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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육군장군 퇴임 후, 활시위를 당기다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황학정에 도착하자 청아한 종소리가 울린다. 청아한 종소리에 활시위를 당긴다.
 활시위를 당기는 사람들 사이에서 허리를 꼿꼿하게 세우고 활시위를 당기는 이동희(80세) 어르신을 만날 수 있었다.

 

 

 

 

  은퇴 후 어릴 때 자랐던 활터로 다시 돌아오다

 

 종로도서관에서 인왕산 등산로를 따라 걷다 보면 황학정 활터가 나온다.

 취재진이 도착한 시간 오후 3시, 이때는 10명 남짓의 어르신이 황학정 활터에 모여 활시위를 당기는 시간이라고 한다.
 다들 예순은 훌쩍 넘어 보이는 어르신 중에서 가장 꼿꼿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이동희 어르신이 눈에 띈다.  올해 여든이라는 나이가 거짓말처럼 느껴질 만큼 정정하다.

 

 인사를 건네기 무섭게 “이 황학정은 고종 왕조 때부터 활을 쏘던 곳이야. 구한말까지 궁술 연습장으로 유명했지. 왕이 직접 활을 쏘던 장소라고.”라는 황학정 소개가 이어진다.
“우리 민족은 본래 활을 쏘는 민족이잖아. 주몽부터 활을 쐈다고. 중국은 창이고 일본은 칼이지. 이순신 장군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활 때문이라고.”

 

 이동희 어르신 설명처럼 민족성일까.

 육사 장군출신으로 교편을 잡았던 그는 강단을 떠나자마자 황학정을 찾았다.  그게 1992년 벌써 20여 년 전이다.

내가 종로도서관 근처에 있는 매동초등학교 출신이라오. 매일 활 쏘는 소리를 들으면서 등교했었지. 귀소본능이랄까. 은퇴 후 어린 시절 매일 들었던 활 쏘는 소리가 있는 곳으로 다시 돌아 온 거야.”

 

 

 

  노년 건강을 책임지는 국궁

 

 이동희 어르신은 그렇게 20년을 매일같이 황학정에 들러 활시위를 당겼다.

 “국궁은 말이야, 전신운동이야. 아랫배에 힘을 주고 서서 활을 당기는데, 이때는 괄약근을 조이고 긴장 해야 한다오. 활을 쏠 때는 호랑이 꽁무니를 잡아당기듯 재빠르게 밀어줘야 해. 활이 활시위를 떠나면 휴식하고. 활은 긴장과 휴식을 반복하지. 노년에게 국궁만한 운동이 또 있을까.”

 

 이동희 어르신이 여든에도 짱짱하게 건강할 수 있는 비결로 국궁을 꼽는다.

 꼿꼿하게 서서 활시위를 당긴 시간 동안 국궁이 그에게 선물한 것은 건강이 다가 아니다.

 정기적으로 황학정 어르신들과 전국 국궁대회에 참석하는데 대회를 통해 얻어지는 활력은 더불어 얻게 된 즐거움이다.

 황학정을 채운 10명 남짓의 어르신들은 함께 국궁을 즐기는 벗들이다.

 

 “국궁은 1~2개월만 배우면 누구든 할 수 있는 스포츠거든. 그래서 유독 내 또래가 많기도 하지. 부부끼리 와서 활시위를 당기는 사람도 있지. 여기서는 내가 나이가 많은 편도 아니야.”

 비슷한 연배가 모여 있어 그러겠지만, 분위기도 화기애애하다.

 촬영을 위해 활시위를 당기는 동안에도 “멋있어요.” “조금 더 힘차게 활을 당겨야지.” 등의 말을 건네며 이동희 어르신을 응원했다.

 

 

 

  선비 스포츠 국궁 한 번 배워보지 않겠소?

 

 “국궁은 말이죠, 현대를 사는 선비들이 즐기는 스포츠야. 활을 당기면서 명상을 할 수 있어서 좋지. 그리고 자연에서 즐기는 스포츠잖아. 매일 활을 쏘니까 자연을 다시 느낀다오. 평생을 본 자연인데도 활을 쏘면서 만나는 자연은 또 신비로워.” (웃음)

 

 그는 국궁은 1~2개월만 배우면 누구든 활을 쏠 수 있다고 한다.  활이 다소 무겁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체격에 맞는 활이 있어 주부들도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나도 예순이 넘어 시작했는데, 젊은 사람은 더 쉽게 배울 수 있지 않겠어?

  한 번 배워두면 평생을 즐길 수 있는 스포츠인데, 어때 활 한 번 배워보지 않겠소?”

 

 은퇴 후에 시작한 국궁과 함께한 시간 20여 년. 이제는 활이 가장 친한 벗이 되었다.

국궁 덕분에 매일 좋은 공기 마시며 건강도 지키고, 삶도 즐긴다는 이동희 어르신. 그는 오늘도 열심히 활시위를 당긴 덕분에 잘 잘 수 있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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