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 기적이 되고 싶었는데…. 나도 내가 낳은 자식에게는 기적이 되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해서 현재 방영 중인 MBC 주말 드라마 ‘반짝 반짝 빛나는’ 에서 극중 식당 아줌마 이권양(고두심)은 자신 |
정원은 본래 황남봉(길용우)-이권양 부부의 딸이었으나, 병원 측의 실수로 한지웅(장용)-진나희(박정수) 부부의 아이로 바뀌어 성인이 될 때까지 한씨 집안의 딸로 자랐다. 원래 한-진 씨 부부의 딸이었던 금란(이유리)은 정원 대신에 황-이 씨 부부 집안에서 성장했다.
ⓒMBC '반짝반짝 빛나는'
우연한 계기로 그 사실을 알게 된 금란은 출판사 등을 운영하며 부유하게 사는 자신의 친부모와 함께 살고 싶어 한다. 지지리도 가난한 집안 때문에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는 금란으로서는 잘 사는 친부모가 나타난 것이 ‘기적’ 과 같은 일이었던 것. 반면에 정원은 한-진 씨 부부가 자신을 낳진 않았다고 해도 애지중지 키워줬기 때문에 진짜 부모라고 여기며 떠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고시촌에서 식당을 하며 애옥살림을 꾸려온 권양은 키운 자식에게도, 낳은 자식에게도 떳떳하게 엄마라며 자신을 내세우지 못하고 가슴앓이를 할 수 밖에 없다. 권양 역할을 맡은 고두심의 내공 깃든 연기는, 자식에게 기적이 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보통 부모들의 심정을 통절하게 대변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그동안 순하고 착한 역할만 맡았던 이유리가 악녀 캐릭터인 금란을 연기하고 있어서 특별히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란은 부자인 친부모를 되찾기 위해 그동안 자신을 길러준 엄마를 냉정하게 떠나고 , 그동안 한씨 집안의 딸로 커 온 정원을 그 자리에서 밀어내기 위해 음모를 꾸민다.
더욱이 정원이 좋아해 온 남자인 출판사 편집장(김석훈)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사랑조차 가로채려 하고 있다. 시청자들은 겉으로 태연하게 웃으며 속으로 악행을 꾸미는 금란에 대해 “ 소름이 끼친다 ” 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이처럼 냉혹한 악녀로 변신한 금란이 지난 4월 8일 방송된 16회에서는 자신을 길러준 엄마 권양 때문에 눈물을 펑펑 쏟았다.
권양이 녹내장 말기로 실명 위기에 처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 정원 역시 권양이 시력을 잃게 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다. 시청자 중의 많은 이들이 의아하게 여겼을 법하다. 녹내장이 시력을 잃을 만큼 심각한 병인가. 많은 사람들은 안과 질환 중의 하나인 녹내장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여긴다. 주변에서 흔히 듣기 때문이다.
녹내장으로 실명이 된 이권양 역의 고두심 이미지 출처: 닥터콜님 블로그, ⓒMBC '반짝반짝 빛나는' |
눈동자 안쪽이 푸르게 보이는 병증이라는 뜻을 지닌 병 이름(綠內障)의 어감도 무시무시한 질환의 느낌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녹내장은 말기에 이르면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실명을 할 수 있는 질환이다. 물론 녹내장 환자 중에 극중의 권양처럼 말기에 이르러 시력을 잃는 경우는 드물지만, 조기에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시력 장애를 피할 수 없는 질환이라고 한다.
녹내장은 안압의 상승으로 인해 시신경이 눌리거나 혈액 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의 기능에 이상을 초래하는 질환이다. 전체 녹내장의 약 10% 정도를 차지하는 급성 녹내장은 안압(안압의 정상범위는 10~21mmHg)이 급속도로 높아지면서 시력 감소, 두통, 구토, 충혈 등의 증상을 나타낸다. 만성 녹내장에서는 시신경이 서서히 파괴되므로 특별한 증상을 느끼지 못하다가, 시야가 좁아지는 말기에 이르러 답답하다고 느끼며, 더 진행되면 실명에 이르게 된다.
극중 권양은 가끔씩 앞이 보이지 않아 휘청거리거나 쓰러지곤 했는데, 그 때 병원에 가봤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소견이다.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자신을 돌볼 겨를이 없었던 권양으로서는 시야가 흐릿하다고 해서 곧바로 병원을 찾는 것은 사치였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드라마가 아닌 현실 속에서 사는 이들은 그런 사치를 꼭 행해야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시력처럼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녹내장을 예방하기 위해 평소 시야에 문제가 있는지 주의 깊게 살피는 습관이 필요하다. 안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어두운 곳에서 근거리 작업을 하고 있을 때 두통이 생기거나 빛 주위에 달무리가 보이고 초점 맞추기가 어려우면 녹내장을 의심해봐야 한다.
야간에 시력이 더 떨어진 것처럼 느껴지거나 위나 아래쪽 시야에 안 보이는 부분이 생길 때에도 마찬가지다. 눈이 충혈 되고 통증이 느껴지는 것, 눈꺼풀이 붓고 구토나 통증이 동반되는 것, 안구 통증과 함께 어깨 결림이 오는 것, 눈두덩을 눌렀을 때 딱딱한 경우 등도 의심해봐야 한다.
어느 질환이나 마찬가지로 녹내장도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중년에 접어든 이들은 녹내장이 40대부터 발생률이 증가한다는 것을 특별히 유념해야 한다. 이 때문에 한국녹내장학회에서는 40세부터는 시력이나 시야에 이상이 없더라도 1년에 1회씩 녹내장 검진을 받는 것을 권고한다.
일상생활에서 녹내장을 예방하려면, 어두운 장소의 독서나 장시간의 컴퓨터 작업을 피해야 하며, 넥타이를 느슨하게 매는 등 목이 편한 복장을 하는 게 좋다. 목이 조이는 옷이 시신경 혈류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신경의 혈류를 방해하는 흡연과 안압을 높이는 음주를 삼가야 한다.
평소 물구나무서기나 윗몸일으키기 운동을 자주 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만, 시신경에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 반짝반짝 빛나는 ’ 에서 권양은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의사의 진단대로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시력을 잃게 될 것이다. 드라마 제작진에 따르면, 친딸 정원이 엄마를 돌보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지게 된다.
낳기만 했지 길러보지는 못한 딸이 자신을 엄마라고 여기며 간병을 하겠다고 나서니, 그것 자체가 어쩌면 인간사의 기적이 아닐까.
극중 권양은 시력을 잃는 대신에 딸을 얻는 기쁨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시력을 잃는다고 해서 세상이 끝나는 게 아니다. 또 다른 세상이 열리는 것이 삶의 신비한 조화이니까.
그러나 일상을 사는 사람들은 드라마에서처럼 그렇게 극적 인생을 살 필요는 없다. 시청자를 대신해서 지극의 삶을 살아주는 것이 드라마의 역할이니까. 보통 사람들은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 매사에 절제하고, 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게 마땅하다고 할 것이다.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을 제대로 보고 그 기쁨을 한껏 누려야 하니까.
장재선/ 문화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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