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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화이트 데이, 잘못하면 악마의 속삭임 '내 귀에 캔디'

 

  아이들이 아파서 병원에 가면, 진료 후 막대 사탕을 준다. 나는 둘째인 딸에게 주어진 사탕은 가능한 물
  리치려한다. 먹는대로 흡수가 잘 되어 살이 찌는 딸에게 사탕은 그야말로 천적으로 느껴진다. 아무튼 대
  부분의 아이들에게 사탕은 코뚫기를 잘 잠았든지, 주사를 용감히 맞았든지. 공포감을 잘 견디었든지 고
  통을 감내한 선물이다. 하지만 꼭 사탕이어야 할까. 물론 식당에서도 식사 후 사탕을 주지만, 병을 치료
  하는 병원에서 충치 등 병을 부르는 사탕을 준다는 것이 그리 마음에 들지 않는다.



충치균이 좋아하는 단 맛

 

먼저 사탕과 충치의 관계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치아표면에 설탕이 붙어 있을 때 충치는 주로 발생한다. 설탕은 농축된 상태로 되어 있고 점성이 강해 치아에 견고하게 부착되는 성질이 있다. 이때 당분을 주된 먹이로 살아가는 구강 내 충치균이 당분을 분해하여 산을 만들어 내고, 이 산이 치아의 무기질을 파괴시켜 충치가 생기는 것이다.

 

 

특히 끈적끈적한 카라멜 등은 치아 류에 잘 끼어 충치를 유발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식품별로 충치를 일으킬 위험성을 당도와 이빨에 달라붙는 정도(점착도)를 종합해 수치로 나타낸 충치유발지수에서도 가장 높은 젤라(46) 다음으로 캐러멜(38) 2위, 비스켓(27) 3위에 이어 사탕(23)은 4위를 기록하는 등 매우 높다.

 

그래서 일단 사탕을 먹고 난 후에는 치아 관리가 우선이다. 생수를 먹고 2-3번 정도 헹구는 습관은 기본, 섬유질이 치아 표면을 닦아내어 자정 작용을 하도록, 사과나 배 등으로 입가심하는 것도 좋다.


특히 유아기 때 아이를 달래기 위해 자꾸 사탕을 주어 단 맛에 길들여질 경우, 사탕은 칼로리만 높고 단백질이나 비타민·무기질 같이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영양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물론 우리 몸은 당을 필요로 하지만, 저당류인 밥이나 과일 등에 비해, 설탕·사탕은 고당류로 인슐린이 매우  빠르게 분비되어 심장·간 등 많은 기관에 피해를 주게 된다.

 

보통 한국인은 인체가 필요로 하는 당 에너지를 밥·잡곡·국수·감자 등과 같은 곡류 탄수화물을 통해 섭취하기에 굳이 사탕 등으로 설탕을 먹지 않아도 필요 열량의 약 75%를 곡류 당분으로 채우고 있다. 또 사탕은 백혈구의 활동 능력을 떨어뜨려 병균에 대한 저항력도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폭력을 부르는 색소의 향연

 

하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탕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색소이다. 거의 모든 사탕 제품에는 황색 4호·황색 5호·적색 2호·청색 1호 등의 색소가 사용되는데, 이들은 거의 '타르색소류'이다. 물론 이들은 식품의 빛깔을 내기 위해 첨가하는 식용 색소이지만, 현재 면류·겨자·단무지, 과일주스.젓갈류.천연식품, 고춧가루.소스.잼.케첩.식육제품.버터 등에는 사용이 금지될 만큼 안전성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중 황색 4호와 황색 5호는 알레르기와 천식.체중감소.설사 등을 유발하는 인공 색소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이들 색소를 첨가할 경우 제품에 사용상 주의를 표기토록 하고 있으며, 적색 2호는 사용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청소년이 매사에 의욕이 없고 까닭 없이 과격한 행동과 폭력을 휘드르는 중상을 'H-LD'중이라고 하는데, 1970년대, 미국의 한 연구팀이 그 원인으로 주목한 것도 황색 4호였다. 소년원에 있는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과잉 행동 장애, 즉 폭력성을 비교하니, 사탕 섭취량이 크게 차이가 났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황색4호와 5호에 대한 주의나 권고의 규정이 전혀 없고, 적색 2호도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는다. 물론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식품 첨가물 기준 규격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식품첨가물공전>을 지속적으로 수정, 보완하여 발간하고 있지만, 시민단체들은 기본적으로 우리나라가 허용하는 식품 첨가물이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폭력성, 산만함과의 연결 고리는 또 있다. 설탕과 함께 사용되는 정제물엿은 과잉 행동 장애아 연구기관인 미국의 페인골드협회에서 '요주의 당류'로 분류된다.

 

 

단 것을 섭취한 행복감을 경계하라


물론 사탕에는 장점도 있다. 산만할 때 박하 사탕의 예리한 맛은 정신적 안정을 주고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데 도움을 준다. 달고 맛있는 것을 섭취했을 때의 행복감도 남다르다.


하지만 설탕을 '감각적 쾌락을 추구하는 습관성 물질'로 규정했듯, 끊임없이 단 것을 찾아 나서는 인간의 욕구, 그 결과는 좋지 못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에 대한 정의 징표로 가방에서 사탕을 주섬주섬 꺼내 내미는 어른들의 습관은 달라져야 한다.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 역시 입이 심심해 먹는 사탕을 물이나 은단 등 열량 없는 식품으로 대체하는 것이 좋다.

 

송원이/ 리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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