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손톱을 물어뜯거나,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피부를 긁거나, 피부 표면의 무언가를 짜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행동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충동적으로 되풀이하고 있다면 이는 단순히 습관을 넘어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 되기도 한다.
최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기존에 갖고 있던 이런 행동이 악화하거나 이런 행동을 시작한 사람이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정신건강의학에서 ‘신체 집중적 강박 행동’이라 부르는 이 증상은 스트레스와 불안, 지루함 등과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건강과 미래, 가계 경제에 대한 걱정과 불안, 또는 집에서만 지내야 하는 지루함이 이런 질환의 발현을 촉발했다는 얘기다.
미국 시카고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존 그랜트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피부를 만지거나 뜯거나 짜내는 강박 행동을 호소하는 신규 환자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외모를 가꾸기 위해 가끔 여드름을 짜거나 다리의 털을 제거하는 것 등은 강박 행동이라고 보지 않는다. 손·발·팔·다리·등·얼굴 등 손이 닿는 곳의 피부를 만지거나 뜯는 빈도와 강도가 통상적인 수준을 뛰어넘고, 빈도와 강도를 본인이 제어할 수 없다고 느끼며, 그런 행동이 신체에 상처를 남기는 수준이라면 신체 집중적 강박 행동을 의심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강박 행동을 치료하지 않는다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심각한 결과를 초래해 삶의 질이 악화한다고 말한다. 강박 행동이 신체에 지워지지 않는 흉터를 남길 수 있고, 이 흉터가 다시 스트레스의 원인이 돼 강박 행동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신체 집중적 강박 행동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치료하기 어렵다. 이는 어린 시절 손톱을 물어뜯다가 부모님에게 혼나도 성인이 될 때까지 그 행동을 고치지 못하는 사람들만 봐도 알 수 있다. 강박 행동을 치료하려면 정신건강의학 전문의의 진단과 처방이 필요하다. 병원 치료를 통해 자신이 언제 피부를 뜯거나 만지는 행동을 하는지, 무엇이 이런 행동을 유발하는지 알게 되고 이런 행동이 나타났을 때 멈추는 요령을 연습하게 된다. 강박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부지불식간에 피부를 뜯거나 만지기 때문에 자기 자신을 관찰하면서 자신이 피부를 뜯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치료의 시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강박 행동이 시작됐을 때 손을 바쁘게 만드는 게 치료법 중 하나라고 소개했다. 손으로 자신의 피부가 아닌 다른 물건을 만지거나, 손을 허벅지 밑에 깔고 의자에 앉는 행동치료법 등이 있다.
강박 행동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가까운 사람들의 공감과 응원, 지지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손톱을 물어뜯거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행동이 시작됐을 때 가족과 친구들이 단순히 ‘하지 마’ ‘그만 좀 해’라고 말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 대신 지금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무엇 때문에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 물어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좋다. 강박 행동을 하는 당사자도 자기 자신을 좀 더 너그럽게 대해야 한다. 눈앞에 닥친 힘든 상황에서 한 발 물러서 자신의 인생에 놓인 짐이 얼마나 많은지, 자신이 얼마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사는지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연민의 감정을 느끼는 게 강박 행동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향신문 최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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