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우리 국민에게 익숙한 세균이다. 특히 위 내시경 검사에서 헬리코박터 양성 판정을 받으면 겁이 덜컥 난다. 위궤양∙위암을 일으키는 세균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헬리코박터는 비(非)위생적인 물을 통해 전파되는 수인성(水因性)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가 음식을 씹어서 자녀의 입 안에 넣어주면 침을 통해 감염될 수 있다. 음식이나 술잔을 돌려 마시는 것도 감염 원인이 될 수 있다. 침이 묻은 음식을 공유하지 않으며 물을 끓여 마시는 것이 손쉬운 헬리코박터 감염 예방법이다.
헬리코박터의 주 활동 무대는 위(胃)다. 한국인은 절반 이상이 위에 헬리코박터를 보유하고 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위생 상태가 나아지면서 많이 개선된 수치다. 다행히도 소아∙청소년의 감염률은 10% 내외로 감소됐다. 성인 감염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 남성의 위암 발생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헬리코박터에 감염되면 위암에 걸릴 위험성이 3∼8배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리코박터에 감염됐다고 해서 모두 위암에 걸리는 것은 아니므로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헬리코박터 감염에 위축성(萎縮性) 위염∙장상피화생(腸上皮化生, 위 벽의 점막이 소장 벽의 점막처럼 변한 상태) 등이 동반돼야 위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위암의 원인에서 헬리코박터 감염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사실이나 짜고 비(非)위생적인 음식 섭취 등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등도 위암 발생에 관여한다. 헬리코박터에 감염되면 급성 위염∙만성 활동성 위염∙만성 위축성 위염∙장상피화생∙위궤양∙십이지장궤양∙위암 등 다양한 소화기 질환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감염돼도 증상이 전혀 없는 사람도 많다.
만약 검사에서 헬리코박터가 검출되면 균(菌) 죽이는 이른바 제균(除菌) 치료를 받아야 할까? 헬리코박터 감염이 확인됐더라도 소화 불량 정도의 증상에 그친다면 현재는 제균 치료 대상이 아니다. 대개 위궤양∙십이지장궤양∙림프종이 있거나 가족 중 위암 환자가 있거나 위암 수술을 받은 경우 균을 없애는 치료에 들어간다.
일본에선 헬리코박터가 만성 위염을 일으킨 것으로 판단되면 균을 없애는 적극 치료를 권한다. 이는 헬리코박터 감염 초기에 균을 죽이면 위암 발생이 줄어든다는 일부 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것이다. 의료계에선 헬리코박터 감염이 있으면서 만성 위염 진단을 받으면 균을 없애는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더 우세하다.
헬리코박터는 세균의 일종이므로 제균 치료엔 항생제 처방이 필수적이다. 헬리코박터는 한 종류의 항생제론 죽이기 힘들다. 보통 세 가지 약(위산억제제 1종+항생제 2종)을 함께 처방한다. 약을 여럿 복용하므로 설사∙입맛 변화∙알레르기 등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성인 대상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성공했다면(균이 모두 죽었다면) 재감염 가능성은 연간 5% 미만이다.
헬리코박터 감염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식품도 있다. 녹차∙유산균 발효유(ex 요구르트)∙홍삼 등이다. 이들은 항생제가 아니므로 헬리코박터를 직접 죽이진 못한다. 균의 증식을 멈추거나 늦추는 데는 도움이 된다. 특히 녹차가 헬리코박터 증식 억제에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마늘도 헬리코박터 살균을 도와 궤양 예방을 돕는다. 생강과 꿀을 함께 섭취하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위 속의 헬리코박터를 청소한다. 뉴질랜드 와이카토대학 연구진은 마누카 꽃에서 얻은 꿀(마누카 꿀)이 헬리코박터의 성장을 멈추게 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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