조기의 종류와 효능



20일은 봄비가 내려 백곡(百穀)이 윤택해진다는 곡우(穀雨)다. 곡우는 본격적인 농경이 시작되는 시기다. 이날 전남 영광 앞바다(칠산)엔 알을 밴 조기 떼가 몰려온다. 


해마다 곡우철이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조기를 ‘오사리 조기’·‘곡우살 조기’라 한다. 우리 조상이 약속을 잘 지키지 않는 사람에게 ‘조구만도 못한 놈’이라고 꾸짖은 것은 그래서다. 


곡우살 조기는 크진 않지만 연하고 맛이 뛰어나다. 양자강·황하 그리고 우리나라 여러 큰 강에서 흘러내리는 먹이로 살찌는 조기는 서해의 주인공이다. 칠산(七山) 앞바다로부터 연평도까지 산란하기 위해 이동하는 조기 떼를 달 반을 두고 잡아낸다. 



산뜻한 단맛을 풍기는 조깃국은 일품이고, 굴비가 없이는 여름 살림을 못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오랫동안 있어 왔다. 꾸들꾸들하게 반 쯤 마른 알배기 굴비를 구운 것은 잊기 어려운 한국의 특미다.


인천 최초의 의학박사인 고(故) 한옹 신태범 박사의 조기 상찬(賞讚)이다. 조기는 서해안을 대표하는 생선이다. ‘조기’(助氣)란 이름부터 특이하다. 사람에게 기(氣)를 북돋워주는 효험이 있다는 의미다. 


석수어(石首魚)라고도 불린다. 머리에 돌같이 단단한 2개의 뼈가 있어서다. 분류학상 민어과 생선으로, 부세·흑조기·황강달이·민어도 민어과에 속한다. 이 중에서 조기가 가장 비싸다. 


부세를 조기로 속여 팔기도 한다. 일반인은 식별이 힘들다. 조기는 배 상단의 옆선(흰색 2줄)이 두껍고 선명한 반면 부세는 옆선이 약하고 희미하다. 


조기는 참조기·후조기·보구치 등으로 나뉜다. 이 중 대표 격인 참조기는 노란색에 입술이 불그스름하고 몸통이 통통하다.



한방에선 소화가 잘 되는 보양식품으로 친다. 평소 소화력이 약하거나 입이 ‘짧은’ 노인·어린이에게 추천된다. ‘동의보감’엔 “순채와 같이 국을 끓여서 먹으면 식욕을 돋우고 소화가 잘되며 기를 보(補)한다.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고 배가 불러오면서 갑자기 이질이 생겼을 때 유용하다”고 기술돼 있다. 조선 말기의 의인(醫人) 황필수 선생이 저술한 ‘방약합편’엔 “맛이 달고 성질이 평하다. 


위 건강에 유익하며 설사를 다스린다”고 쓰여 있다. 흰 살 생선인 조기는 단백질(참조기 생것 100g당 18.3g)이 풍부하고 지방 함량은 적어(1.7g) 맛이 담백하다. 


100g당 열량이 93㎉로, 기름진 붉은 살 생선에 비해 훨씬 낮다. 굴비는 말린 생선이니만큼 생조기에 비해 단백질(100g당 44.4g)·지방(15.2g)·열량(332㎉)이 높다. 


소금에 절였기 때문에 혈압을 높이는 나트륨도 꽤 많이 들어 있다(100g당 412㎎). 소금에 절여 말린 정어리의 나트륨 함량(2400㎎)보다는 낮다.



조기의 평균 몸길이는 20∼30㎝. 평균 무게는 280g이다. 몸길이가 40㎝까지 자라는 놈은 비늘도 엄지손톱만 하다. 눌렀을 때 살에 탄력이 있고 전체적인 색은 거무스레하되 배 부위는 붉거나 황금색을 띠는 것이 상품(上品)이다. 


간혹 싱싱하게 보이도록 배 부위를 치자 색소 등으로 노랗게 칠한 것도 있으므로 주의한다. 살 때는 잿빛을 띤 은색 광택이 나는지, 눈은 선명한지, 살이 전체적으로 윤기가 흐르는지, 아가미의 색이 선홍색인지 확인한다. 


국내산 참조기는 꼬리의 길이가 짧고 두툼하며 부채꼴 모양인 것이 특징이다. 조기를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이 굴비다. 한자로 굴비(屈非)는 굽히거나 비굴하지 않게 산다는 뜻이다. 


고려 인종 때의 세도가 이자겸이 붙인 이름이다. 그는 왕에게 독이 든 떡을 진상했다는 혐의로 정주(지금의 영광)에 유배된다. 


그곳에서 영광굴비를 처음 맛본 이자겸은 굴비에다 자신의 심정을 담아 ‘정주굴비’라고 쓴 뒤 사위인 왕에게 올렸다. 진짜 영광 굴비(오사리 굴비)는 ‘오사리 조기’를 갯바람에 말린 뒤 영광 법성포 들판에서 통보리 속에 묻어 보관한 것이다. 


보통 굴비는 20마리가 한 두름인데 ‘오사리 굴비’는 10마리가 한 드름이고 가격도 훨씬 비싸다. 



‘오사리 굴비’는 임금님 주안상의 단골 메뉴였다. 맛의 비결은 알이 차고 살이 오른 시기와 법성포의 특수한 기상 조건의 합작품이란 분석도 있다. 


법성포 갯바람의 습도가 낮엔 45% 아래지만 밤엔 96% 이상이어서 조기가 급속히 마르거나 썩는 것을 막아준 덕분이란 것이다. 조기의 산란기는 4∼6월이며 알을 낳기 적당한 수온은 10∼13도다. 


조기는 산란할 때 소리 내어 우는 습성이 있다. ‘산후 우울증’(?) 탓인지 산란을 마친 뒤에도 울기를 멈추지 않는다. 


제주도 남서쪽인 동중국해에서 겨울을 지낸 조기는 3월 말∼4월 중순에 흑산도 칠산 바다에 도달한다. 4월 하순엔 서산 앞의 목덕도, 5∼6월엔 연평도 근해까지 올라와 산란을 마친다. 연평도 조기 어장은 대개 6월 10일까지 성시(盛市)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