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한은 공중의 컬러 볼을 플로어 바닥만을 향해 때리지는 않는다. 자신의 나태·자만·피로·공포심을 향해 갈기며, 자신이 신체와 정신을 단련시킨다. 진정한 스포츠는 스스로와 싸우는 것이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위기와 극기의 한가운데로 자신을 내몰며 이뤄내는 김요한의 발리볼 디톡스법을 살펴본다. |
※ 디톡스(Detox)는 인체 내에 축적된 독소를 뺀다는 개념의 제독요법을 말한다. ( 참고: Daum백과 )
잘 때리고 잘 막는 요한이 되기까지
힘과 높이라는 요소는 배구 선수에게 의문의 여지가 없는 필요조건이지만 용기가 없다면 그 성공은 막연해진다. 하지만 김요한에게는 그것이 철철 넘치도록 많다. 그러나 김요한은 이제 힘을 절제하는 것, 세기를 다듬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쉽게 내지르기 보다는 참고 숨기며 자신의 몸속에서 힘을 기르는 것이 더 강하고 가벼워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컬러 볼을 쥐고 있는 그의 크고 굵은 손마디를 지켜보면서 악수를 할 때 느껴지던 단단한 손바닥에 생각이 미친다. 중력이 잡아당길 수 없는 속도로 컬러 볼을 때리고 날리는 동안 그의 커다란 손은 무쇠처럼 단단해졌고 손아귀는 무엇이든 집고 부술 수 있는 용력을 지니게 됐다. 하지만 산전수전 공중전을 다 치른 손에 비해 그의 눈동자는 매우 투명하다. 쌍꺼풀이 진하고 눈초리가 길어 날렵하고 가차 없는 눈빛을 던지지만 그 속은 너무 맑아서 아무 생각이 없어 보인다.
“ 동료들은 제가 힘들어하거나 지쳐 있는 모습을 통 볼 수 없다고 얘기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저도 사람인데 인터벌 트레이닝과 5세트까지 가는 접전이 왜 힘들지 않겠어요. 가쁜 숨이 목을 타고 올라오고 그 다음엔 쓴물이 올라오죠. 하지만 승부욕, 꼭 이겨야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고 그것이 고된 순간을 견디게 하며 다시 점프를 하게 만들어요.
하지만 그런 노력들은 발목 접질림과 허리통증을 유발하면서 배구선수를 벼랑으로 몰고 가죠. 승부욕이 때로는 엄청난 추진력이 돼줄 때가 있지만 그것에 너무 의존해서 운동을 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무리는 몸의 밸런스를 깨뜨리고 그런 상태에서는 풀세트까지 이어지는 긴 레이스를 좋은 컨디션만으로 뛸 수 없거든요.
운동선수가 파울을 하거나 기복을 보이는 건 체력상태가 좋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거죠.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운동 역시 체력이 좌우하는 세계에요. ”
적은 너무나 많다, 나태·부상·무거워진 몸 등
모든 운동선수들이 겪는 어려움이겠지만 김요한 역시 휴식을 취하고 몸을 회복시킬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충이다. 1m가 넘는 긴 다리를 비좁은 이코노미 클래스에 구겨놓고 몇 시간씩 날아가서 벌이는 해외원정 경기는 그를 지례 지치게 만든다. 3시간 30분의 짧은 비행이지만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도 그에게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 늘 지적을 받는 부분이지만 서브를 넣고 재빠르게 수비 포지션을 취하는 일이 왜 그렇게 힘들고 더딘지 모르겠어요. 광저우까지 가서도 내리 사흘을 쉬지 않고 그 훈련에 집중했지만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다이겨놓고도 결승 티켓을 일본에 내주고 말았죠.
여름엔 입에서 당기는 냉면 대신 뜨거운 보신탕을 먹고 겨울엔 좋아하는 마시멜로 커피 대신 시퍼런 브로콜리만 먹어가며 몸을 다듬었지만 몸은 예전처럼 가뿐해 지지 않는 거예요. 밤엔 잠도 못 이루면서 그 이유가 뭔지 곰곰히 생각해봤죠. 난 이제 겨우 스물여섯 살이니까요. ”
스릴은 요한을 춤추게 한다
배구선수는 높이 뛰어올라 컬러 볼을 때리는 일도 잘해야 하지만 낙담으로부터 자신을 추스르는 일도 잘 해야 한다. 유독 리듬을 타는 경기여서 경직되거나 헤이해지면 승부는 걷잡을 수 없이 휘청이게 되기 때문이다.
“ 코트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스스로에게 말을 해요. 오늘 찌꺼기 하나 남기지 말고 내 모든 에너지를 코트에 쏟아 붓자고요. 그게 저에게는 카타르시스고 디톡스인 셈이죠. 이제 숙적이 됐든 천적이 됐든 어떤 팀을 만나도 두렵거나 긴장하지 않아요. 난 이제 커다란 승부일수록 무장하기보단 자유로워지려 해요. 긴장을 많이 하면 높이 점프하는 게 불가능해지거든요. ”
승리에 대한 압박감이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럿이다. 그것을 흡수하며 성공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그로 인해 숨 막혀 하는 선수도 있다. 김요한의 최대 강점은 시소게임의 어려운 상황을 조마조마해하기보다는 그 긴장된 상황을 무척 좋아하고 동경한다는 점이다.
김요한은 공중의 컬러 볼을 플로어 바닥만을 향해 때리지는 않는다. 자신의 나태·자만·피로·공포심을 향해 갈기며, 신체와 정신을 단련시킨다. 진정한 스포츠는 스스로와 싸우는 것이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모든 요소를 지니고 있다. 빠른 동작, 위력적인 스파이크, 경쾌한 다이빙, 그리고 셔츠와 술을 싫어하는 취향과 해변에서 태운 듯한 피부, 짧은 팬츠 아래로 드러난 길고 튼튼한 다리 등….
Plus Interview_ 김요한이 디톡스에 대해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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