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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암환자에게 고기는 금기식인가? 권장식인가?

  

 

     ‘암은 환자를 굶겨서 죽인다’는 말이 있다. 실제로 많은 암환자가 치료 도중 식욕 부진ㆍ상실을 경험한다. 음식을 먹지

      못하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극도의 공포심을 느끼게 된다.  

 

 

 

 

 

 

 

암 사망자의 20% 이상이 영양실조

 

 

 

미국 뉴욕의대 종양내과팀이 2006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암 사망자의 20% 이상이 영양실조로 숨졌다. 이 조사에서

암환자의 영양실조 발생률은 평균 63%에 달했다. 특히 소화기계 암인 췌장암ㆍ위암 환자는 83%가 영양실조로 고통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암환자에게 영양 불량이 잦은 것은 암세포가 다양한 식욕 억제 물질을 배출, 식욕 부진ㆍ미각 변화ㆍ조기 포만감ㆍ맛과 냄새에 대한 감각 이상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또 암세포가 활발하게 증식하면 열량 소모량이 건강할 때보다 더 많아진다.

 

항암치료를 받는 암환자의 절반 이상이 영양결핍으로 인한 체중 감소를 경험한다. 평소 체중보다 5% 이상 감소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항암제ㆍ방사선 치료 부작용 위험이 높아진다. 또 암의 크기가 덜 줄어드는 등 암 치료 효과도 감소한다. 체중 감소 자체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기도 한다. 체중 변화가 적고 영양 상태가 괜찮은 암환자의 치료 성적이 더 나은 것은 분명하다. 좋은 영양과 정상 체중 유지는 체력강화로 이어지며 체력이 뒷받침돼야 암과의 싸움에서 이긴다. 평소 비만ㆍ과체중이었던 암환자 중에는 체중 감소가 잘된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항암치료 때는 누구든지 절대 살을 빼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삼성서울병원 영양 팀이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뒤 체중 변화를 조사한 결과 평균 4.5㎏(8%) 감소했다. 또 하루에 필요한 열량의 65%, 단백질 요구량의 62%가량만 섭취했다. 대장암 환자도 수술 후 체중이 평균 2.9㎏(4.6%) 줄었다.

 

 

 

암환자는 단백질과 열량을 많이 섭취해야

 

 

 

암환자나 가족의 가장 흔한 오해는 ‘암환자는 육류를 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사들은 환자를 만날 때마다 ‘고기를 많이 먹을 것’을 주문한다. 암환자는 소ㆍ돼지ㆍ닭ㆍ오리ㆍ염소 등 동물의 종류에 상관없이 살코기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육류를 먹는다고 해서 암이 악화되지는 않는다.

 

식사를 통한 동물성 단백질의 공급이 부족하면 장 점막세포가 변화돼 장(腸)질환이 생기기 쉽다. 면역세포가 덜 만들어져 면역력도 떨어진다. 또 부족한 에너지원을 보충하기 위해 몸 안에 저장된 지방을 소모한다. 체내 지방 저장고가 비면 암환자의 체력이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에 덧붙여 비타민ㆍ미네랄까지 고갈되면 심각한 암독(癌毒, cachexia) 상태에 빠진다. 암독은 총체적인 영양불량 상태로 위암ㆍ췌장암ㆍ두경부암ㆍ폐암ㆍ대장암ㆍ난소암 환자에게 흔하다.

 

따라서 암환자는 단백질과 열량을 건강할 때보다 많이 섭취해야 한다. 건강한 사람의 하루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자신의 체중(㎏)을 g으로 바꾼 값(50㎏이면 50g) 정도인데 암환자는 이보다 양을 늘리는 것이 좋다. 체중이 50㎏이면 단백질을 하루에 70~100g은 섭취해야 한다.

 

 

 

육류, 적색육은 암 치료의 훼방꾼?

 

 

 

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가 평소 자신이 해온 식생활을 부정한다. 육류, 특히 적색육을 암 치료의 훼방꾼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육류 섭취를 중단하고 채식주의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채식만으로는 양질의 단백질 공급이 힘들다. 쇠고기ㆍ돼지고기 등 육류는 암 치료를 위해 반드시 섭취해야 할 식품이다. 암세포를 대체할 정상세포를 만드는 재료이면서 면역력을 높이는데 필요한 필수 아미노산이 육류에 가장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쇠고기는 철분이 풍부해서 암 환자가 흔히 겪는 빈혈 예방에 유용하다. 암 전문가들은 살코기로 만든 반찬을 하루 한 끼나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섭취하라고 당부한다. 암환자의 하루 육류 섭취 권장량은 쇠고기ㆍ돼지고기를 기준으로 하여 200∼300g이다. 우유ㆍ치즈 등 유제품도 하루 1∼2회 섭취가 바람직하다.

 

육류를 섭취할 때 고기 종류보다 부위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돼지고기 삼겹살이나 닭고기 껍질 등 지방이 많은 부위는 암환자에게 추천되지 않는다. 살코기가 암환자에게는 최고의 부위이다. 설렁탕ㆍ갈비탕ㆍ삼계탕ㆍ곰국 등을 먹을 때는 고기와 함께 먹어야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지 국물만 마셔서는 허사이다. 개고기는 단백질이 풍부해 수술 후 체력 회복에 효과적이다. 개소주보다는 보신탕이나 수육이 낫고 잘 씹어 먹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항암치료로 인해 입안에 염증이 생겨 죽을 먹더라도 쌀로만 흰죽을 끓이기보다 육류를 다져 넣거나 계란을 푸는 등 동물성 단백질 식품을 추가할 것을 권장한다. 여기에 당근ㆍ브로콜리ㆍ양파ㆍ버섯 등 다양한 채소(비타민ㆍ미네랄 보충)와 잣ㆍ깨ㆍ참기름(지방 보충)을 함께 넣으면 이상적인 암환자용 죽이 된다. 이때 채소는 반드시 유기농 채소일 필요는 없다. 유기농 채소의 항암 효과가 일반 채소보다 더 낫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제철에 나온 신선하고 다양한 채소를 즐기면 충분하다.

 

항암제 치료 도중에는 입맛도 변한다. 특히 단맛에는 둔해지고 고기 맛에는 민감해진다. 암 환자가 육류를 먹은 뒤 ‘너무 쓰다’거나 ‘금속성의 맛이 난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이때는 단백질 공급원을 쇠고기ㆍ돼지고기에서 닭고기ㆍ생선ㆍ두부 등으로 바꾸는 것이 방법이다.

 

                                                                                                                                         글 / 중앙일보 박태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