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기치 않은 지병으로 저는 두 달 가까이 병원에 입원을 하고 있습니다. 제 몸 어딘가에 저도 모르는 돌멩 이 하나가 숨어있었나 봅니다. 1.5cm밖에 안 되는 그 작은 돌멩이 하나에 쓰러진 저는 307호실이라는 새 로운 집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
잠시 쉬었다가 가려 했던 것이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갑니다. 전 이곳에서 그동안 너무 익숙해서 차마 그 고마움을 몰랐던 인연들을 다시 만나게 되었습니다.
HD40인치 TV는 아니지만 저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오래된 TV라는 친구, 가끔씩 소화불량이 있는지 ‘쿵’ 하며 소리를 내는 낡은 냉장고 아주머니, 식사를 마치고 나면 이 방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넉넉한 의자 아저씨, 모든 것을 잊고 잠시 안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는 침대 부인…. 이들과행복하게 지내고 있으니 그들과 제가 은혜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하느라 사람에 시달기고 시간에 쫓기다보니 정말로 소중한 것을 망각하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 중 제일 미안한 인연은 제 아내였습니다. 결혼을 한 동반자라는 이유로 저는 아내에게 너무나 많은 요구를 하면서 살았습니다. 똑같이 직장 생활을 함에도 불구하고 집안 일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라 생각했습니다.
처가 일에는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하지 못하면서도 제 부모님께는 잘해주기를 은근히 원했고, 제가 일이 바쁘면 아무 말 없이 스스로 잘 살아주기를 바랬으며, 제가 힘들거나 지치면 무조건 제 편이 되어 위로해주기를 바랬습니다. 그런데도 아내는 저를 미워하고 원망하기보다는 ‘사랑’이라는 콩깍지에 눈이 멀어 오늘도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병실로 저를 찾아왔습니다.
저녁 먹는 것을 보고, 속옷을 챙긴 후 병실을 나서는 아내를 배웅하고 들어와 보니 아내가 놓고 간 편지가 보입니다.
‘ 잠시 쉼을 선택한 당신에게! 바지런한 꽃들은 찬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제 모습을 다 드러냅니다. 봄 햇살 한 줌만 있어 도 이렇듯 자연은 겨우내 잉태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주네요. 여보!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가 잠시 멈춰 서서 자 신이 온 길을 한동안 바라본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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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고 뜨는 것이 자연의 순리이듯 아내와 저의 만남도 우주의 질서인 것 같습니다. 비록 남들처럼 호사를 누리게 해주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제 마음은 항상 아내 곁에서 함께 할것을 약속합니다. 아내를 비롯한 모든 인연들과의 은혜를 새롭게 깨닫게 해 준 돌멩이에게 새삼 고마움을 전하는 밤입니다.
조일국/ 전북 익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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