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4월 마지막 주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예방접종주간’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대유행 중인 상황에서 백신의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공감대를 얻고 있다. 백신 접종이 영∙유아나 어린이들에게만 해당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여전히 적지 않다. 그러나 어른들이 맞아야 하는 예방접종도 많다. 올해 WHO 예방접종주간(4월 26~30일)의 주제는 ‘모두를 위한 백신’이다.
대한감염학회의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는 질환으로 사망하는 소아가 연간 500명이다. 그런데 성인은 이보다 훨씬 많은 5만~7만명에 이른다고 학계에 보고돼 있다. 전문가들이 권고하는 백신을 충분히 맞는다면 연간 약 3만5,000명의 사망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성인 예방접종이 중요한 이유는 최근 평균 수명이 늘면서 암을 비롯한 만성 질환을 앓는 사람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고령이면서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엔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감염병에 특히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전체 성인이 모든 예방접종을 의무적으로 해야 할 필요는 없다. 종류에 따라 모든 성인에게 접종이 권고되는 백신도 있고, 특정 연령대나 특정 질환을 가진 사람, 특정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 특정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 등에게 선별적으로 권고되는 백신도 있다.
예를 들어 국내 관련 학회에서는 만성 심혈관질환, 만성 폐질환, 당뇨병, 알코올 중독, 만성 간질환을 앓는 성인들에게는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대한감염학회는 지난해 성인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업데이트하면서 기저질환, 나이, 과거 접종력 등에 따라 맞아야 할 폐렴구균 백신의 종류와 시기 등을 상세히 밝힌 바 있다.
또한 당뇨병을 앓고 있는 성인이라면 나이와 무관하게 폐렴사슬알균 감염증 백신을 맞아야 한다. 이 외에 독감(인플루엔자) 백신, 파상풍∙디프테리아∙백일해 백신 역시 시기를 맞춰 접종하는 게 중요하다.
만성 간질환이 있는 사람은 같은 감염병에 걸리더라도 간질환이 없는 사람보다 합병증이 생길 확률이 더 높다. 더구나 만성 간질환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급성 바이러스성 간염이 발병한다면 간 손상이 더욱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만성 간질환 환자는 감염병이나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백신을 꼭 접종해야 한다.
50세 이상의 장년층이라면 만성질환이 없더라도 독감과 폐렴사슬알균 감염증 백신 접종이 권고된다. 대상포진과 파상풍 예방접종 역시 장년층 발병이 많기 때문에 백신을 맞아두는 게 좋다.
성인 여성의 경우 임신 중에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합병증이 생기거나 입원 치료를 받게 될 위험이 높다. 때문에 임신 시기에는 독감 백신 접종이 적극 권장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독감이 유행할 시기에 임신부가 될 예정인 사람, 모유 수유를 지속할 사람에게도 접종이 권고된다. 다만 임신부나 임신 예정인 여성, 모유 수유 중인 여성은 백신 선택에 주의해야 한다. 독감을 일으키는 병원체의 활성을 약화시켜 만든 생백신은 반드시 피해야 하고, 병원체를 열이나 화학 처리 등으로 활성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만든 불활화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
출장 등의 목적으로 해외여행을 계획할 때는 출국하기 최소 6주 전에는 백신 접종 필요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보통 예방접종 후 약 2주가 지나야 면역력이 생기기 때문에 해외에 머무는 기간 동안 충분한 예방 효과가 나타나려면 적어도 출국 2주 전에는 예방접종을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러 번 맞아야 하는 백신도 일부 있는 만큼 출발하기 대략 한 달 반 전에는 병원을 방문하는 게 좋다.
개발도상국을 방문하려는 사람은 20~30대라도 A형 간염 백신 접종이 권장된다. 또 동남아시아를 여행하기 전에는 장티푸스 백신을, 아프리카 중부에 가기 전에는 수막알균 백신을, 남아메리카 지역에 한 달 이상 머물러야 하는 경우엔 광견병 백신을 맞을 필요가 있다. 이 밖에 상세한 내용은 대한감염학회의 예방접종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수 있다.
<도움말: 대한감염학회, 한국화이자제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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