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인 K 씨는 청결과 위생에 관한 강박관념이 지나칠 정도로 강합니다. ‘살림하는 집에는 먼지가
전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입니다. 그렇기에 그녀는 하루 종일 쓸고 닦는 것이 몸에 배어 있
습니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며 부지런하고 깔끔하다고 칭찬하지만 정작 본인은 이를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하루에 청소 시간만 해도 줄잡아 서너 시간이 소요되고, 오랫동안 집을 비우면 먼지 쌓일
걱정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기 때문입니다. 더 큰 문제는 가족들에게도 엄격한 청결 기준을 똑같이
적용하기에 크고 작은 갈등들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
지나친 강박관념은 정신의 암이다
사람들은‘집에서 쓰는 물건은 제 자리에 있어야 해.’와 같이‘~해야 해.’혹은‘~하지 않으면 안 돼!’라는 크고 작은 강박적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지나칠 경우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자녀를 둔 부모가‘아무리 아파도 학교는 가야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부모 생각에는 성실한 아이로 자라길 바라는 긍정적 의도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오히려 병을 키울 수도 있고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예로,‘ 항상 실수하지 말아야 해.’라는 강박관념 역시 일을 잘하기 보다는 실수가 두려워 도전조차 하지 않는 회피 방식으로 이어지기 쉬울 것입니다. 이렇듯 지나친 강박관념은‘늘, 항상, 결코, 언제나, 모든, 어떤 일이 있더라도’와 같은 절대적인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융통성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이는 결국 강박적 생각이나 행동에 불필요하게 집착함으로써 삶을 위축시키고, 주위 사람들과의 갈등을 끊임 없이 부추기게 됩니다. 그렇기에 지나친 강박관념은 일종의 정신 암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벽(癖)이 없으면 쓸모없는 사람일 뿐이다. 대저 벽이란 글자는 질(疾)에서 나온 것이니, 병중
에서 도 편벽된 것이다. 하지만 독창적인 정신을 갖추고 전문의 기예를 익히는 것은 왕왕 벽이 있는
사람만이 능히 할 수 있다.”
- 박제가의 <백화보서百花譜序> 중에서 - |
삶에 날개를 달아주는 긍정적 강박관념
모든 강박관념이 다 안 좋고 불필요한 것만은 아닙니다. 암과 같은 중병을 이겨내는 데에는 생에 대한 집착이나 암을 극복하겠다는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입니다.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습을 안 하면 노래가 안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항상 노래연습을 하고 있다.”
가수 조용필의 이야기입니다. 무대에 올라가려면 스스로 만족할 정도의 연습이 있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그가 왜 환갑의 나이까지 '가왕(歌王)'이라는 칭호를 받고 있는지를 잘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
“연기를 하려면 자신을 버리고 온전히 그 배역이 되어야 한다.”
TV에서 배우 김명민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상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내용 중에서 그가 루게릭 환자
역할을 맡아 열연했던 한 장면이 눈에 띄었습니다. 아픈 몸으로 세차하다가 넘어지는 장면이 나오는
데 잘 넘어진 것 같은데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고 재차 넘어지는 것 이었습니다.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할 법도 한데 왼손을 못 쓰는 환자가 넘어질때 왼쪽 팔을 올리면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였습
니다. 이런 그의 강박적 연기관이 그를 뛰어난 연기파 배우로 조련 시켜준 셈입니다. |
이렇듯 어떤 강박관념은 독창적인 자신의 세계를 이루고, 뛰어난 실력을 갖추게끔 하는 삶의 날개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가히 긍정적 혹은 생산적 강박관념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정적 강박관념과 긍정적 강박관념을 구분하라
강박관념이 꼭 나쁜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강박관념이 존재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부정적 강박관념과 긍정적 강박관념을 구분할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는 집착과 집념을 구분하는 것과도 흡사할 것입니다.
첫째, 긍정적 강박관념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마음가짐입니다. 즉,‘ 꼭 성공해야 해’가 아니라‘최선을 다 해야 해!’와 같은마음입니다. 그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에 충실하자는 마음이며, 목표에 대한 강박이 아니라 자신의 가치추구에 대한 고집을 의미합니다.
예를들어 향후 회사를 세워 어려운 사람을 많이 도와주는 것이 누군가의 꿈이라면 회사를 세우는 것은 목표이고, 어려운 이웃을 도우는 것은 가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때 목표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한 사람은 어떻게든 회사를 세워야 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가치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는 사람이라면 회사를 세우기 전이라도 지금 처한 환경에서 누군가를 도와주는 역할을 다 할 것입니다. 즉, 가치와 삶이 유리되지 않는 삶을 살아갈 것입니다.
둘째, 긍정적 강박관념은 자신에게는 엄격하더라도 타인에게는 상대적으로 관대한 기준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생각이 자신에게 맞춰져 있지 결코 다른 사람을 통제하거나 변화시키려는 데 있지 않습니다.
셋째, 긍정적 강박관념은 그 바탕이 자기완성의 욕구, 열정, 자기신뢰라는 긍정적 정신에너지에서 비롯됩니다. 그에 비해 지나친 강박관념은 그 바탕이 불안이나 초조, 분노, 두려움 등 부정적 정신에너지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긍정적 강박관념은 스스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의지에 가깝지만, 지나친 강박관념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당위나 방어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 강박관념을 넘어서라
아무리 긍정적 강박관념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늘 그 뒤편의 그림자를 함께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긍정적 강박관념 역시 뜻대로 되지 않으면 시야를 좁게 만들고 틀에 우리를 가둬 두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자기완성을 추구하려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강박관념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을 있는 힘껏 표현하고 독창적 세계를 구축하는 것은 강박관념만으로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고의 나로 살아가는 것은 해야 하는 것을 넘어 즐길 수 있는 경지에 올라설 때 가능한 일이니까요.
문요한 더 나은 삶 정신과 원장,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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