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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잠이 안 올때 술 한잔.. 숙면에도 도움 될까?

 

  TV 드라마를 봐도 그렇고, 우리 주변에서도 잠이 잘 오지 않을 때 가벼운 술을 마셔서 잠을 청하는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잠을 청하려고 술을 마시는 것은 아마도 술이 잠을 자게 해 준다는 경험들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술을 마시는 것이 오히려 잠에 방해가 된다고들 얘기합니다. 왜 그럴까요?

 

 

 

 

 

 수면도 종류가 다르다

 

 잠, 즉 수면은 몇 개의 요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크게는 REM(rapid eye movement) 수면과 non-REM 수면으로 이루어지는데, REM 수면은 단순하게 얘기하면 꿈을 꾸는 수면 단계이고, non-REM 수면은 그 나머지 단계의 수면을 얘기합니다.  

 

 non-REM 수면은 다시 3단계 혹은 4단계 정도로 나뉘는데, 특히 이 중 3(혹은 3과 4)단계의 수면을 서파(slow wave) 수면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개 전체 수면시간 중에 REM 수면과 non-REM 수면은 1:3 정도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REM 수면은 보통 정신적 회복에, non-REM 수면은 신체적 회복에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자고 나서 개운한 느낌을 느끼려면 모든 단계의 수면이 골고루 잘 이루어져야 합니다.

 

 

 

 술 한 잔 이상은 수면 구조를 바꾸어 놓는다..

 

 술을 마시게 되면 잠이 잘 온다고 느끼는 것은 잠이 들 때까지의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술을 마시고 잠이 빨리 든다고 해서, 꼭 자고 나서 개운한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어느 정도 이상의 술을 마시는 것은 수면의 구조를 바꿔놓고 수면이 유지되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어느 정도 이상이라 함은 사람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맥주 기준으로 한 캔, 맥주 한 잔, 혹은 330cc 한 병을 넘어가는 것이고, 소주는 소주잔으로 한 잔, 와인은 와인 잔으로 한 잔(120cc) 정도가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한 잔 넘게 마시면 오히려 잠에 방해가 된다는 얘기입니다.

 

 

 

 술에 취해 자다가 술이 깨면 잠에서 깨어나요..

 

 잠들기 1~2시간 전에 술을 두 잔 이상 마시게 되면, 혈중 알코올 농도에 따라 잠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알코올의 수면 유지방해는 특히 술을 마시고 나서 몸속의 알코올이 완전히 대사가 끝날때 나타납니다.

 

 남녀별로, 그리고 체중에 따라 좀 다르긴 하지만 대략 5잔 정도의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0.1% 정도 됩니다(자동차 운전면허 취소의 기준이지요). 몸에 흡수된 알코올은 한 시간에 0.01~0.02% 정도 대사가 되기 때문에, 5시간 남짓하게 자고 나면 알코올이 다 분해되어 오히려 잠에서 깨게 되지요.

 

 술을 엄청나게 드셔서 그 이상의 시간까지 알코올이 다 분해되지 않는다고 해도, 알코올이 잠의 구조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도 개운한 느낌이 잘 들지 않습니다.  잠의 후반부에 신체 피로 회복에 중요한 서파 수면이 많이 줄어들게 되거든요.

이런 이유로 불면이 있을 때, 잠을 자기 위해서 술을 사용하는 것을 일반적으로는 권하지 않습니다.

 

 술을 잠을 자기 위한 용도로 사용하고 싶으시다면 맥주 한 캔, 혹은 와인 한 잔 이상 드시는 것은 권하지 않습니다.

 

 확실히 이 정도 양의 음주는 잠이 빨리 오도록 도와주기는 하니까요. 하지만, 원래 술을 많이 드시는 습관이 있는 분들은 일단 술을 드시기 시작하면, 한 잔에 그치지 못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술을 아예 드시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글 / 손기영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가정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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