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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취미

노인성질환, 가족 대신 보살펴 드리는 곳이 있다?

대구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123 노인요양복지센터는 주∙야간보호센터를 중심으로 단기보호센터, 방문재활치료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노인 사회복지 서비스 공간이다.
특히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낮 시간 동안 가족을 대신해 보살펴 드리는 주간보호센터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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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孝)를 실천할 수 있는 한국적 요양제도주간보호서비스


골목마다 이야기가 있는 도시, 대구에는 특히 효(孝)에 관한 전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중 ‘서 효자, 효자각’에는 아픈 부모를 위해 24년 동안 정성으로 병 간호를 한 조선시대 서명보라는 인물의 이야기가 전해진다. 사회가 점점 발달하면서 부모를 공경하는 자식의 이야기는 점점 줄어가고 있지만 세태의 변화를 마냥 탓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우리가 존중해야 할 가치 ‘효’를 지키기 위해서는 장기요양 복지서비스인프라 구축은 필수조건이다.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중 한국적 ‘효’를 가장 잘 실천할 수 있는 요양제도가 주간보호서비스다.


대구 대명동에 위치한 123 노인요양복지센터는 큰 길가에 위치하고 있어 어르신들의 접근이 용이하다.

대부분의 요양기관이 2,3층에 있거나 골목에 숨어 있어 노인들이 오고 가기에 불편했던 것과는 확연히 구분된다. 이곳에서 치매나 중풍, 기타 만성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가족이나 이웃과 헤어지지 않고 자기 집에서 계속 생활하면서 주간보호 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다.


“어르신들을 위한 유치원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아침에 어르신을 댁에서 모셔오고,저녁에 모셔가는 전용 차량 운행 서비스를 하고 식사와 간식 제공, 심신기능의 유지∙향상을 위한 취미∙오락∙운동 같은 여가생활지원 등을 하고 있어 낮시간 동안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과 비슷해요.”


물리치료사인 손정우 센터장은 주간보호센터를‘효(孝)를 실천할 수 있는 한국적 요양복지시설’로 평가한다. 산 속에 있거나 가족들과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요양기관의 단점을 보완해 자식들이 낮에는 생계를 꾸리고 밤에는 함께 생활하며 심리적 안정과 효도를 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낮에 단순히 노인들을 보호만 하는 게 아니라 물리치료실과 휴게실, 운동설비 등을 갖추고 물리치료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어르신을 가족처럼 모시며 일상생활서비스와 함께 물리치료, 건강 상담 및 진료 등의 다양한 재활치료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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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감만족 프로그램


123 노인요양복지센터에서 운영하는 주간보호서비스에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이곳에서는 투호 같은 전통놀이, 야외 나들이, 음악, 미술 프로그램 등 사회활동과 정서적 안정에 중점을 둔 프로그램을 주로 진행한다. 어르신들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여가생활 프로그램이 많은 게 특징이다. 물리치료사인 손정우 센터장이 몸의 건강뿐 아니라 심리적인 안정과 치료에 더욱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질환을 앓고 계신 어르신들을 찾아뵈면 몸이 아픈 것보다 자신을 찾아와 주고 관심을 가져 주는 걸 더욱 고맙게 생각하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여기에 오신 분들께도 친자식은 아니지만 자식처럼 관심을 갖고 즐겁게 해 드릴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합니다.”


수시로 진행되는 종이접기 프로그램에는 어르신들의 열의가 대단하다. 선을 맞추고 종이를 접는 일 하나하나에도 오감을 집중한다. 서툴지만 이렇게 만든 작품들은 센터에 고스란히 모아둔다. 만든 작품을 보며 어르신들이 뿌듯해하고 가족들도 부모님의 활동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진행되는 여러 프로그램 중에서도 손정우 관장이 직접 진행하는 노래시간은 단연 인기다. 대학생 때부터 배워온 악기 연주 실력을 더해 즐거운 노래시간을 마련하기 때문이다. 직접 연주하는 콩가나 봉고(아프리카 등지에서 연주하는 타악기) 리듬에 노래가 곁들여지면 조용했던 어르신들 모두가 흥에 겨워 박수와 춤사위를 풀어놓는다.


“여러 가지 이유로 요양시설에도 가지 못하고 집에만 계시던 어르신들은 이곳에 오는 걸 참 좋아하세요. 여기 와서 함께    무언가를 하고 관심을 가져 주는 이가 있다는 것도 좋지만 집 밖으로 나와서 할 일이 있다는게 심리적으로도 여러 가지 작용을 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만 있는 것만으로도 치매 발생 가능성이 1.9배나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주간보호센터는 몸이 아픈 어르신들에게 작은 사회가 돼주는 것이죠.”


봉사활동이 재활치료서비스 시범사업 참여로 이어져 대학에서 물리치료를 배우던 시절, 우연한 기회로 복지시설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게 인연이 돼 15년 넘게 봉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손정우 센터장. 어르신들을 위한 그의 봉사와 의료복지 서비스 열의는 대구에서도 소문이 자자했다. 재활치료서비스 시범사업 지사로 선정된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남부지사는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는 시설운영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 매주 방문하는 재활치료서비스를 통해 근골격계 질환으로 고생하시는 어르신들이 신체적인 기능상태 호전과 심리적 안정을 가져와야해요”


조희태 대구남부 지사장은 댓가도 지급하지 않는 재활 서비스 시범사업에 손 센터장이 적격인물이라 생각했다.  손 센터장은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서대구병원장인 신경외과 전문의 서인엽 씨에게 손을 내밀었다. 수술 스케줄이 많은 신경과 의사로 일하면서도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던 서 씨역시 흔쾌히 수락했다.


봉사로 엮어진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친구라고 하는 두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 어르신들의 재활치료를 위해 일주일에 다섯 분을 방문해 재활치료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그들이 있기에 신체활동이 불편한 어르신에게 꼭 필요한 노인요양제도, 재활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