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울림의 보컬 김창완이 1983년에 낸 첫 솔로 앨범 '기타가 있는 수필'의 타이틀곡 '어머니와 고등어'는 새벽의 갈증, 냉장고와 고등어, 그리고 엄마를 4분에 가깝게 반복합니다. 그런데도 계속 듣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고 찡한 울림이 있습니다.
가슴 한구석이 뭉클해지기까지 합니다. 바로 정성스레 고등어를 구워주고 발라주셨던 '엄마'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고등어는 고향과 엄마를 떠올리게 하는 대표적인 '국민 생선'입니다. 고등어는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물고기입니다.
‘바다의 보리‘라고도 불리는 단골 반찬 고등어, 농어복 생선
실제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2017년부터 해양수산 국민 인식도를 조사하는데,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수산물에 고등어는 3년 연속 1위를 차지했습니다.
다만 2020년에는 '국민 간식'인 오징어에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에 내려앉았는데, 당시 오징어가 어획량 감소로 '귀한 몸'이 되었기 때문으로 풀이되었습니다.
서민 밥상 단골 반찬 고등어는 농어목 생선입니다. 몸길이는 30∼40㎝ 정도로 등 쪽은 녹색과 검은색 물결무늬가 옆줄까지 퍼져 있습니다.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온대 및 아열대 해역에 널리 분포하며, 계절에 따라 무리를 지어 이동하는 대표적인 계절회유 어종입니다.
바다 위층에 주로 살기 때문에 심해어보다 강한 수압을 받지 않아 육질이 연합니다. 예로부터 쉽게 구할 수 있고 값이 싸고 영양 만점이어서 '바다의 보리'로 불렸습니다.
풍부한 영양소와 다양한 효능을 가진 고등어
고등어는 실제로 대표적인 등 푸른 생선답게 두뇌에 좋은 DHA 등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자라나는 아이들이나 수험생에게 좋습니다.
또한, 견과류나 들기름에 많은 오메가3 지방산 함량이 매우 높아서 기억력 향상, 우울증·치매·주의력 결핍 장애 등 예방과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고혈압 등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줍니다.
고등어 껍질, 그중에서도 꼬리 부근에 있는 비타민 B2 성분은 피부에 좋다고 합니다.
등 푸른 고등어에 담긴 수많은 역사와 유래
동국여지승람(東國與地勝覽)에는 우리 민족이 400여년 전부터 고등어를 영양식품으로 상항 먹고 어업을 영위해왔다고 기록이 있습니다.
'세종실록지리지' 등 옛 문헌을 보면 경상도, 전라도, 강원도, 함경도 등 우리나라 전역에서 고등어가 잡혔다고 합니다.
해양수산부 국립수산과학원이 우리나라 동해와 서해, 남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유전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유전적 다양성은 높았지만, 유전학적 특성이 구별되지 않을 만큼 매우 유사해 하나의 동일 집단인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고등어가 우리나라 동·남·서해 어디에서 잡혀도 한 핏줄이라는 말입니다.
고등어는 크기와 모습에 따라 이름이 다양한데, 크기를 기준으로 어린 고등어 새끼를 '고도리', 작은 건 '소고', 약간 작은 건 '돔발이'라고 불렀습니다.
모습을 기준으로는 칼을 닮았다 하여 '고도어(古刀漁)'로, 등에 무늬가 있다고 해서 '벽문어(碧紋漁)'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지금 쓰는 고등어(高登魚)라는 이름은 본격적으로 고등어가 소비되기 시작한 일제강점기 때 등이 둥글게 부풀어 올라 높고, 통통하다'는 체형에서 붙여진 것이라고 합니다. 예전 고등어를 가리키는 순우리말은 '고도리'였다고 합니다.
'뒷거래로 떳떳하지 못하게 은밀히 일을 조작하는 짓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진 '사바사바'라는 우리말은 고등어를 뜻하는 일본말 '사바'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 일본에서는 고등어가 귀한 생선이었는데 한 일본인이 나무통에 고등어 2마리를 담아 관청에 일을 부탁하러 가던 중에 어떤 사람이 그게 뭐냐고 묻자 그냥 '사바'를 가지고 관청에 간다고 얘기한 것이 와전된 것이라고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고등어 등이 푸른 이유는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바다색과 구별하기 어렵게 하려는 것으로 보호색의 일종이라고 합니다. 배가 하얀 것도 물속에서 수면과 구별이 안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등어가 제철일 때는 산란 후 먹이를 많이 먹은 고등어의 지방이 최고로 많아져 육질이 단단하고 지름 지기 때문에 가장 맛이 좋습니다.
‘바다의 보리’ 고등어를 더 싱싱하게 즐기는 방법
현재 우리나라에서 고등어가 가장 유명한 지역은 부산입니다. 부산은 2011년부터 고등어를 부산을 대표하는 생선인 '시어'(市魚) 로 지정했습니다.
우리나라 연근해 등에서 잡히는 고등어의 90% 이상이 부산공동어시장을 거쳐 전국으로 유통되는 데다가, 접근성이 좋다 보니 50여 곳의 고등어 가공업체가 부산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유통 구조상 전국에서 싱싱한 고등어를 가장 빨리 맛볼 수 있는 곳도 부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갓 잡은 고등어는 회로 떠서 먹기도 하지만, 잡은 직후가 아니면 횟감으로 쓰기 어렵습니다. 붉은색을 띤 고등어는 낚아 올리면 바로 죽고 부패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내장에 효소류가 많이 들어 있는데 죽으면 이 효소가 부패 속도를 올립니다.
그래서 신선도 유지가 중요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고등어 부패를 막고 오래 보관하려고 소금에 절였습니다. 지역 특산품인 안동 간고등어는 옛날 경북 해안지역인 영해·영덕 지역에서 잡은 고등어를 내륙인 안동에서 팔기 위해 고등어 창자를 제거하고 뱃속에 소금을 한 줌 넣어 팔았던 것에서 시작됐습니다.
더 맛있게 즐기자! 고등어 고르는 법과 보관법
고등어를 고를 때는 살이 단단하고 청록색 광택과 무늬가 선명하며 손으로 눌렀을 때 탄력이 있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또 배 쪽은 은백색이, 눈알은 맑은 것이 좋다고 합니다.
고등어는 자칫 식중독을 일으키기 쉬운데 고등어 붉은 살에 있는 히스티딘이 부패 과정에서 히스타민으로 변해 두드러기나 복통, 구토를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고등어 아가미 속이 암갈색이거나 배를 눌렀을 때 항문에서 즙액, 내장이 나오면 신선도가 떨어지는 것이니 구매할 때 꼭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하지 않은 고등어를 바로 먹지 않고 보관하려면 용도에 맞게 적당한 크기로 잘라 냉동 보관하면 됩니다.
조리 전에 식초나 레몬즙을 뿌리면 비린내를 제거할 수 있고, 고등어 굽기 1시간 전에 미리 소금으로 간해두면 수분이 빠지면서 육질이 단단해지고 맛도 좋아진다고 합니다.
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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