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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일상의 우울감과 다른 산후우울증

 


영화 ‘82년생 김지영’이 흥행하며 여자의 삶이 재조명되는 기회가 됐다. 임신과 출산으로 인한 경력 단절과 산후우울증, ‘시월드’ 등 이 시대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준 작품이기도 하다.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보건소에서 산후우울증 고위험군으로 판정받은 산모는 2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산후우울증은 누구나 겪는 흔한 질병이고, 상담과 진료를 통해 호전될 수 있는 질병이다. 하지만 많은 산모들이 방치되고 있으며, 산후우울증에 대한 인식 제고와 관리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후우울증, 왜 생길까?

 

원인은 일차적으로 여성호르몬의 변화 때문으로 추정된다. 성장 호르몬과 갑상선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과거보다 산후우울증이 급격히 주목받는 이유는 출산 연령, 출산율 등 여러 환경 변화 때문이다.

 

예전보다 평균 출산 연령이 늦어지다 보니 생물학적으로 출산 후 회복 속도가 더디고 체력적으로 힘들어진 반면 하나뿐인 아이를 완벽하게 키워야겠다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핵가족화로 주변 도움 없이 독박 육아를 하는 영향도 크다. 여기에 경력단절 혹은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자신에 대한 연민으로 이어져 산후우울증이 생기기도 한다.

 

 


산후우울증 증상은 어떠할까?

 

보통 출산 후 산모 10명 중 3~7명은 사소한 일에도 슬퍼지고 불안, 피곤함, 짜증이 나고 이유 없이 눈물이 흐르는 산후 우울감(Baby Blues)이 나타나는데 대개 1주일 정도 지나면 없어진다. 이는 흔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우울감과 함께 엄마로서 자신감이 없어지며 불면증, 식욕감퇴, 불안장애,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인지 기능의 저하, 흥미 감소, 짜증 증가 등 증세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로 2주 이상 나타난다면 정신 건강 전문의를 찾아 상담을 받는 것이 좋다. 특히 35세 이상의 고령 산모는 산후우울증의 고위험군이므로 산후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 출산 전에 출산과 양육에 대한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산후우울증은 아가에게도 악영향

 

증상이 심한데도 불구하고 ‘이러다 말겠거니’ 하며 지나치고 제때 치료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우울증으로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반드시 자신의 상황을 유심히 체크할 필요가 있다. 산후우울증은 본인뿐 아니라 아가에게도 나쁜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최근에 나왔다. 산모가 산후우울증을 겪을 경우 신생아도 스트레스를 받는 혈중 코티졸(Cortisol)이 정상인보다 크게 높아지기 때문에 아이가 자란 후에 스트레스에 민감한 체질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치료는 배우자와 함께 받는다

 

출산 후 찾아오는 신체나 기분의 변화는 아내가 원한 것이 아니므로 상담 및 치료는 남편도 함께 받는 것이 중요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산후우울감은 남편의 도움 여부와 관계없이 발생하지만 산후우울증은 남편이나 가족들의 지지를 받지 못할 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남편은 가장 가까이서 아내를 감싸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가슴 아픈 상처를 줄 수도 있는 존재다. 남편을 배려하느라 혼자 스트레스 받지 말고 대화를 깊이 나누며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다.

 

 


임신 중 정신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수칙

 

1. 스스로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현실적으로 생각하고, 피곤할 때는 충분히 휴식을 취한다.

2. 하루 30분씩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3. 규칙적으로 건강한 식사를 한다.

4. 심호흡과 근이완 요법을 연습한다.

5. 편안하고 즐겁게 해주는 상대와 시간을 보낸다.

6.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7. 다른 예비 부모와의 교류는 서로를 도와줄 수 있다.

8. 도움이 제공된다면 기꺼이 받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한다. 





<출처: 대한신경정신의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