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이 아닌 집에서 마시는 술을 뜻하는 ‘홈술’은 코로나19 대유행이 불러온 트렌드 중 하나다. 특히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가 2단계 이상으로 격상돼 일반음식점 영업시간이 오후 9시까지로 제한될 때 홈술이 인기를 얻고 있다. 그에 대한 근거로 2020년 4분기 편의점 소주 매출이 전년보다 50~60% 증가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음주로 인한 행복함은 좋아 보일 뿐, 좋은 것이 아니다.“
영국에서도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류 소비량이 증가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인들의 50%가량이 예전보다 술을 더 많이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탓에 주로 집에서 갇혀 지내면서 사람들의 스트레스가 예전보다 늘었고, 스트레스를 잊기 위해 술을 마시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주는 스트레스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고, 건강에도 좋지 않다. 만약 건강검진에서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면 술을 줄이거나 끊어야 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애주가들이 자신의 음주를 합리화하기 위해 동원하는 변명을 몇 가지 소개한 뒤, 새해에는 변명하지 말고 절주와 금주를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장 대표적인 변명이 ‘오늘 하루 수고했으니까 술 한잔하면서 피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온종일 고생한 자기 자신을 위한 보상 차원에서 ‘홈술’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보상을 술이 아닌 다른 것으로 바꾸라고 권한다.
음주를 통해 스트레스를 잊는 것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니 차라리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만화책을 읽거나, 보고 싶었던 영화를 한 편 보는 등 다른 보상 방법을 찾는 게 좋다는 것이다. 집에 술을 쟁여두는 습관도 중단해야 한다.
”더 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 음주는 이제 그만“
절주와 금주를 위해서는 ‘불안과 걱정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신다’는 명분도 내려놓아야 한다. 코로나19는 미래를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사람들의 불안감을 조장한다. 지인들과 만날 수 없고, 근무 형태가 재택근무로 전환돼 사회생활이 일시 정지된 것도 불안을 키우는 요소다.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야 할 때 술이 잠깐의 용기는 줄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술을 마셔도 현실은 그대로이고 불안한 마음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불안하고 우울할 때 술에 의존하기보다 그 현실을 견디고 버텨야 한다고 조언한다. 어려운 상황을 무사히 넘기고 살아남았을 때 자아존중감이 더 높아지고 더 강인한 사람이 될 수 있다.
애주가들의 또 다른 변명은 자신의 음주가 ‘착한 소비’에 해당한다고 합리화하는 것이다. 이는 자영업자나 중소기업이 제조, 판매하는 수제 맥주를 마실 때 주로 등장하는 구실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술을 마실 때 중요한 것은 제조·판매업자가 대기업인지 자영업자인지가 아니라 술의 도수와 양이라고 지적한다. 대기업의 도수가 낮은 라거 맥주를 마시는 게 자영업자의 도수가 높은 에일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 건강에 낫다는 얘기다.
”술의 유혹, 누구나 피할 수 있다.“
한 번 과음했다고 해서 ‘나는 술에 졌다’고 생각하며 절주·금주를 아예 포기하는 마음가짐도 버려야 한다. 과음했다면 과음에 이르게 된 일련의 과정과 이유를 되짚어보고,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면 어떤 점들에 유의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술의 유혹에 무릎 꿇을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패배 의식을 버리고 과음을 점차 줄여나가는 게 절주·금주를 위한 시작이다.
경향신문 최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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