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엔 멀쩡하다가 주말만 되면 갑자기 피곤해지는 사람이 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쌩쌩하게 일하고 나선, 토요일과 일요일 계속 우울하거나 예민한 상태로 지내는 식이다. 직장에서 긴장한 채로 바짝 일하다 집에 편안하게 있으니 긴장감이 풀어져서 나타나는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혹시 커피 때문은 아닐지 한 번쯤 생각해볼 만하다. 평일 내내 하루 몇 잔씩 커피를 달고 지내다 주말에 갑자기 안 마시게 되면 카페인 금단 현상이 갑작스런 피곤함이나 예민함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커피를 마신다. 출근 직후 멍한 상태에서 깨어나 맑은 정신으로 일하기 위해서, 쌓여 있던 피로나 졸음을 날려 버리기 위해서, 암기나 공부가 좀 더 잘 되는 것 같아서 등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카페인의 효과는 다양하다.
카페인은 커피나무나 코코아, 구아바 등에 들어 있는 성분으로,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커피를 비롯해 카페인이 들어 있는 음료를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고, 졸음이 달아나고, 인지능력이나 암기력이 일시적으로 향상되는 게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효과는 오래 가지 못한다. 건강한 어른의 몸 안에서 카페인은 짧게는 3시간, 길게는 10시간 만에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카페인의 효과에 의존하는 경향이 큰 사람은 그래서 계속 카페인을 찾게 되고, 심해지면 결국 카페인 중독에 이르는 것이다.
미국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신체적, 정신적으로 병이 없으면서 최근 하루에 커피를 2, 3잔(카페인 총 250mg) 이상 마신 사람이 △안절부절못함 △신경질적이거나 예민함 △쉽게 흥분함 △잠이 잘 오지 않음 △얼굴 홍조 △소변이 잦거나 양이 많음 △소화불량 같은 위장장애 △생각이나 말이 두서 없음 △근육 경련 △주의 산만 △지칠 줄 모름 △맥박이 빠르거나 불규칙 등 12가지 중 5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카페인 중독을 의심해봐야 한다.
카페인을 지나치게 자주 또는 많이 섭취하던 사람이 갑자기 끊게 되면 금단 현상마저 나타날 수 있다. 가장 흔한 증상은 두통이다. 갑자기 피곤해지거나 산만해지는 경우, 별다른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예민해지는 경우도 카페인 금단 현상일 가능성이 있다.
구역질, 졸음, 근육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카페인을 하루 500mg 이상씩 섭취하다가 갑자기 끊은 사람에게도, 하루 1~2잔씩 꾸준히 마신 사람에게도 금단 현상은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금단 증상은 대개 카페인 섭취를 중지한 12~24시간 안에 생기고, 하루 이틀 심하다가 일주일 안에 나아진다.
카페인 중독이나 금단 현상을 피하겠다고 커피를 갑자기 끊는 건 오히려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1, 2주에 걸쳐 서서히 섭취량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 커피를 디카페인 커피와 번갈아 가며 마시는 것도 한 방법이다. 커피를 내리거나 우려내는 시간은 되도록 짧게 하는 게 좋다. 짬이 나는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는 대신 운동이나 산책을 하고, 평소 식품에 함유된 카페인 함량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면 좋겠다.
커피나 홍차, 녹차 외에 청량음료, 커피우유, 초콜릿, 아이스크림, 과자 등에도 카페인이 종종 들어 있다. 커피우유 200mL에는 카페인이 47mg, 콜라 250mL 한 캔에는 23mg, 초콜릿 30g짜리 한 개에는 16mg, 커피맛 아이스크림 150mL엔 29mg 포함돼 있다. 이런 식품을 무심코 먹다간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카페인 섭취 기준량을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아이들은 몸 안에 카페인이 어른보다 오래 남는다고 알려져 있다. 카페인은 다른 음식에 들어 있는 칼슘이나 철분이 몸에 흡수되는 걸 방해하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성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의 카페인 하루 섭취 기준량은 소아∙청소년의 경우 몸무게 1kg당 2.5mg 이하, 임산부 300mg 이하, 성인 400mg 이하다. 성인은 하루 카페인 섭취량이 500mg 이상이면 카페인 중독이나 금단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청소년은 200mg 이상만 섭취해도 두통이나 우울증 등이 생길 수 있다.
<도움=노원을지대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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