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각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있다. 치료제나 백신이 이른 시일 안에 개발되지 않는다면 코로나19 유행을 완전히 종식하기 어려울 거라는 부정적인 전망마저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지구촌이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서는 치료제와 백신이 필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세계 200여 개 기업들이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작용 성분이나 원리, 개발 단계 등이 천차만별인 데다, 코로나19가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성공이냐 실패냐를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지난 6월 22일 기준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등록된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임상시험은 총 941건에 달한다. 치료제가 905건으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나머지 26건이 백신 후보물질 임상시험이다. 국내에선 같은 날 기준으로 치료제 13건, 백신 2건에 대한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임상시험 건수에서도 볼 수 있듯, 의료계와 과학계에선 백신보다 치료제 상용화가 좀 더 빠를 거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실제 환자에게 투여하면서 바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치료제가,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접종해 효능은 물론 장기적인 안전성을 확보해야 하는 백신보다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치료제로 꼽히고 있는 성분은 미국 제약사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당초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해왔던 ‘렘데시비르’다. 국내외에서 이미 많은 환자에게 임상시험으로 투여되고 있고, 길리어드 사이언스 측도 각국에 렘데시비르를 공급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 외에 ‘덱사메타손’과 ‘시클레소니드’ 등 여러 약 성분이 코로나19 치료용으로 쓸 수 있는지를 놓고 임상시험이 이뤄지고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인 덱사메타손은 최근 영국 임상시험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사망률을 낮췄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천식 치료제 성분인 시클레소니드는 실험실에서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이 확인돼 국내 기업과 연구자들이 임상시험에 나섰다.
코로나19는 신종 감염병이기 때문에 당연히 고유한 치료제가 없다. 신약을 개발하려 해도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기존에 출시됐거나 개발 중인 다른 질병의 약 중 코로나19에도 효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것들을 찾아내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약물 재창출’이라고 부른다.
사실 약물 재창출로 코로나19 치료제를 확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는 초기보다 줄어들고 있다. 주요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주목받았던 말라리아 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과 에이즈(AIDS) 치료제 ‘로피나비르∙리토나비르’가 임상시험에서 의미 있는 결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이 두 성분의 코로나19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백신 개발도 기대만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가장 개발 속도가 빠른 백신이 유전자(DNA, RNA) 백신인데, 이는 지금까지 어떤 질병에 대해서도 상용화한 적이 없는 신기술이다. 상용화에 성공하더라도 다른 백신들과 비교해 임상연구 데이터가 턱없이 부족한 만큼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서 유전자 변이가 속속 보고되고 있는 것도 백신 개발의 불확실성을 높인다. WHO는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 6만 개를 모아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약 30%에서 유전자 변이 징후가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유전자에 변이가 생기면 바이러스의 병독성이나 전파력에 변화가 일어나 기존에 개발 중인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상용화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평소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방역 수칙을 지키는 게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가까이 모이는 장소에는 되도록 가지 말고, 실내 공간은
매일 주기적으로 환기하며, 자주 만지는 물품 표면은 꼼꼼히 소독하는 게 좋겠다. 손을 30초 이상 자주 씻어야 함은 물론이고, 마스크 착용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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