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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비빔밥∙카레∙똠양꿍… 세계인의 건강식, 믹스 푸드

 


세계의 수많은 영양학자가 최고의 영양식으로 꼽는 한식은 비빔밥이다. 한 그릇 안에 각종 식물성 식품과 동물성 식품이 골고루 섞여 있는 ‘믹스 푸드(mix food)’란 이유에서다. 식이섬유, 비타민 C 등 식물성 식품엔 존재하지만 동물성 식품엔 없고, 콜레스테롤, 비타민 D 등 동물성 식품엔 있지만 식물성 식품엔 없는 영양소와 웰빙 성분은 의외로 많다. 비빔밥을 메뉴로 고르면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식물성과 동물성 영양소를 함께 섭취할 수 있다.

 


우리 전통음식 중엔 믹스 푸드가 많다. 비빔밥을 비롯해 잡곡밥탕평채잡채삼색나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우리 국민의 채소 섭취량은 서구인보다 훨씬 많다. 다만 전체 채소 섭취량의 30% 이상이 김치이고, 양파콩나물이 다음 순위를 차지하는 등 한국인이 즐기는 채소의 종류가 너무 제한돼 있다는 것이 약점이다. 따라서 섭취하는 채소의 종류와 색깔의 수를 더 늘릴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대표 믹스 푸드인 비빔밥의 원래 이름은 골동반(骨董飯)이다. 비빔밥은 섣달그믐날(음력1230) 저녁에 남은 음식을 모아 비벼 먹는 골동반에서 유래됐다. 흰밥에 소고기볶은 나물을 얹고 양념을 넣어 비벼 먹는 음식이어서 각종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당파 싸움이 치열했던 조선 영조 때 등장했다는 탕평채는 그릇에 고기(동물성 식품)와 숙주미나리다진 마늘깨소금실고추청포묵(식물성 식품), (해조류)을 넣고 식초와 설탕으로 간을 맞춰 먹는 무침이다. 비빔밥처럼 균형 있는 영양소 섭취가 가능하다.

 

요즘 해외에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궁중 떡볶이도 훌륭한 믹스 푸드다. 고추장을 넣어 붉고 자극적인 기존 떡볶이와는 달리 궁중 떡볶이엔 다양한 종류의 채소가 들어 있어 파이토 케미컬(식물성 생리활성물질) 등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다.

 

 

외국의 웰빙 믹스 푸드로는 태국의 똠양꿍’, 인도의 카레가 대표적이다. 태국 음식인 똠양꿍은 새우와 채소레몬즙향신료 등을 넣고 끓인 국물 요리다. 똠양꿍엔 다양한 영양소와 파이토 케미컬이 함유돼 있다. 카레는 20여 가지의 재료(강황후추계핏가루겨자생강마늘 등)를 섞어 만든 복합 향신료다. 항산화 효과와 알츠하이머 치매 예방 효과가 널리 알려진 카레는 인도의 비빔밥이라 할 수 있다.

 

식품에 든 각종 영양소와 파이토 케미컬은 함께 섭취해야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오케스트라에서 여러 악기의 주자가 모여야 훌륭한 연주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컨대 베타카로틴을 비롯한 수많은 파이토 케미컬이 함유된 당근을 사람이나 실험동물에 먹인 연구에서는 항산화 효과 등 분명한 건강 효과를 얻었다. 그러나 베타카로틴만 먹인 연구에선 뾰족한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했다.

 

여러 성분을 함께 섭취하면 해당 성분의 체내 흡수율이 높아지기도 한다. 카레의 노란색 색소 성분인 커큐민(항산화 성분)이 단적인 예다. 커큐민 자체는 체내 흡수율이 매우 낮지만, 후추 성분인 피페린과 함께 먹이면 흡수율이 대폭 높아진다.

 

 

식물성 식품엔 파이토 케미컬과 식이섬유가 늘 함께 존재한다. 식이섬유는 변비를 예방하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며 파이토 케미컬은 항산화항암 등 다양한 웰빙 효과를 나타낸다. 국내에선 서구식 식사를 하는 사람이 늘고 있지만, 미국인의 표준식단(Standard American Diet, SAD)을 정말 슬프다라고 표현하는 영양학자가 많다. 최근 20년간 미국인의 평균 수명은 잘못된 식생활로 인해 세계 11위에서 42위로 떨어졌다.

 

식물성 식품이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을 인지한 미국 정부는 1991년부터 ‘파이브 어 데이(Five-a-day for better health)’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이는 하루에 채소와 과일을 5차례 이상 섭취해 암 등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자는 운동이다. 다양한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섞어 먹는 것이 건강에 이롭다는 게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