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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배우들에게 많은 난독증(難讀症), 왜?

 

 

 

 

 

       최근 영화배우 조달환이 "아직도 한글을 잘 모른다. 대본 리딩을 할 때 대본을 단 한 번도 이해해본 적이 없다”며 

       심각한 난독증(難讀症)을 고백했다. 세계적인 영화배우인 톰쿠르즈도 7세 때 ‘난독증’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글을

       읽을 수 없어 주변 사람들이 대본을 읽어주면 이를 암기하는 방법으로 영화 촬영을 해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난독증은 도대체 어떤 병일까? 치료와 교정은 가능한 것일까? 

 

 

 

 

 

난독증은 지능 정상이라도 생겨

 

난독증은 학습 장애 중 하나인 ‘읽기 장애’를 말한다. 아예 글을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줄을 건너 띄고 읽거나 읽는 속도가 느리고 이해를 잘 못하는 특징을 보인다. 예를 들면 ‘핑계-빙계’ ‘혓바닥-허파득’ ‘어머니-니머어’ 처럼 읽는 특징이 있다. 학령기 아동의 2~8%가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난독증은 지능·시각·청각이 모두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글자를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능이 정상인데, 도대체 왜 읽을 수가 없는 걸까?

 

전문가들은 읽기는 그리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고 말한다. 글자를 눈으로 보고 단어로 인식하며, 그 의미와 내용을 이해하는 복잡한 과정인 것이다. 예를 들어 ‘엄마’라고 할 때, 이는 ‘ㅇ,ㅓ,ㅁ,ㅁ,ㅏ’로 구성된 단어라는 것을 알고, 이를 자유자재로 분해·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읽기 능력의 기본이 된다. 단어가 어떻게 생겼는가에 대한 시각적 분석과 이해는 과거에 익힌 시각적 기억의 도움이 필요하다. ㄴ과 ㄷ, ㅏ와 ㅑ처럼 비슷하게 생긴 자음과 모음을 헷갈리지 않고 구별하려면 예전에 배웠던 시각적 기억들을 찾아내 다시 떠올리고 결합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들이 순식간에 자동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난독증이 있으면 이런 과정들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원인에는 여러 가지 가설이 있다. 시각적인 정보가 망막을 거쳐 대뇌로 전달될 때, 움직임, 공간, 위치 등을 파악하는 시신경세포가 작거나 불완전해서 이런 혼란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좌우뇌 불균형도 난독증의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간 지각 기능을 담당하는 우뇌에 비해 언어 기능을 담당하는 좌뇌의 기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인 것. 난독증을 가진 사람의 뇌 영상에서도 언어를 처리하는 좌뇌의 활성도가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배우들에게 난독증이 많은 이유?

 

성인 난독증 환자 중에는 읽기 장애를 극복하고, 배우, 디자이너, 예술가 등이 된 사람이 있다. 읽기 문제를 감추기 위해 일부에서는 뛰어난 기억력을 갖고 있거나 다른 능력이 발달하기도 한다. 잘 읽지 못 하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은 잘 한다든지, 대인 관계가 좋거나 직관력이 좋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읽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난독증 환자는 자신의 지적 능력보다 낮은 직장에서 일하고, 업무 처리에 있어 큰 어려움을 보인다. 따라서 적절한 교정훈련을 하는 것이 좋다. 난독증은 유치원, 초등학교 저학년 때 교정 훈련을 시작해야 효과가 좋다. 부모들은 아이가 또래에 비해 책 읽는 속도가 느리거나 글자를 읽을 때 눈이 아프다고 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말고, 난독증을 의심해야 한다.

 

 

 

박스 > 나는 난독증일까?

 

 ▷ 책을 읽을 때 줄을 건너뛰어 읽거나 읽었던 줄을 다시 읽는다.

 ▷ 종종 읽던 부분을 놓치거나 단어를 빠뜨리고 읽고, 읽다가 주위가 흐트러지기 일쑤다.

 ▷ 책을 오래 읽지 못하고, 읽은 뒤에도 잘 이해를 못 한다.

 ▷ 남보다 읽는 속도가 느리고, 분량이 조금이라도 많으면 아예 읽으려고 하지 않는다.

 ▷ 책을 읽으면 쉽게 피곤해지거나 눈이 자주 충혈되며, 금방 졸음이 온다든지, 뒷목이 당긴다든지 두통이 생기는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 어두운 데서 읽기가 더 편하다. 형광등 빛이나 밝은 햇빛에서 읽기가 어렵다.

 ▷ 책을 오래 읽거나 한 곳을 너무 오래 주시하면, 시지각적인 왜곡이 일어난다. 글자가 흐릿해지거나 한 글자가 두 개로

     보인다든 지 글자가 움직이는 것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 악보를 잘 못 본다든지, 컴퓨터를 오래 못 볼 때가 잦다.

 

 

 

어떻게 교정해야 하나

 

난독증을 교정하기 위해서는 첫째 쉬운 단어에서 점차 어려운 단어를 읽기, 둘째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단어를 읽기, 셋째 단순한 단어를 읽기, 넷째 자주 접하는 단어를 그림을 이용하거나 반복적으로 읽기 등이 도움이 된다. 중고등학생의 경우 긴 문장이나 내용이 많은 책을 접하게 될 때는 비디오 테잎 등을 보조 도구로 사용해 책을 읽기 전 미리 흐름을 잡고 책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글자 간격이 넓은 문장을 읽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탈리아 파도바대학 심리학과 마르코 조르지 박사팀은 8~14세의 프랑스어 난독증 아동 54명과 이탈리아어 난독증 아동 40명에게 24개의 짧은 문장을 글자 간격이 일반적인 문장과 두 배 더 넓힌 문장으로 나눠 2주 간 읽도록 했다. 그 결과 문장을 읽는 속도가 일반 문장보다 글자 간격을 넓힌 문장을 읽을 때 20% 더 빨랐다. 정확도도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밝은 색상에 과민한 난독증 환자의 경우에는 색조 렌즈 안경을 착용하면 글자를 쉽게 읽을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 안과 박신혜 교수팀이 난독증의 일종인 얼렌증후군 환자 25명에게 색조 렌즈 안경을 쓰게 한 뒤, 글자를 읽는 속도와 만족도를 조사했다. 환자 8명(32%)은 청색 계열의 렌즈를 사용했고 4명(16%)은 회색 계열을 썼으며, 그 외에도 노란색·붉은색 등 다양한 색조 렌즈가 사용됐다. 환자들의 읽기 속도는 안경 착용 전 분당 82.72글자에서 안경 착용 후 101.84글자로 늘었고, 환자들이 "읽기가 편하다"고 만족한 정도는 4.08점(5점 척도)이었다. 박 교수는 “색조 렌즈 안경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특정 빛의 파장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글 /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lk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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