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때 일입니다.
기다리던 여름 방학에 친한 친구 4명과 함께 동해로 떠났습니다. 파도타기도 하고 모래찜질도 하며 재미있게 놀던 저희의 종착역은 ‘바나나보트 타기’. 짜릿하게 해변을 가르는 바나나보트에 온통 마음을 빼앗겼거든요.
저희 넷을 태운 바나나보트는 경쾌하게 바다를 갈랐고 저희는 신나게 함성을 지르며 그 시간을 즐겼습니다.
재미있게 바나나보트를 태워주신 분들께 인사를 하고 그 자리를 떠났지요. 그리고 우리 넷은 또 재미나게 놀았습니다. 우리끼리 모이면 심심할 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자꾸 낯선 휴대폰 벨 소리가 들리지 뭐예요. 우리는 “누군지 몰라도 전화 참 안 받는다.”라고 생각했지요. 한 번, 두 번, 세 번……. 낯선 벨 소리는 끊이지 않고 들리더니 이젠 제법 가까이서 들리는 거 같지 뭐예요. 알고 보니 그 낯선 벨소리는 우리 짐이 들어있던 가방에서 들리던 것이었어요.
그런데 그 휴대폰은 우리 휴대폰이 아닌 낯선 휴대폰이었습니다. 어떻게 낯선 휴대폰이 우리 가방 속에 있는 것일까 추적 끝에 아까 바나나보트를 타기 전 짐을 맡겼던 것이 생각났어요. 아마 그 바나나보트 주인이 짐을 보관하다 실수로 넣었으려니 하고 얼른 휴대폰을 가져다주기 위해 우리는 다시 바나나보트 타는 곳으로 출동했습니다.
우리가 휴대폰을 들고 찾아가자 바나나보트 주인은 우리를 반기더라고요. 어색한 연기와 함께 말이죠. “휴대폰을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 아가씨들 덕분에 찾았네. 찾은 거 보답하는 의미로 저녁 쏠게요. 우리도 네 명이야.” 휴대폰 찾아준답시고 갔는데 노골적인 헌팅을 당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넷은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었습니다. 그쪽에서 저희 짐에 일부러 휴대폰을 넣은 것으로요.
아, 지금이라면 “그래 같이 저녁 먹는 게 뭐 대수겠어?” 하고 어울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때는 그런 해변의 헌팅족들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던 고고한 대학생 때라 이리저리 거절했습니다. 그러자 바나나보트 주인은 바나나보트를 공짜로 태워준다고 하더라고요. 공짜에 눈먼 우리는 바나나보트를 다시 타기로 했지요. 분명 처음 탈 때는 짜릿하게 해변을 가르던 바나나보트였는데 두 번째 탈 때는 변했습니다. 난폭 운전으로요. 우리는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바닷물이 코로 들어가고 난리도 아니었어요. 저녁을 거절한 것에 대한 복수였을까요? 저희는 한동안 바다에서 허우적거려야 했답니다.
글 / 한나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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