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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면역력 높이려면 ‘힘든 운동’ 삼가세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은 면역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하는 계기가 됐다. 운동은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면역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이지만 면역력이 운동 강도나 시간에 비례해 무작정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고강도·장시간 운동보다 땀이 조금 나고 숨이 살짝 차는 중등도 운동을 적당한 시간 동안 할 때 면역력 증진 효과가 크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1990년 10월 스포츠의학저널에 발표된 한 논문을 소개했다. 미국 애팔래치안 주립대학의 데이비드 니먼 교수가 운동 강도와 시간이 사람의 면역 체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분석한 논문이다.

 

니먼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1987년 로스앤젤레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2400여명을 추적해 대회 전후 건강 상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확인했다. 연구는 특히 운동 시간과 면역력의 관계에 주목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운동을 시작한 후 90분까지는 면역 체계가 강했지만 90분이 넘어간 후부터는 되레 약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사람들 가운데 대회를 마치고 일주일 안에 각종 질환에 걸린 사례가 대회를 중도 포기한 사람들보다 5.9% 더 많았다.

 

연구진은 왜 운동 시간이 길어질 때 면역력이 약화되는지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는 못했다. 니먼 교수는 다만 “운동을 오래하면 주요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이 감소하는데 이것이 면역 체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추정했다.

 

 

이 연구로부터 29년이 흐른 후 발표된 또 다른 연구도 고강도 운동과 면역력 간의 관계를 엿볼 수 있는 단서를 제공했다. 핀란드 올림픽스포츠연구센터와 투르쿠대학병원 등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핀란드 국가대표팀 선수 44명을 대상으로 21일간 건강 상태를 관찰했다.

 

연구진이 2019년 10월 영국스포츠의학저널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45%인 20명의 선수가 올림픽 기간 감기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엘리트 운동선수들은 거의 매일 고강도 운동을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면역력 강화로 이어지진 않았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연구 결과들을 감안했을 때 전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유행하는 시기일수록 고강도 운동을 장시간 하기보다 중등도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는 게 면역 체계를 튼튼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에서 활동하는 트레이너 브래드 스털버그는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서 “규칙적인 운동은 면역력을 키우고, 매우 힘든 운동은 일시적으로 면역력을 약화시킨다. 또 지속적인 고강도 운동은 면역력을 오랜 기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힘든 운동을 가끔 하는 것은 면역 체계를 잠시 약화시키지만, 힘든 운동을 매일 하면 면역력 약화도 만성이 된다는 뜻이다. 물리적으로도 고강도 운동은 중등도 운동에 비해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근육 등을 다칠 확률이 그만큼 높다.

 

 

전문가들은 집 안에서 스쿼트나 팔굽혀펴기, 런지, 플랭크 등의 운동을 하루 20~30분 매일 해주는 것만으로도 면역 체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또 힘든 운동을 하고난 후엔 몸이 회복할 수 있도록 하루 7시간 이상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