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햄버거병’ 공포가 지난 7월 초 경기도 안산의 한 유치원에서 집단 식중독 사고가 터지고 의심 환자까지 속출하면서 다시 커지고 있다. 코로나19와 더불어 햄버거병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학부모들의 걱정도 나날이 늘어가는 추세다.
햄버거병은 그리 오래된 질환은 아니다. 40여 년 전인 1982년, 미국의 오리건주와 미시간주의 맥도날드 매장에서 햄버거를 먹은 어린이 40여 명이 단체로 경련성 복통을 동반한 식중독 증세를 보였다.
조사 결과 이들은 오염된 쇠고기 분쇄육에 있던 장출혈성 대장균(EHEC)의 병원체 ‘O-157:H7’으로 인해 장염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들 가운데는 콩팥에 심각한 손상이 생겨 평생 투석 치료를 받는 경우도 있었다. 당시 피해자들이 햄버거를 먹고 감염됐다는 이유로 ‘햄버거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국에서 햄버거병이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올라온 계기는 4년 전이었다. 평택에 거주하던 4살짜리 아이가 햄버거병에 걸렸고 해당 업체에 소송을 제기하며 주목받았다. 현재 안산 상록구에서 100명이 넘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집단으로 식중독 증상을 보이며 일부 아이들이 햄버거병 증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햄버거병이 다시 가시화된 것이다.
햄버거병은 장출혈성 대장균(EHEC)에 의해 발생한다. 가축의 내장 등에 주로 존재하는 이 세균은 가공상의 문제로 고기나 오염된 퇴비로 기른 채소에 묻어서 오염된다. 해당 고기나 채소를 먹으면 장염이 생기고, 병이 악화되면서 대장균이 분비하는 독소로 인해 신장이 손상을 받아 망가지게 된다. 이렇게 생기는 병이 ‘용혈성 요독 증후군’인데, 이게 바로 햄버거병이다.
면역체계가 완성된 성인의 경우에는 1~2주 이내에 후유증 없이 호전된다. 하지만 5세 미만의 어린이나 노년층에서는 이 균에 매우 취약해 햄버거병에 걸리기 쉽다. 따라서 아이나 어르신이 복통∙설사를 동반한 혈변, 구토 증세가 보인다면 빠르게 병원에 내원해야 한다.
장출혈성 대장균의 잠복기는 3~4일로 알려져 있다. 3~4일 이내에 고기, 야채 등을 먹은 적이 있다면 지체하지 않고 병원에 빠르게 내원해야 한다. 의심 증상인 설사를 시작한 지 2∼14일 뒤에 소변량이 줄고 빈혈 증상이 나온다.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기도 하며, 경련이나 혼수 등 신경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특히 지사제나 항생제를 투여받을 때 이런 증상이 자주 발생한다. 2명 중 1명꼴로 신장 기능이 손상돼 투석과 수혈 등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햄버거병을 예방하는 최선의 방법은 여름철 날음식을 피하는 것이다. 야채나 과일도 깨끗이 씻어 먹어야 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생선회와 육회 종류를 피하고, 다진 고기는 속까지 완전히 잘 익혀야 한다. 오염된 칼과 도마로 조리한 야채나 과일도 위험할 수 있어 주방 기구를 청결히 관리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어린이들은 오염된 식수를 마시는 것도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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