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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정이 가득한 '일곱 어르신'의 유쾌한 진빵 만들기



  고령화 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다양한 해결방안 모색을 위해, 전국적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위
  한 전문교육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있다.  활기찬 노후를 위한 정부의 지원사업인 이 사업의 다양함도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중 노인 일자리전담기관인  ‘전주효자시니
  어클럽’ 에서도 노인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2009 노인 일자리 사업’ 을 펼치고 있
  어 지역 어르신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재 전주 효자시니어클럽은 전통문화사업, 보육사업, 장터
  누리사업 등 다양한 사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찐빵같이 구수한 미소가 일품인 일곱 어르신을 만나다

 

‘노인 일자리 사업’ 을 통해 고령자임에도 불구하고 재취업에 성공해 활기찬 ‘ 제 2의 인생’ 을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있어 만나보았다. 전주시 중앙동에 위치한 ‘엄마손 찐빵’의 사장님들이 바로 그 주인공. 몇 시간을 달려도 착한 가게안은 달콤한 찐빵 냄새로 가득했다.  “ 어서왔어? 서울서왔어? ” , “ 어서와, 이거 하나 잡숴 보랑게! ” 라며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구수한 사투리는 덤이다.


이곳에 일하시는 어르신들 대부분이 70세 이상이다. 보통 이정도 어르신들이라면, 집에서 TV 드라마를 보시며 시간을 보내거나, 마을 경로당에 삼삼오오 모여 화투와 같은 놀이를 즐기시는 게 전부일 거라는 예상을 해보면, 이곳의 어르신들은 꽤나 적극적이다. 바쁘게 찐빵을 쪄내느라 가게 안에 가득한 수증기 틈으로 얼굴가득 담은 미소가 끊이지 않는다.

 

 

 

가정주부에서 찐빵 사업가로의 변신


‘ 전주 엄마손 찐빵 가게 ’ 가 남다른 이유는 이곳의 모든 어르신들이 사장님이라는 것이다. 더불어 이 가게에 유일한 청일점인 할아버지를 빼고는 모두가 첫 직장이자 첫 사업이다. 그래서인지 저마다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또 일하는 내내 하하! 호호!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변재호(73세) 할머님은  “ 집에서 놀면 뭐해? 화투나치고, 드라마 보면서 시간이나 때우지! ”  라고 말씀하시며, 현재의 직장에 만족하고 있음을 이야기 하셨다. 또 정금순(72세) 할머님은  “ 월급은 적지만, 여기서 받은 월급으로 우리끼리 맛있는 것도 사먹고 손자들 용돈도 줘! 집에서 최고의 할머니지! ”  라며 특유의 넉넉한 웃음을 보이셨다.

 

이날 가게에는 총 네 분의 어르신이 계셨다. 오전 일을 보시고 집으로 돌아가신 세분이 계셨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일을 보시지만, 필요에 따라 시간에 관계없이 서로 도우며 일을 하신다. 가게의 모든 일도 너나할 것 없이 먼저 손에 잡히는 데로 일을 하신다. 대형 제과점들과 같이 체계적인 맛은 없지만, 대신 정이 가득하다. 아마도 오랜 세월 살아오신 인생의 지혜에서 터득하신 맛깔난 업무방식으로 이해된다.

 

 

밀려드는 주문에, 바쁘다 바빠!


사실 요즘 전주 엄마손 찐빵은 그 유명세가 나날이 늘어나 밀려드는 주문으로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홍보 덕분이다. 취재 중에도 계속해서 밀려드는 전화 주문으로 정신이 없었다. 이 가게의 막내이자 청일점인 이기태(66세) 어르신은 주로 배달과 문서정리를 도맡아 하신다. 일손이 모자랄 때에는 직접 찐빵을 만드는 데 참여하기도 하신다.


이기태 어르신은 다니시던 직장을 정년퇴임 후 이 가게에 오셨다고 한다. 처음 이 가게를 오픈할 때만 해도 면접을 통해야 할 정도로그 인기가 꽤나 높았다고 한다. “ 예전보다 주문량이 몇 배 이상 늘었어! 보통 판매되는 찐빵의 대부분이 주문에 의한 배송위주지! ” ,“ 또 전국으로 배송되니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 택배로 물건도 보내야 하고, 주변에서 배달을 요구하면 찐빵이 식기 전에 가져다주어야지! ”

 

물론 이 가게에서 판매되는 찐빵은 보름정도는 보관하고 먹어도 괜찮다. 냉동보관을 하였다가, 가정에서 살짝 데워 먹어도 그 맛과 영양에는 문제가 없다. 또 엄마손 찐빵은 방부제와 같은 화학물을 전혀 첨가하지 않고, 천연 재료만을 사용해서 만든다. 쑥과 같은 재료들은 어르신들이 직접 산과 들에서 깨끗하고 잘 자란 놈들을 직접 케어다 찐빵을 만드는 재료로 쓰고 계셨다.

 

이에 이영수(73세)할머님은  “ 내 가족 내 손자들이 먹는다고 생각해봐! 어디 함부로 만들 수 있나? 전국에 있는 우리 손자 녀석들 입에 들어갈 음식인데 더욱 신경 써 위생적으로 만들어야지! ” 라며 엄마 손 찐빵만의 청결함을 강조하셨다.

 

 

신제품 개발도 일곱 사장님의 몫


처음 이 가게를 열기 위해 주변 제과점 사장님의 도움을 받았다. 좋은 뜻인 이 사업에 제과점 사장님도 동참을 희망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노하우를 어르신들께 직접 전수해주었다고 한다. 약 2주간의 교육을 통해 전수받은 기술로 찐빵을 만들었다. 어르신들은 자신들이 직접 만든 찐빵을 팔 수 있다는 남다른 감회와 기대가 컸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창업초기에는 큰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 전주효자시니어클럽 ’ 의 ‘ 박효순 실장 ’ 에 따르면, 정부에서 지원한 5,000만원으론 제빵기와 발효기, 냉동고, 냉장고 등 필요시설을 구입하고 목이 좋은 가게까지 구하기 힘들었다는 설명이다. 홍보가 부족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이러한 상황에 기죽지 않고 더욱 가게에 열정을 쏟아 부었다.


또한 어르신들은 신제품개발을 위해 아이디어 회의를 하고, 직접 만들어 보기도 하신다. 물론 모두 다 성공하는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찐빵들은 인기가 꽤나 높은 제품들이다. 특히, 어린이들을 위해 만들었던 캐릭터 찐빵은 그 맛과 모양덕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토끼를 닮기도 했고, 판다곰을 닮기도 한 이 귀여운 모양의 찐빵은 생긴 건 우습지만 아이들의 영양까지 생각한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해바라기 씨는 입, 초코칩은 눈, 아몬드는 귀가 되는 귀여운 모습에 어린이들에게 최고인기이다. 더불어 요즘은 엄마손만의 식혜와 두부과자를 개발해 찐빵의 비수기인 여름을 대비하고 있는데, 이 제품들도 슬슬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해 인기예감을 하고 있다고 한다.

 

 

치자, 당근, 쑥을 이용해 만든, 색깔 곱고 재미난 찐빵들


‘엄마손 찐빵’ 의 가장 큰 인기비결은 간판에 붙은 이름 그대로 ‘엄마의 손맛과 정성’ 이다. 자연에서 얻는 질 좋은 재료인 치자, 쑥, 당근 등을 사용해 집에서 만들 듯 정성을 쏟아 청결하게 만든다는 점이 맛의비결이었다.“ 하나 더 먹어봐 이제 문닫을 시간인게!” 라며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방금 쪄낸 고운색의 찐빵을 권하시는 어르신의 요구에 덥석 맛을 본 찐빵의 맛은 기가 막혔다. 구수함과 달콤함이 입안에 맴돌며, 따뜻한 정에 마음이 녹아내린다.


이처럼 어르신들은 장사를 통한 이윤보다 일하는 즐거움, 우리 가족이 먹는 간식이라는 마음으로 정성을 담아 팔고 계셨다. 엄마손 찐빵은 배달주문 시 세박스 이상일 경우, 무료배송이 가능하다. 요즘말로 가격도 착하다. ‘ 우리 밀 찐빵은 20개들이 1박스’,‘ 꼬마 찐빵은 24개들이 1박스’에 만원이면 된다. 우리 가족의 건강도 챙기고, 추억도 만들고 일석이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최고의 목표는 체인사업과 사회공헌에 이바지 하는 것


어르신들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직접 일구어낸 이 사업에 애착이 남다르다. 또 최종 목표에 대한 질문에  “ 체인사업과 사회공헌에 힘쓰고 싶다. ”  는 포부를 밝혔다. 또  “2, 3호점으로 점차 늘어나면, 노인들의 사회참여도 늘어나고 보람도 안겨줄 수 있어 좋겠지!” 라고 말씀하신다. 아직은 그 매출액이 많지는 않다. 최근 늘어난 매출이 월평균 500~600정도이다.


여기서 나온 이익금에서 가게 월세와 물품구입비를 빼고 나면, 일인당 평균 50여만 원 정도를 일곱 분의 어르신들이 월급으로 가져가신다. 물론 큰돈은 아니다. 하지만 어르신들은 현재 자신들이 직접 운영하는 사업이라는 것에 의의를 두고, 점차 확장해 나아갈 미래의 꿈에 언제나 열심이다. 구슬땀을 흘리며,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어르신들의 미소 닮은 구수하고, 달콤한 엄마손 찐빵이 우리 곁에서 언제나 함께해주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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