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주가 올라가면서 시원한 과일 주스가 자주 생각나는 요즘이다. 과일 주스라고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오렌지 주스다. 전 세계 과일 재배 면적은 바나나·감귤류·포도·망고류·사과 순서인데 이중 오렌지가 감귤류 생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오렌지는 ‘감귤 가족’의 일원이다. 같은 감귤류에 속하는 자몽·시트론(citron)보다 크기가 작지만 레몬·밀감·탱자·금귤(낑깡)보다는 크다.
흔히 오렌지는 ‘단 것’(sweet)과 ‘쓴 것’(bitter)으로 분류된다. 단 것은 대개 생식하거나 주스를 만들어 마신다. 발렌시아(Valencia)·네이블(navel)·자파(Jaffa)·블러드(blood)가 단 것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쓴 것은 주로 마멀레이드나 잼의 원료로 쓴다.
발렌시아라고 하면 지중해 연안에 있는 스페인의 도시 발렌시아를 연상하는 사람이 많지만 원산지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산타아나다. 로스앤젤레스 주변에 오렌지카운티(county)가 있는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네이블은 엉덩이 부분에 배꼽이 있는 품종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감귤류 중 가장 많이 재배되고 있다. 겨울에서 봄(제철 3∼4월)에 주로 생산되며 생식하거나 주스의 원료로 사용된다.
블러드는 품종명이 암시하듯이 과육이 붉은색이다. 붉은색은 항산화 성분(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 제거)인 안토시아닌의 색깔이다. 감귤류 과일이 안토시아닌을 함유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블러드는 생식 외에 주스·잼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베르가모(Bergamot)은 쓴 것을 대표하는 품종이다. 주산지는 이탈리아·모로코·튀니지 등이다. 열매는 너무 써서 생식이나 과즙 음료엔 포함되지 않고 정유(精油)를 짜 향이나 향수의 원료로 쓰인다. 차의 일종인 ‘얼 그레이’에 베르가모 향이 첨가되기도 한다. 같은 이름(베르가모)의 허브도 있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식물이다.
영양 면에서 오렌지는 비타민 C가 풍부한 과일이다. 100g당 비타민 C 함량은 43㎎(생것 기준, 천연과즙 40㎎)이다. 비타민 C는 강력한 항산화 효과는 물론 철분 흡수를 돕고 상처 치유를 촉진한다. 피로 해소를 돕고 기미·주근깨 방지, 노화 방지에도 효과적이다.
혈압 조절을 돕는 세 미네랄(칼륨·칼슘·마그네슘)이 모두 들어 있는 것도 돋보인다. 또한 플라보노이드(항산화 성분)의 일종인 헤스페리딘이 풍부하다는 사실도 장점이다.
동물실험에선 헤스페리딘이 혈압을 낮추고 염증을 억제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헤스페리딘은 오렌지 속껍질에 더 많이 들어 있다. 가능한 한 오렌지의 속껍질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오렌지는 수용성(水溶性) 식이섬유인 펙틴도 풍부하다. 펙틴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준다. 오렌지 과육에선 단맛과 함께 약간의 신맛이 느껴진다. 신맛 성분은 유기산의 일종인 구연산이다. 구연산은 더위에 잃어버린 입맛을 되살려준다.
한편, 오렌지의 최대 약점은 귤보다 껍질 벗기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일부 예민한 사람에겐 알레르기를 유발하기도 한다. 과육엔 수산(옥살산)이 거의 없지만 껍질엔 다량의 수산이 함유돼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한다. 수산을 과다 섭취하면 신장 결석을 부를 수 있다.
오렌지 과육 1개에선 약 90g(㎖)의 주스를 얻을 수 있다. 100% 오렌지 과즙 주스를 마신 사람 중 일부는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대부분 신맛 성분인 구연산이 장을 자극한 탓이다.
네덜란드를 ‘오렌지 나라’, 네덜란드 축구팀을 ‘오렌지 군단’이라고 부르는 것은 스페인으로부터의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끈 영웅의 이름이 오렌지공(公) 윌리엄이고, 축구 대표팀 선수와 응원단이 오렌지 색깔 유니폼을 입은 데서 유래한다.
호주를 상징하는 ‘오페라 하우스’의 지붕 모양도 ‘오렌지 껍질’이다. 유럽에서 오렌지는 부와 권력을 상징했다.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 이름도 ‘오랑주리’(Orangeries)다.
건조한 날씨와 황사·미세먼지 탓에 얼굴 피부가 거칠어졌다면 오렌지를 피부에 발라볼 것을 권한다. 거즈나 마사지용 천을 얼굴에 올린 후 오렌지를 얇게 잘라 10~15분 올려놓으면 피부의 윤기와 탄력이 살아난다.
유통기한이 지난 오렌지 주스는 청소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오렌지 주스를 걸레나 부드러운 천에 적신 뒤 욕실·주방 청소에 사용하면 높은 세척력은 물론 오렌지 향까지 얻으므로 ‘일석이조’다.
오렌지는 음식의 재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릴 한 쇠고기를 얇게 썰어 오렌지·드레싱과 함께 섞으면 오렌지 쇠고기 샐러드가 완성된다.
'건강 > 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맛도 영양도 검증된 레시피, 아스파라거스 베이컨 그라탕 (0) | 2020.06.05 |
---|---|
어제보다 더 건강해지고 싶다면, 지중해 식단 (0) | 2020.06.03 |
콜레스테롤 수치 낮추는 견과류, 아몬드의 세계 (0) | 2020.05.21 |
밭에서 나는 고기, 콩 종류와 효능 (0) | 2020.05.19 |
면역력 강화에 좋은 아연 식품 7가지 (0) | 2020.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