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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높아진 ‘세대의 벽’ 낮출순 없을까?

 

 

 

 

      세대 차이는 어쩌면 태고부터의 화두였는지도 모른다. 2500년 전에 살았던 소크라테스가 “요즘 아이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을 습관처럼 내뱉었고, 맹자 역시 젊은 남녀들이 담장 너머로 서로 엿보는 것을 개탄하며 젊은 세대의

      조급함과 버릇없음을 탓했다니 청년과 노년의 인식 차이는 어느 시대나 사회적 숙제가 아니었나 싶다.

  

      

     

 

 

 

 

세대차이 확인시켜준 大選

 

지난해 12월 치러진 18대 대통령선거는 우리 사회 세대 차이의 골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확인시켜줬다. 경제·사회·문화·역사를 보는 시각은 물론 대선 후보에 대한 선호도 역시 세대별로 뚜렷이 갈렸다. 단순히 시각이 다르다는 차원을 넘어 그 시각이 날카롭게 대립한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지지한 후보가 떨어졌다고 인터넷에서 ‘노인 무임승차 거부’ 서명운동까지 벌인 일부 젊은층에서는 세대 간 증오감마저 엿보인다. 젊은층은 노년층을 시대에 뒤진 퇴물로 몰아가고, 노년층은 젊은층을 ‘철없는 세대’쯤으로 여긴다. 이번 대선에서 5060 ‘검지족’이 2030 ‘엄지족’을 눌렀다는 분석도 눈길을 끈다. 문자 보내기가 서툴러 검지만을 사용하는 중장년층의 대선 영향력이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면서 변화 욕구가 강한 젊은층보다 컸다는 것이다. 엄지족과 검지족은 세대를 구별하는 또 다른 용어인 셈이다.

 

우리나라 2030세대와 5060세대는 뚜렷한 인식의 격차가 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율 34대 66(2030세대), 63대 37(5060세대)은 세대차이의 정도를 보여주는 수치다. 남북한 대치, 6·25, 압축성장, 급속한 사회변화, 정보기술(IT) 활용 격차 등은 세대 간 간극을 벌리는 요인들이다. 부모 세대는 “우리세대가 훨씬 힘들었다”고 호소하고, 젊은세대는 “희망을 꿈꾸기조차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이념보다 심각한 세대갈등

 

세대 차이는 사회 구조의 차이를 반영한다. 사회 변화 속도가 역동적인 나라일수록 세대 갈등이 심한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는 경제발전 태동기(1960년대), 억압된 권위주의 시기(1970년대), 민주화 시기(1980년대) 등을 거치면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커졌다는 게 정설이다. 경험 세대와 관념 세대간에 괴리가 큰 셈이다. 기성세대는 ‘경험만한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젊은세대는 ‘경험에 사로잡혀 시대의 변화를 보지 못한다’고 기성세대를 몰아붙인다. 경험과 관념사이에 접점이 적어지니 자기 목소리만 커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3대 갈등은 지역갈등, 계층갈등, 세대갈등이다. 대통령 직속 사회통합위원회(사통위)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함께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에게 사회갈등별 심각성을 조사한 결과 우리사회의 세대갈등이 이념갈등보다 심각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계층·이념·지역 갈등은 1년전에 비해 다소 해소됐지만 세대·노사갈등은 오히려 더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사회적 자산 전수 막는 세대단절

 

우리나라의 사회변화가 급격한 탓에 세대간 이질감 역시 큰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4·19세대, 63세대, 386세대, X세대, N세대, P세대, WINE 세대 등이 수시로 탄생한다. 그만큼 한 세대의 폭이 짧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IT 기술이 더 발달하면 세대 폭은 더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일자리, 복지, 이념에서도 세대의 벽은 여전히 공고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세대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상당기간 더 치를 것이라는 얘기다.

 

세대 간 단절은 단지 소통이상의 비용이 발생한다. 기성세대가 경험했던 시대적 어려움과 역사적 교훈이 후대에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면 청년 세대는 기성세대의 시행착오를 답습할 가능성이 크다. 기성세대 역시 색다른 장점을 젊은 세대에서 배우지 못하면 시대의 흐름에서 낙오되기 쉽다. 또한 오랜기간 축적된 한국사회의 주요한 정신적·기술적 자원은 물론 새로운 가능성까지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소통 차단하는 SNS의 아이러니

 

소통은 21세기의 키워드다. 국가지도자에게도 소통의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다.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이른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소통의 핵심 도구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천국인 우리나라의 ‘소통지수’는 그리 높지 않다. 무엇보다 세대별 무리짓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이 나온다. IT의 발달로 젊은 세대에겐 그들만의 공간이 형성되고 다른 세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의 단절은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세대간에 ‘노는 물’이 다를 정도로 시각의 공통분모가 작아지고 있다. ‘돌아누운 소통’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신문을 읽는 세대와 인터넷으로 입맛에 맞는 뉴스나 가십거리를 검색하는 세대는 사물을 종합적으로 보는 시야의 범위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닐슨컴퍼니코리아의 지난해 10월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SNS 이용률은 50.5%인 반면 5060세대는 3.3 %에 불과했다. 소통의 도구가 오히려 갈등을 키우는 것은 분명 아이러니다. IT의 선물인 소통의 도구는 수직·수평으로 폭넓게 사용돼야 한다.

 

 

 

세대가 공존해야 건강한 사회

 

일자리는 세대갈등의 중심이다. 희망을 잃어가는 청년이 늘어날수록 기성세대와의 갈등은 골이 깊어진다. 재정난이 심각한 유럽도 일자리와 연금을 놓고 노년과 청년이 수시로 충돌한다. 일본도 상황은 비슷하다. 모든 시대에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기성세대는 황폐의 땅에서 밤잠을 못자며 노력한 결과 경제적 풍요라는 희망을 일궜다. 젊은 세대는 일자리가 없고 희망이 사라졌다고 아우성이지만 기성세대 덕에 글로벌이라는 광활한 무대가 주어졌다.   

 

노년의 지혜와 젊은이의 열정은 환상의 콤비다. 젊은이에겐 일자리라는 기회를 제공해 그들의 열정이 꽃을 피울수 있게 해야하고, 노인에겐 지혜에 대한 자부심을 갖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신뢰와 협력, 기회와 소통은 갈등을 조화로 바꾸는 요소들이다. 세대간에 신뢰, 협력, 기회, 소통의 다리를 놓는 것은 국가의 책무다. 청춘도 기성세대만을 탓하기엔 시절이 너무 짧다. 꿈을 키워 세계로 시야를 넓히고 부단한 자기계발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세대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어쩔수 없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모아 그 간극을 좁혀야 한다.

 

                                                                                                                           글 / 신동열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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