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꿈꾸는 세상
“한국 사람들은 양약은 불신하고 한약을 맹신하는데, 한약 잘못 먹고 죽은 사람 많아요.” 그는 느닷없이 한약 불신론을 늘어놓더니 컴퓨터 앞에서 약 처방 문안을 타자로 치기 시작했습니다. 의사선생님께서 비스듬한 자세로 타자를 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간신히 용기를 내어 “무슨 약인지요?”라고 묻자, 그는 “좋은 거에요.”라고 답했습니다.
“앞으로 제가 어떻게 생활을…?” 어렵게 꺼낸 질문이었으나 그는 쉽게 이야기를 끊어버렸습니다. “뒤에 진료 받아야 할 환자가 많으니 한 사람과 길게 이야기 못합니다. 앞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고, 그저 마음을 편안하게 가져요.” 그는 눈짓으로 빨리 나가라고 재촉을 했습니다. 묻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바쁜 의사선생님을 더 이상 붙들 수 없어서 물러 나와야 했습니다.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라는 지침을 받았으니, 얼굴에 웃음을 띠며 공손히 나왔습니다.
“남을 가르치는 직업인 교사와 아픈 사람을 상대하는 의사, 그리고 사회의 다양한 사건을 균형 감각 있게 보도해야 할 기자 직군은 자격시험에서 반드시 인성 검사를 치러야 해. 그리고 그 비중을 다른 과목보다 훨씬 높게 했으면 좋겠어.” 언젠가 친구가 이런 말을 했을 때 그저 웃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그의 말에 대한 공감이 날이 갈수록 커지는군요.
그는 퇴원 후 의과대학생이 되는데, 3학년이 돼야 환자들을 만날 수 있는 규정을 무시한 채 환자들을 몰래 만나서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입니다. 상처를 치유한다는 의미의 ‘패치(Patch)’를 자신의 이름으로 택한 그는 환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어릿광대 공연도 서슴지 않습니다. 학교 당국은 이런 그에게 몇 번이나 경고를 하지만, 오히려 그는 동료 의학도들을 설득해서 산 위의 허름한 집을 개조한 후에 가난한 이들을 위한 임시 무료 진료소를 세웁니다.
이 세상의 모든 의사들이 패치처럼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환자들을 돌볼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영화로 만들어졌을 만큼 이상향을 지향하는 특별한 의사의 이야기니까요. 그의 진료 방법이 의학적으로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환자의 시각에서 그가 무엇을 소망하는 지 알아내고, 그들의 심리적인 상처까지 치료해 주려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만큼은 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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