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호미숙 여행작가입니다.
머리가 맑아질 정도로 추운 겨울날입니다.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즈음 강화도의 전등사를 찾았습니다.
겨울의 산사를 찾으면 더욱 고요하고 적막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간간이 들리는 새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소리 그리고 바람에 비비대는 나뭇잎 소리 등이 고즈넉함을 더해줍니다. 서울에서 멀지 않은 인천의 섬인 강화도는 서울에서 가장 인접한 섬 여행지이기도 합니다.
단군부터 조선까지 역사가 깃든 강화도
강화도는 우리나라의 역사가 시작된 섬으로, 국조 단군의 개국과 역사를 같이 하는 고장입니다. 단군왕검이 마니산 참성단에서 하늘에 제사를 지낸 때부터 오늘날까지 숱한 역사가 펼쳐진 곳입니다. 나라가 위급해지고 풍운이 몰아칠 때마다 호국정신으로 지켜낸 강화도입니다.
강화도는 몽골의 침입과 병인 · 신미양요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란을 겪은 역사 유적이 여러 곳이 있습니다. 또한 외국의 문물이 강화도 바닷길을 통해 육지로 드나들던 관문이기도 했습니다. 강화도는 가볼 만한 관광명소가 많은 만큼 열린 역사박물관이라고 표현하곤 합니다.
고구려에 지어진 사찰, 강화도 전등사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전등사로 37-41”
대한불교조계종 직할 교구 본사인 조계사의 말사로 고구려 소수림왕(381년) 때 아도와상이 창건, 대웅전, 네 귀퉁이 기둥 위에는 여인의 형상이라고 하는 나녀상(裸女像)이 추녀의 하중을 받치고 있습니다. 중요 유물로는 보물 제393호인 전등사 철종과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45호인 전등사 법화 경판이 있습니다.
정교한 조각 장식이 으뜸인 보물 제178호, 강화도 전등사 대웅보전
보물 제178호로 지정된 대웅보전은 규모는 작지만 단정한 결구에 정교한 조각 장식으로 꾸며져서 조선 중기 건축물로서는 으뜸으로 손꼽힌다고 합니다. 특히, 건물 내부 불단 위에 꾸며진 닫집의 화려하고 정치한 아름다움은 건축 공예의 극치를 이루고 있다.
보마다 용틀임으로 장식되면서 용두가 네 귀퉁이에서 돌출해 나오며 천장 주변으로는 연, 모란, 당초가 화려하게 양각되고 중앙 우물 반자 안에는 보상화문이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강화도 전등사 대웅보전 여인상에 깃든 전설
전등사의 오래된 전설이 있는 벌거벗은 여인상을 볼 수 있습니다. 처마 아래 네 모서리마다 기둥 윗부분에는 벌거벗은 여인상의 조각이 있습니다. 그것은 절을 짓던 목수의 사랑을 배반하고 도망친 여인을 조각한 것으로 나쁜 짓을 경고하고 죄를 씻게 하려고 추녀를 받치게 했다고 합니다.
색다른 사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강화도 전등사 내 무설전과 죽림다원
기존 가람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지하에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게 되었답니다. 외부는 크게 표 나는 부분이 없지만, 내부는 현대식 공간으로 조성한 이색적 법당이자 복합 문화공간입니다.
죽림다원은 전등 경내에 있는 전통차 전문점입니다. 아담한 연못과 어우러진 외부, 품위 있고 아늑한 분위기의 찻집 내부는 색다른 느낌 주어 가족, 연인, 단체가 함께 담소를 나누기 좋은 장소입니다. 솔바람이란 이름의 솔잎차와 모과차 등 다양한 전통차와 간단한 다과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전등사에는 300년 수령의 팥배나무도 있고 경내에는 400년 수령의 느티나무도 볼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전등사 들어서는 입구에도 많은 거목인 노거수를 볼 수 있습니다.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46호, 강화도 전등사 청동수조
인천시 유형문화재 제46호인 ‘전등사 청동수조’는 예전에는 대웅보전 옆에 있었는데 지금은 대조루 앞으로 옮겨 유리판을 덮어 전시하고 있습니다. 고려 충렬왕 때 정화 공주가 시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명문(銘文, 금석이나 기물 등에 새겨 놓은 글)이나 제작과 관련된 글이 없어 고려 말이나 조선 초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 수조는 바리(스님들의 밥그릇) 형태로 구연부(口緣部, 대접ㆍ병ㆍ항아리 등의 입구)는 덧띠를 두르고 있으며, 지름 112cm와 높이 72cm로 꽤 크다. 보통 사찰의 수조는 큰 돌 내부를 파서 물을 담아 쌀이나 그릇을 씻거나 김장철에 배추를 절이는 데 사용됐다고 합니다.
강화도 전등사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포인트 : 약사전, 명부전, 대조루
약사전 보물 제179호로 지정된 약사전은 대웅보전 서쪽에 위치하는 건물로 대웅보전과 거의 같은 양식의 건물입니다.
명부전에는 지장보살상을 비롯해, 시왕·귀왕 등 모두 29존상이 모셔져 있습니다. 대개 명부전은 지장전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죽은 이를 재판하는 시왕이 있는 곳은 명부전, 지장보살을 모셨을 때는 지장전이라고 부릅니다. 이 전각은 죽은 사람들이 49일이 지나 재판받을 때까지 그들의 넋을 위해 치성을 드리는 곳입니다.
전등사의 남동쪽으로는 멀찌감치 강화해협이 내려다보인다. 강화해협은 일명 ‘염하’라고도 부릅니다. 대조루에 오르면 이 염하를 한 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전등사의 남문이나 동문으로 올라와 두 길이 합치는 지점에 이르면 2층 건물이 보이고 1층 이마에는 ‘전등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습니다. 이 건물이 바로 전등사의 불이문 구실을 합니다.
강화도 전등사를 에워싸고 있는 삼랑성
전등사 일대를 에워싸고 있는 삼랑성은 국가사적 제13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이 성은 고대 토성의 흔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으로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단군의 세 아들인 부여·부우·부소가 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후 토성 자리에 표면이 거친 할석(割石)으로 성을 쌓아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삼랑성은 성 안팎을 할석으로 겹축했으며, 할석 사이마다 할석 부스러기로 쐐기를 많이 사용한 구조를 보인다고 합니다.
해발 222m인 정족산의 정상에서 동향한 계곡을 포용하고, 동남향한 계곡에 수구와 남문이 위치합니다. 북문은 북벽의 서쪽에 치우쳐 산봉우리 사이의 안부에 있고, 서문도 서남쪽 안부에 있으며, 동문은 남문의 북쪽으로 해발 107m의 봉우리 북쪽 안부에 있습니다.
성벽이 꺾어 도는 곳마다 10여 개의 곡성을 이루며, 성벽 일부를 돌출시켜 적을 측면에서 공격할 수 있는, 치성(雉城)이 마련되었습니다.
템플스테이도 즐길 수 있는 강화도 전등사
전등사 넓은 경내와 삼랑성 안을 다 둘러보는데 거의 1시간 반 정도 걸렸을 정도입니다. 삼랑성 동문으로 나오는 길에 템플스테이 건물의 멋스러움에 매료되었답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이곳의 한옥 건축물이 정말 빼어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자전거여행작가 호미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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