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사삼(沙蔘. 더덕) 각로(閣老)의 권세가 중(重)하더니 지금은 잡채 상서(尙書)의 세력을 당할 자가 없구나.” 조선 시대 광해군 재임 때 민간에 회자 된 시(詩)의 한 대목이다.
사삼각로(더덕 정승)는 당시 좌의정을 지낸 한효순, 잡채 상서는 호조판서였던 이충이다. 이들이 임금에게 더덕 요리와 잡채를 바쳐 출세했다는 조롱이다.
더덕이란 이름의 유래와 재배지역
더덕이란 이름은 열매가 더덕더덕 붙어 있다고 하는 것에서 유래했다.
한편 더덕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재배할 수 있다. 특히 제주·강원 횡성과 중·남부 평야 지대에서 잘 자란다.
생김새가 비슷한 더덕과 도라지 구별법
도라지는 더덕보다 쓴맛과 향이 적으며 골이 낮고 가늘다. 또 진액이 나오지 않거나 적게 나온다.
더덕은 독특한 향과 맛이 있고 골이 깊다. 잘랐을 때는 진액이 나온다. 도라지보다 연하고 향기로워 우리 선조는 더덕을 훨씬 귀히 여겼다.
장 건강, 다이어트 등 건강에 좋은 더덕의 효능
말린 더덕 뿌리를 사삼(沙蔘)이라 한다. 모래에서 캔 삼이란 뜻이다. 더덕을 주로 반찬으로 먹는데도 이런 별명이 붙은 것은 우리 조상이 그 약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약효 성분은 인삼·산삼에도 함유된 쓴맛 성분인 사포닌이다. 뿌리를 자르면 흰 액이 나오는데 사포닌이 바로 진액 성분이다.
한방에선 더덕을 기관지 폐렴·천식 치료에 용한 약재로 치는데 사포닌이 폐 기운을 돋운다고 봐서다. 사포닌은 염증·궤양을 치유하고 담을 없애며 침 분비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더덕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 건강, 특히 변비 예방을 돕는다.
다당류의 일종인 이눌린이 풍부하다는 것도 돋보인다. 이눌린은 혈당 조절을 도와 ‘천연 인슐린’으로 통한다. 당뇨병 환자에게 더덕이 이로운 것은 이눌린 때문이다. 칼륨(고혈압 예방)·칼슘(뼈·치아 건강 유지)도 많이 함유돼 있다.
한편 과거 할머니들은 산모의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더덕을 권했다. 심지어 더덕을 젖나무로 표현한 중국 문헌도 있다.
더덕은 자연산과 오래된 것일수록 향과 약성(藥性)이 강하다. 요즘 시장에 나온 것은 대부분 재배 더덕이다. 양식 더덕은 맛이 담백해 요리에 쓰기엔 자연산보다 낫다.
더덕의 맛과 향
더덕의 맛은 쌉쌀하고 단맛과 쓴맛을 함께 갖고 있다. 씹을수록 진한 향이 남는 것도 특징이다.
더덕은 흔히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워 먹지만 이른 봄에 나는 연한 뿌리는 잘게 찢어 무쳐 먹어도 맛있다. 더덕의 100g당 열량은 78㎉에 불과해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더덕과 궁합이 잘 맞는 음식
더덕과 궁합이 잘 맞는 식품으론 술과 고추장이 꼽힌다. 술의 주성분인 알코올이 더덕의 웰빙 성분인 사포닌을 더 많이 우러나게 하는 데 기여하는 덕분이다.
더덕주는 “장가 두 번 가는 것보다 더덕주 한잔이 더 좋다”는 속담이 있을 만큼 별미다. 더덕구이를 고추장 양념에 찍어 먹는 것은 두 음식의 맛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맛 좋은 더덕 잘 고르는 법
더덕은 골이 깊고 연한 노란빛이나 흰색을 띠며 곁가지 없이 곧게 자란 것일수록 맛이 좋다. 반면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은 것은 맛이 떨어진다.
공기 중에 오래 노출돼 마르거나 변색한 것도 사지 말아야 한다. 껍질을 벗겼을 때 보풀보풀한 섬유 결이 보이는 것이 상품(上品)이다.
잎부터 뿌리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섭취가 가능한 더덕
더덕은 뿌리 모양에 따라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잔뿌리가 많고 통통한 것이 암컷, 매끈하고 길게 생긴 것이 수컷이다. 요리해 먹을 때는 수컷의 맛이 더 좋다.
더덕은 뿌리를 주로 먹지만 잎도 식용할 수 있다. 새순을 살짝 데치거나 생채를 길게 썰어 비빔밥·볶음밥·채소 무침 등에 넣으면 잘 어울린다. 잎이 큰 것은 말려서 차로 만들어 마셔도 좋다.
더덕 뿌리 손질은 흙을 물로 깨끗이 씻어낸 뒤 껍질을 제거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더덕 뿌리로 음식을 만들 때는 껍질을 말끔히 벗긴 뒤 소금물에 잠깐 담가 쓴맛을 우려낸다. 껍질은 물에 불리거나 끓는 물에 잠시 넣었다 빼면 잘 벗겨진다. 뿌리 가운데엔 단단한 노란색 심이 있어 요리할 때는 심을 떼는 것이 일반적이다.
더덕구이를 할 때는 더덕을 반으로 가른 뒤 방망이로 자근자근 두들겨 넓게 편다. 너무 세게 두드리면 섬유질이 조각나므로 적당히 두들기는 것이 요령이다.
보관은 냉장고에 하는 것이 원칙이다. 너무 오래 냉장하면 특유의 향이 줄어드니 주의해야 한다.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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