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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여행

2013년 새해, 설경 속 희망의 산책[한강, 새벽강의 푸른 은하수]

  

 

 

 

새해 첫날 새벽 단상

 

어제도 태양이 떴고 오늘도 태양은 떠오르지만

새롭게 쓰는 일기장에 2013년의 옷을 갈아입었다.

 

새해를 맞이하려 초저녁부터 잠을 자고 서둘러 깨어

경건함으로 몇 줄의 다짐도 끄젹어보고

2013년 1월 1일 00:00

제야의 종소리와 함께 거부할 수 없는 나이 한 살과 강제 택배 된 새해 

 

이제 쉰 한 살의 나이이다.

지금까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자위했지만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기로 하자.

 

페이스 북의 친구들의 신년인사가 넘치고

각각의 새해의 다짐과 계획을 세우며

출발점에 서서 단단히 준비하는 모습들을 관조한다.

 

새벽 5시, 서울시 공무원이신 페이스북 친구가

밤을 새워가며 실시간으로 전하는 눈 소식을 보면서

우리가 편안하게 쉬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분들의 고마움과 감사함을 갖는다.

 

창밖의 거칠게 흩날리는 눈발을 보고

가만히 방안에서 맞이하는 안일함을 택하기보다

차디찬 눈보라 속으로 향해

맑은 정신으로 새해를 맞는 실행의 첫걸음으로 생각한다.

 

 

새벽 산책을 나서며

 

 

카메라 달랑 들고 삼각대도 없이 우산을 펼치며

가로등만이 차갑게 밝히는 천호공원을 지나

늘 익숙한 길을 더듬어 본다.

이른 시간 새해 첫날이라 그런지 거리엔 사람도 뜸하고

가끔 빈 택시만이 길거리에 누군가를 기다리고

분주했던 사거리 신호등은 초록과 빨간 색으로

눈만 끔뻑이며 눈길을 안내한다.

 

 

눈 내리는 날에 해돋이는 기대도 안했지만 너무 일찍 서둘렀는지

카메라 초점조차 맞추기 힘든 시간,

어쩔 수 없이 시간도 보내고 추위도 달랠 겸, 

길가의 무봉리 순댓국집으로 들어가 한 그릇을 비우고

사장님께 새해 소원이 무엇인지 여쭤보니

한 마디로 '즐겁게 살자'라고 한다.

구구절절 나열하기보다 짧은 그 한마디에 모든 것이 함축 되었으리라

주인 부부의 눈을 치우는 빗질을 뒤로 하고 광진교로 향한다.

 

 

한강은 어둠과 추위를 틈타 몰래 겨울 작품 전시 중이다. 

한강 둔치로 이어진 천호대교 아래는 인적하나 없고

겨울이 그린 얼음과 눈 예술이 펼쳐진다.

 

 

사선으로 빗금을 그리던 눈발은 광진교에 들어서자

옆으로 가로획을 그리며 시야를 가리고 우산 속까지 파고든다.

광진교(걷고 싶은 다리)의 S자 벤치와 초록 벤치는

연이어 퍼붓는 폭설로 빈 벤치는 소복하게 쌓인 눈에 자취를 숨기고

겨울 한가운데 오롯이 누워 하얀 눈 이불을 끌어 덮으며 강바람을 맞선다.

 

88도로 자동차들은 어쩌다 불빛 꼬리로 궤적을 그린다.

간간이 지나는 사람들은 아차산 새해맞이 축제를 찾는지 잰걸음으로 서두른다.

 

 

차량의 통행도 드물고 어쩌다 궤적을 그리고 스치는 차량들은 위로

달처럼 길을 밝히는 가로등엔 흩어지는 눈발이 여름철의 장맛비처럼

또는 오래된 영상의 긁힘처럼 눈꽃 폭죽이라도 터뜨렸는지

산란하게 춤을 추며 선을 긋는다.

더 이상 전진을 하지 못하고  흐린 동녘 하늘 쪽을 바라보며

숨은 여명을 찾아 강동구 쪽을 마주하며 되돌아온다.

.

음수대에 가득 담긴 소복한 눈은

밥 숟갈이라도 내밀듯 한 수저 푹 담아 건네고

멜로디 벤치에선 색의 변화와 푸치니의 라보엠에

잠시 발을 멈추고 귀를 기울인다.

 

 

난간에 올라서자 발아래 그려 놓은 고래 한 마리

아무리 카메라 셔터를 눌러도 도통 눌리지 않아

후레쉬를 터뜨리는 순간 또 다른 미지의 세상을 발견한다.

 

새벽강 위로 휘날리던 눈의 결정체에 반사되자

여름밤에 별들이 흐르는 강인 은하수를 접한다.

의도하지 않는 우연한 행운에 얼어붙은 한강에 대고

소리라도 치고싶은 충만한 감동에 홀로 만끽한다.

 

 

광나루 한강공원 둔치의 광장을 내려다보며

하얗게 펼쳐진 하얀 도화지에 보이지 않는

발걸음을 내딛어 희망의 낙서를 그려본다.

2013년, 자 시작이다! 나래를 힘껏 펼쳐 비상하는 거야!

 

 

밤새 술잔을 기울이던 사람들이 총총이 사라진 포장마차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던 시끌벅적한 자리를 정리한다.

 

폐휴지로 가득채운 수레의 주인은 어디 갔을까

고단한 밤을 보내고 별반 다름없는 한 해를 맞으며

몇 푼의 현금에 길게 뱉을 한숨이 들린다.

 

골목길 뒤엉켜 있는 전선줄의 가로등은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어느 모퉁이 지하방을 비춘다.

공평하게 비춰줄 365일의 태양을 그리며

축축해진 장화를 털고 우산을 접는다.

 

                                                                                               글 / 하이서울뉴스 리포터 호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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