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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살아가는 이야기

절친한 친구한테 사기를 당한 후, 찾아온 행복


 

 절친한 친구한테 사기를 당해 재산의 절반을 날린 남편이 강물에 빠져 죽겠다며 난리치는 것을 붙잡고 다시
 시작해보자며 울부짖었던게 엊그제 같다.

 

 
그러고 보니 벌써 7년이 흘렀다. 있는 돈 없는 돈 닥닥 긁어모으고, 시댁에서 도움 좀 받아 시내 변두리에서 방 한 칸이 딸린 통닭집을 빌려 장사를 한지도 7년이 된 셈이다.

처음 시작할 때 통닭 튀김집에 딸린 방은 정말 초라했다. 미닫이문 하나가 달린 방은 둘이 누우면 돌아누울 수 없을 정도로 좁았다. 그 때문에 아이들 둘은 친정집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 아이들 생각하면 친정 엄마와 아이들에게 너무나 미안하다.

 


겨울철 삭풍에는 연탄을 때는 방에서 남편과 부둥켜안고 자면서 ‘내일은 좋아지겠지’ 하는 한 가닥 희망의 빛줄기를 그리며 잠을 청했다. 늘 돼지꿈이 꿔지기를 희망하면서….


하얀 입김이 천정으로 올라가며 인생살이의 고달픔을 전해줬지만 그렇게라도 장사를 시작할 마음의 여유가 있었고, 거기에 몰두할 수 있게 해준 남편에게 감사했다.


샐러리맨들은 퇴근 시간이면 우리 통닭 가게를 찾아와 맥주 한 컵 마시며 통닭 날개에 시름을 얹어 회포를 풀며 직장과 가족 이야기를 나누었다. 보험 대리점 소장님, 환경 미화원 아저씨, 술을 좋아하는 화물차 기사님이 단골이었다.이들은 기쁜 일이나 힘들었던 일, 슬픈 일이 있을 때면 우리 튀김집을 찾아와 부담 없이 시름을 달래곤 했다.


돌아가실 때는 집에 있는 꼬마가 튀김 닭을 좋아한다며 꼭 한 마리 덤으로 사가시던 분들. 우리 가게는 동네 사람들이 일상생활에 쌓인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공간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렇게 정들었던 이 튀김집을 정리해야 한다. 우리 통닭집이 있는 주변 전체가 깨끗이 주변 정리가 돼서 아파트가 들어 설 모양이다.


하지만 곧 그동안 모아뒀던 돈으로 더 큰 통닭집을 개업해서 또 다른 서민들의 휴식처가 될 것이다. 그간 미뤄두었던 살림살이를 차분히 정돈하였다.


그간 모아둔 적금을 털어 마련한 새 보금자리도 작지만 나에게는 궁전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방과 아담한 부엌과 조그마한 목욕탕이 있다. 처음으로 내 보금자리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 꿈만 같다. 그간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아끼면서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그게 시련일지라도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라고 했던 것처럼 부닥치며 뛰면 다 되더라는 말을 남기고 싶다. 내 주변의 모든 이웃이 성공해서 행복해지기를 바라면서….

 

신은영/ 경기도 안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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