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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이젠 건강을 위해 페인트도 구분해야 한다

 

 

세상을 아름답게 칠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두워진 뒷골목 그늘진 담벼락에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들이 그려지면 말이다. 하지만 페인트도 이제 구분해야 할 시대. 건강에 치명적인 납 성분은 물론 미세플라스틱 등이 포함돼 이 지구를 그리고 인간을 병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납 저감 페인트의 시대

 

우리는 줄곧 납이 많이 포함된 페인트 안에서 살아왔던 것일까? 서울시는 앞서 지난 9월 ‘국제기준 준수 납 저감 페인트 사용 다자간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수준인 0.009%(90ppm) 이하의 납이 함유된 페인트만 사용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뜻을 같이한 5개 페인트 제조기업과 한국페인트잉크공업협동조합, 서울시설공단, SH공사, 녹색서울시민위원회 등이 참여했다. 앞으로 서울시는 협약 이후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공공시설물과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분양임대관리하는 공공주택 등의 내외관에 납 함류량이 낮은 페인트를 사용하게 된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납 중독은 전 세계 질병을 유발하는 요인 중 약 0.6%를 차지하고 있다. 보통 납 노출에 있어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기준 자체는 없지만 세계보건기구는 페인트 내 납 질량분율을 0.009% 이하로 규제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상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납 성분 없는 페인트가 건강에는 더 좋다는 말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납 저감 페인트 사용 움직임과는 달리 국내의 경우엔 그동안 좀 관대했다. 국내에선 관련 법령에 따라 어린이 제품의 경우 페인트 내 납 질량분율 0.009% 이하로 규제하고 있고, 어린이 활동공간은 페인트 내 납 질량분율 0.06%(600mg/kg) 이하로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 이외의 모든 용도에서는 페인트에 들어가는 납 규제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친환경 아닌 천연페인트 등장

 

친환경 페인트는 정말 인체에 전혀 무해한 제품일까? 수년 전 한국소비자원은 친환경 혹은 무독성 실내용 페인트 20개를 조사한 결과 19개의 제품에서 가습기 살균제에 들어가는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 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 BIT(벤조이소치아졸리논) 등 이소치아졸리논계 혼합물과 화합물이 검출됐다고 밝힌 바 있다. 검출된 물질들은 새집증후군이나 아토피 등 피부 과민반응을 유발할 수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표시 기준이 없어 경고 문구 없이 팔려 왔다.

 

또 조사한 17개 제품에서는 독성을 띠는 휘발성 유기 화합물이 들어있음에도 없거나 인체에 무해한 제품처럼 홍보한 것이 드러났다. 그리고 8개 제품은 실제 함유량이 표시량보다 많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친환경을 표방해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그린워싱(greenwashing) 기업인 셈이다.

 

 

BIT만 검출된 일부 기업에서는 흡입하거나 경구로 섭취하지 않는 한 위험성이 낮다고 주장하며 아직 표기 의무에 대한 법령도 마련돼 있지 않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페인트로 사용할 경우 인체에 해가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주장이지만 천연페인트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좀 다르게 해석한다.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으면 인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페인트의 특성상 굳으면 언젠가 다시 미세플라스틱이 돼 지구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연페인트를 만드는 이들은 흙이나 조개껍데기, 돌 등을 갈아 색을 내고 마지막에는 다시 자연으로 되돌려줘야 친환경적이라고 주장한다. 다만 기존 페인트 제품보다 비싼 가격과 미비한 제품개발 및 홍보 등이 천연페인트 제조업자들이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