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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음식

초파일 연꽃, 마음엔 '깨달음' 되고, 몸엔 '건강'이 되고...

 4월 초파일(부처님 오신 날, 올해 5월28일)은 연(蓮)의 날이다.
 불탄일(佛誕日)ㆍ욕불일(浴佛日)ㆍ석탄일(釋誕日)이라고도 불리는 초파일(음력 4월8일)은 불교 4대 명절 중 최대 명절이다.

 불교에서 말하는 4대 명절은 초파일ㆍ석가 출가일(出家日, 음력 2월8일)ㆍ열반일(涅槃日, 음력 2월5일)ㆍ성도일(成道日, 음력 12월8일)을 가리킨다. 

 

 

 

 

 

 

  불교를 상징하는 연꽃(蓮花)

 

 초파일 연등(燃燈)행사에선 연등(蓮燈)을 많이 단다.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어서다.  불교에서 연은 극락세계와 장수ㆍ건강ㆍ명예를 뜻한다. “속세에 물들지 않으니, 연못 속에 핀 연꽃 같다”는 부처님의 가르침도 있다.

 

  연꽃은 또 “물속에서 피어나지만 절대 물에 잠기는 일이 없고 진흙에서 피어나지만 결코 진흙에 물들지 않는” 이제염오(離諸染汚)의 꽃이다. 여기엔 신도들이 속세에 살면서도 세상의 혼탁에 물들지 않기를 바라는 염원도 담겨 있다.
 

 연과 수련(水蓮)은 엄연히 다른 식물이다. 수련은 잎 크기가 손바닥만 하며 관상용이다.  연은 다시 홍련(紅蓮)과 백련(白蓮)으로 나뉜다. 이중 꽃이 분홍색인 홍련은 잎의 지름이 40㎝ 가량이며 뿌리만 먹는다. 경기 시흥ㆍ강화, 경북 칠곡, 대구 반야월, 충남 부여ㆍ공주 등에서 자란다.

 

 식용ㆍ약용으로 주로 쓰이는 것은 흰 꽃이 피는 백련. 잎이 홍련보다 크고(지름 약 60㎝)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주산지는 전남 무안ㆍ함평ㆍ보성, 전북 김제, 충남 아산 등이다.

 

 

 

 

  버릴 것이 하나 없는 몸의 보배, 연(蓮)

 

 연(蓮)은 버릴 게 하나 없는 식물이다.  봄에 싹이 올라오기 시작하는 연잎, 7월 중순께 활짝 피는 연꽃, 10∼11월에 나오는 연밥, 보통 12월∼이듬해 3월에 수확되는 연근이 모두 한방 약재로 쓰인다.

 

 연잎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지방 분해를 돕는다.

 연잎 추출물을 섭취한 실험용 쥐의 혈중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가 떨어진 것은 국내 학자의 연구에 의해 증명됐다(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2006년2호).

 

 연잎을 차로 만들어 마시면 연잎의 약효성분을 섭취할 수 있다.

 채취한 연잎을 자르면 젖처럼 하얀 수액이 계속 흘러나온다. 여기서 비릿한 냄새가 난다. 이 냄새를 없애려면 그늘에서 오래 말려야 한다.  물 500㎖에 말린 연잎 5g을 넣고 끓인 뒤 약한 불로 15분가량 천천히 우려내면 연잎차가 만들어진다.  이 차는 입 냄새를 없애고 변비를 예방하며 소변이 잘 나오게 한다.

 

 연잎 삶은 물로 몸을 씻으면 피부가 부드러워지고 피부병 치료에도 유익하다.

 아직 세포차원의 연구이긴 하지만 연잎 추출물이 피부 주름 개선에 유효하다는 연구 논문도 나왔다(대한한의학방제학회지 2006년2호).
 

 

연꽃은 여름에 핀다.  중국 당나라 낙빈왕(駱賓王)의 시 ‘만박강진’(晩泊江鎭)에 “연꽃 향기에 6월 더위 물러가고, 국화 기운에 초가을이 새롭구나(荷香銷晩夏 菊氣入新秋)”라는 구절이 연꽃의 제철을 암시한다.
 

연꽃도 연잎처럼 차로 만들어 마실 수 있다. 연꽃차의 주된 효능은 피부 미용을 돕고 피를 맑게 하며 술독을 풀어주는 것이다.

신경과민ㆍ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불면증ㆍ우울증을 가라앉히는 효과도 있다.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 자리를 잡는다. 이것을 ‘연밥’이라 한다. 이를 두고 불교에선 꽃은 열매를 맺기 위한 수단이며 열매의 원인이라고 풀이한다. 꽃과 열매의 관계를 인(因)과 과(果)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연꽃의 열매인 연밥은 연씨ㆍ연자ㆍ연실이라고도 불린다. 대개 달이거나 쪄서 먹는데 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중국의 고의약서인 ‘본초강목’에선 “연밥은 기력을 왕성하게 하고 장기 복용하면 몸이 가벼워지며 수명을 늘려준다”고 했다.

 

 한방에선 양기를 올리는 약재로 쓴다. 동의보감에선 ‘금쇄사선단’이란 약이 언급된다. 연꽃의 꽃술과 연밥을 섞어 만든 약이다. 정력을 지나치게 소모, 음낭이 습하거나 정액이 부족하거나 발기부전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주로 처방한다.

 

 

 

 

  식용으로 주로 사용하는 연근(蓮根)

 

 중국에선 연근(蓮根)을 ‘불로식’(不老食)이라 불렀다.  연근의 주성분은 당분인데 대부분 녹말이다. 비타민 C(항산화 효과)ㆍ칼륨(혈압 조절)ㆍ식이섬유(변비 예방ㆍ콜레스테롤 저하)도 상당량 들어 있다.

 

 연근은 맛이 달면서 떫다. 떫은 것은 타닌(항산화 성분인 폴리페놀의 일종)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타닌은 소염ㆍ지혈작용이 있어 점막 부위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피를 멎게 한다. 위염ㆍ위궤양ㆍ십이지장궤양 등 소화기에 염증이 있거나 코피가 잦은 사람에게 연근 반찬을 권하는 것은 이래서다.

 

 ‘동의보감’에선 연근을 “피를 토하는 것을 멎게 하며 어혈(瘀血)을 없애준다”고 했다. ‘향약집성방’엔 “신선한 피를 생기게 해 주어 산후에 많이 쓰고 코피가 나는 것을 멎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한방에선 특히 여성에게 유익한 식품으로 친다. 임신 중일 때 연근을 강판에 갈아 만든 연급 즙을 마시면 입덧이 줄어들고 산모가 연근을 먹으면 젖이 잘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햇볕에 타거나 기미가 생긴 피부를 가라앉히는 효과도 거론된다.

 

 연근을 자르면 절단 부위가 검어진다. 타닌이 산화되기 때문이다. 식초 물에 담가두면 변색이 억제된다. 씹히는 식감도 아삭아삭해지고 떫은맛이 사라져 맛이 훨씬 좋아진다.  연근은 색깔이 희고 부드러우며, 무겁고 구멍이 적을수록 상품이다.

 

 남은 연근은 랩으로 싸서 냉장고에 넣어두면 1주일은 보관이 가능하다. 조리할 때 철제 냄비로 삶으면 색이 검어지므로 피한다. 섭취 시 특별히 주의할 점은 없지만 만성 설사가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하지 않는 것이 좋다. 

 

 

글 / 중앙일보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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