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 과잉의 시대다. 비만율이 높아지고 고지혈증과 고혈압이 ‘국민병’이 된 것이 단적인 증거다.
고혈압·위암의 위험요인으로 알려진 나트륨도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섭취 제한량보다 두 배 이상 섭취한다. 철분·인·비타민 A·비타민 B1(티아민)·나이아신 등도 대부분 넘치게 먹고 있다.
섭취가 부족한 영양소도 있다. 칼슘·칼륨 등 흔히 ‘쌍칼’로 통하는 미네랄, 비타민 B2(리보플래빈)·비타민 D 등 일부 비타민, 식이섬유, DHA·EPA 등 오메가-3 지방 등이다. 하나같이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다.
보건복지부의 ‘2015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에게 가장 부족한 영양소는 칼슘이다. 한국인의 1일 칼슘 권장 섭취량은 700㎎이지만, 실제 평균 섭취량은 71%(497.5㎎)에 그쳤다. 우리 국민 10명 중 7명(70.3%)이 칼슘 권장 섭취량의 75% 미만으로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뼈·치아 건강을 좌우하는 칼슘의 섭취가 부족하면 골절·골다공증·골연화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부족한 칼슘 보충엔 우유·유제품만한 것이 없다. 우유 한 팩(칼슘 함량 약 200㎎)이면 하루 권장량의 약 30%를 채울 수 있다. 우유·유제품에 든 칼슘은 식물성 식품에 함유된 칼슘에 비해 체내 흡수율이 훨씬 높다.
우유만 마시면 설사·복통 등 배앓이(유당불내증)를 하는 사람에겐 멸치·뱅어포 등 뼈째 먹는 생선, 미역 등 해조류, 시금치·케일 등 짙은 녹색 채소를 추천한다. 칼슘의 체내 흡수율은 10∼40%에 불과하다. 흡수율을 높이려면 가공식품·인스턴트식품의 섭취를 줄여야 한다. 가공식품에 든 인은 칼슘의 흡수를 방해한다. 비타민 D도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혈압을 올리는 나트륨과 칼륨을 1 대 1 비율로 섭취할 것을 권고한다. 나트륨과 칼륨을 같은 비율로 섭취하려면 칼륨을 하루 3,500㎎은 먹어야 한다.
우리나라 성인의 하루 칼륨 섭취량은 정부가 정한 칼륨 하루 충분 섭취량(3,500㎎)의 85% 수준이다. 충남대 식품영양학과 이선영 교수팀이 2007∼2010년 국민영양조사에 응한 성인 남녀 2만291명의 칼륨 섭취량을 분석한 결과, 성인의 하루 평균 칼륨 섭취량은 2007년 2,935㎎에서 2010년 3,232㎎으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남녀 모두 정부가 정한 칼륨의 하루 충분 섭취량(권장 섭취량을 제시할 수 없는 영양소의 섭취 기준)엔 미달했다. 특히 여성의 칼륨 섭취량이 크게 밑돌았다.
칼륨은 과일·채소에 풍부하고 우리 국민은 예부터 채식을 주로 해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의외의 결과다. 칼륨은 나트륨과 상반된 작용을 한다. 나트륨이 혈압을 올리고 수분을 몸 안에 담아둔다면 칼륨은 혈압을 내리고 수분을 몸 밖으로 방출한다.
나트륨의 해악(혈압 상승)을 상쇄해주는 것이다. 평소 얼굴이 자주 붓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은 호박·수박·바나나·다시마·콩·토란·고구마 등 칼륨이 풍부한 식품을 즐겨먹는 것이 이롭다.
소량 미네랄 중에선 셀레늄(암 예방 효과)의 섭취가 부족하다. 셀레늄의 1일 권장 섭취량은 50~200㎍이다. 우리나라는 토양의 70%가 셀레늄 함량이 낮은 화강암·현무암으로 구성돼 음식을 통한 셀레늄 섭취가 쉽지 않다. 한국인의 셀레늄 하루 섭취량은 40~50㎍ 수준이다.
비타민 중에선 비타민 D·엽산(비타민 B군의 일종)·리보플래빈(비타민 B2)의 섭취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비타민 D는 최근 새롭게 건강상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암·심장병·당뇨병·다발성 경화증·골다공증·퇴행성관절염 등 다양한 질병의 예방에 유효한 것으로 속속 밝혀져서다. 한국인은 5명 중 4명 이상이 비타민 D 부족 또는 결핍 상태다. 특히 여성에게서 부족이나 결핍이 심하다. ‘피부가 상한다’며 햇볕 쬐기를 꺼려한 탓이다.
비타민 D는 햇볕을 쬐면 체내에서 생성되는 ‘선 샤인 비타민’이다. 가장 손쉬운 비타민 D 보충법은 ‘인간 해바라기’가 되는 것이다. 햇볕만 충분히 쬐어도 식품을 통해 비타민 D를 따로 섭취할 필요가 없다. 외출이 드문 노인, 자외선 차단크림을 수시로 바르는 여성, 야간·지하 근무자는 등푸른생선·비타민 D가 강화된 우유를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성인 남녀의 비타민 D 하루 충분 섭취량은 5㎍(200IU)이다. 연어·참치·정어리·고등어 등 등푸른생선과 장어 같은 기름진 생선은 훌륭한 비타민 D 공급 식품이다. 버섯·계란·동물의 간·우유·버터 등에도 들어 있다.
리보플래빈도 한국인 10명 중 6명이 권장량보다 적게 섭취한다. 특히 채식주의자·알코올 중독자의 리보플래빈 부족이 두드러진다. 리보플래빈 섭취가 부족하면 주로 피부나 점막에 이상이 생긴다. 피부가 거칠어지거나 구내염·구순염·눈 충혈·빈혈·성격 변화 같은 결핍 증상이 나타난다. 리보플래빈은 우유·유제품·육류·생선·계란·녹색 채소(브로컬리 등)·콩류에 풍부하다.
포화지방·트랜스지방과는 달리 불포화지방은 혈관 건강에 이로운 지방이다. 우리 국민은 여러 지방 중에서 불포화 지방의 일종인 오메가-3 지방(DHA·EPA 등)을 가장 적게 섭취한다. 오메가-3 지방은 혈전을 억제해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고 혈압·콜레스테롤·중성지방 수치를 낮춘다. 염증을 가라앉히고 면역력을 높여주기도 한다.
오메가-3 지방의 섭취가 부족하면 고혈압·동맥경화·심장병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최근엔 치매·만성 관절질환·호르몬 결핍을 일으킨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메가-3 지방의 하루 섭취 권장량은 1∼6g이다. 정어리·고등어·꽁치·연어·삼치·청어 등 등푸른생선이나 들깨기름·아마씨기름·호두 등에 많다.
우리 국민은 식이섬유도 적게 먹는다. 한국영양학회가 정한 하루 식이섬유 충분 섭취량은 22∼31g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장량은 27∼48g이다. 식이섬유는 다이어트·비만 예방에 유익하다. 섭취한 음식의 분해를 늦춰서 당뇨병 환자에게 이롭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려 고혈압·동맥경화 등 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며 대장에서 변의 용적을 늘려서 변비를 예방한다.
식이섬유는 물에 녹는 수용성, 녹지 않는 불용성으로 분류된다. 일반적으로 수용성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불용성은 변비 예방에 유용하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도정이 덜된 현미·통밀·보리 등 전곡(田穀), 콩·채소의 줄기 부위, 과일의 껍질 부위에 많다. 잡곡밥을 즐겨 먹고 과일은 껍질째 먹으라고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수용성 식이섬유는 감귤·사과 등 과일, 콩·귀리·보리·해조류에 풍부하다.
한국인의 단백질 섭취량은 이미 과잉 상태다. 개별 아미노산(단백질을 구성하는 물질) 수준에서 보면 부족한 아미노산이 더러 있다. 우리 국민은 동물성 식품보다 식물성 식품을 통해 단백질을 더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다.
주식인 쌀 등 식물성 식품엔 라이신(리신)·트레오닌·트립토판 등 필수 아미노산이 부족하다. 9종의 필수 아미노산이 모두 적당량 있어야 양질의 단백질이다. 단 하나라도 필요량보다 적으면 다른 필수 아미노산이 충분해도 질 낮은 단백질로 간주된다.
'건강 > 생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안경, 렌즈, 그리고 시력에 대한 오해들 (0) | 2019.11.22 |
---|---|
입덧, 견디는 게 최선일까 (0) | 2019.11.21 |
대기오염과 유산 관련성에 대한 새로운 연구 (0) | 2019.11.19 |
가을은 운동의 계절, “달릴 때는 목 안 말라도 물 드세요” (0) | 2019.11.14 |
영화 ‘조커’로 보는 감정실금과 망상장애 (0) | 2019.1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