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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성공강박증' 치료법



  "이 시험이 안 되면 제 인생은 끝장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절박한데도 책상에 앉으면 공부가 안 돼요.
  '이번에 떨어지면 사람들 얼굴을 어떻게 보지?' '괜히 잘 다니는 직장을 그만둔 것은 아닌가?' 하며
  자꾸 후회가 되고 걱정만 돼요. 독하게 마음먹으면 안 될 것 같아 배수지을 쳤는데 그게 잘못인 것 같
  아요"

 

K 씨(33세)는 공무원 생활을 그만두고 다시 국가고시를 준비하고 있다. 대학교 때 한 번 도전했다가 포기하고 공무원이 되었던 그였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대학 동기들에 비해 뒤쳐져 보이는 평범한 자신이 싫었다.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시험공부를 준비하고 있지만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집중이 되지 않고 초조하기만 하였다. 부인과 아이들에게 짜증내는 것이 부쩍 늘었고, 끊었던 담배도 다시 폈다. 얼마 전에 딸이 폐렴 증세로 입원했을 때조차 가족들이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짜증이 나는 자신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집중과 집착

마음이 한 곳에 모이는 것을 집중이라고 한다. 하지만 집중은 집착으로 이어지기 쉽다. 집중과 집착은 어떻게 다를까? 구분이 쉽지 않지만 가장 큰 차이는 에너지의 성격이라 할 수 있다. 즉 집중은 열정이 바탕이 되어 현재에 에너지가 향하지만 집착은 의무감이나 불안이 모여 있어 현재에 집중하지 못하고 미래나 과거로 에너지가 향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K 씨의 경우처럼 ‘이번에 안 되면 어떻게 하지?’ 와 같은 초조한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집착에 빠지면 우리의 시야가 극도로 협소해진다는 것이다. 목표만 보이고 목표와 관련 없는 것은 모두 방해물로 여겨지기 쉽다. K 씨의 경우도 최근 집에서 아이들이 조금만 시끄럽게 하더라도 화를 내곤 했다. 그리고 ‘내가 누구를 위해 지금 이 고생을 하는데!’ 라며 가족들에 대한 원망이 수시로 들었다. 심지어는 가족들이 아픈 것까지도 자신의 공부에 방해가 되는 것 같아 원망스러운 마음이 들 정도였다. 과연 시험에 합격하면 그는 잃어가고 있는 것을 모두 회복할 수 있을까?


터널 비전

'공에서 눈을 떼지 마라!' 흔히 구기 종목의 스포츠에서 많이 등장하는 구호이다. 공에 집중하라는 뜻이다. 물론 훌륭한 선수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세이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과도하게 의식하게 되면 오히려 긴장감이 지나쳐 공을 잡기도 전에 던지는 것과 같은 실수가 이어지기 쉽다.

무릇 최고의 수행이란 긴장은 하되 과도한 힘은 들어가지 않고, 집중은 하되 집착하거나 불안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목표를 꼭 이루어야 한다는 마음이 강하면 우리는 지나치게 긴장하게 되고 역효과가 나타나기 쉽다. 특히 마음에 거대한 맹점이 만들어지게 된다.

일종의 ‘터널 비전(tunnel vision)’ 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어두운 터널 속에서 오직 빛이 있는 터널의 끝부분만을 바라보고 가느라 상하좌우 주변상황을 미처 살필 수가 없는 것과 비슷하다. 전체를 보지 못하고 끝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기에 바로 앞의 웅덩이도 살필 수 없고 상황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 목표를 가지고 나서 오히려 전보다 장애물에 부딪히는 횟수가 더 많아지고 있다면 목표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목표에 집착하고 있음을 스스로 의심해보아야 한다.
 


오늘이 기쁘지 않으면 내일의 영광은 없다.

우리는 흔히 내일의 영광을 위해서는 오늘은 희생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단기성장이나 단기목표는 목표의식만으로 가능할 수 있다. 하지만 삶의 장기적 성장은 목적의식에 바탕을 둔 끈기와 열정이 중요하다. 오늘의 희생을 바탕으로 내일의 성공을 목표로 한다면 우리는 주저앉기 쉽다.

머나먼 길의 연료는 그 여정에서 재생산되어야 하지 처음부터 모두 준비해서 떠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하루하루 만족감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은 언젠가는 주저앉기 마련이다. 의지로 의지를 끌어내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설사 어렵사리 목표를 달성한다 하더라도 기쁨의 순간은 잠깐이고 오랜 시간 허탈감과 무의미함에 빠져 우울증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를 정신의학에서는 ‘성공 우울증’이라 부른다. '어! 성공했는데 어떻게 우울할 수가 있지?' 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드물지 않는 일이다. 정신없이 목표를 향해 달려왔는데 정작 원하는 것을 이루고 나니 정말 이것이 자신이 원했던 것인지 의문이 들고 앞으로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할지 막막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일본의 심리상담가인 히라모토 아키오는 이 점에 착안하여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듯이 확실한 목표의식을 가지고 성공한 사람은 20% 정도에 불과했고, 80% 가량은 자신의 내적 만족감에 충실하게 하루하루를 살다보니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할 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심리적 만족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지나친 이분법을 사용했다는 느낌이 들지만 어떻게든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안고 살아가는 많은 현대인들에게는 의미 있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K 씨는 상담을 하면서 차츰 안정을 찾아갔다. 대학때 시험을 준비했던 마음으로 되돌아가 좋은 국가정책을 세움으로써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사명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혼자 가장의 책임을 다 해야 한다는 심적 부담에서 벗어나 아내에게 도움을 구할 수도 있음을 받아들였다. 아내 역시 결혼 전에는 영어강사로 일 했기에 이번에 안 된다면 자신이 일을 해서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돕겠다며 그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그는 예전보다 더 가정에 신경을 쓰면서도 더 공부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으며 공부가 끝나고 집에 갈 때는 가슴 뿌듯한 느낌을 가질 수가 있었다.

 

     성공(목표) 강박증을 의심해 볼 경우

 1. 목표가 생기고 나서 친밀한 관계에서조차 부딪히고 갈등이 많아졌다.
 2. 목표와 관련되지 않은 영역에서는 즐거움을 느낄 수가 없다.
 3. 목표보다 더 중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목표추구 행동을 미루거나 멈출 수 없다.
 4. 목표들 달성하지 못할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
 5. 목표를 향한 마음이 '~을 하고 싶다'라는 열정보다는 '~을 해야만 해'라는 의무에 가깝게 여겨진다.
 6. 목표외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터널 비전을 느끼고 있다.
 7.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게 된다.


문요한/ 더 나은 삶 정신과 원장, 정신경영아카데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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