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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맞춤형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인생의 페이스메이커 만들기


 1마일은 1,609m로 육상트랙 네 바퀴이다.  이 1마일을 달리는 데 얼마나 걸릴까?

 1804년에 5분 벽이 깨진 이후 1954년도까지 1마일 최고기록은 4분대를 넘지 못했다. 그래서 생리학자
 들은 
인간이 1마일을 4분 이내에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 바 있다.  하지만 1954년에 그 불가
 능한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그것도 로저 배니스터라는 한 의대생에 의해 신기록이 달성되었다. 더 놀라
 운 사실은 마의 
4분 장벽이 무너지고 난 뒤 2년 안에 3분대의 선수가 300명으로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누구도 4분대를 넘 을
 수 없다.’는 절대적 한계가 ‘누군가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바
 뀌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사례는 신념의 힘을 강조하는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그러나 4분벽을 넘어서는 데는 긍정적
 신념 
만큼이나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이다. 신기록은 훈련 때부터 그와 호흡을
 맞추며 목표
 속도에 페이스를 이끌어 준 두 명의 친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두 친구는 그
 의 기록 갱신을 위해
 연습과 시합에 참여하여 그의 경이적 기록을 위한 배경이 되어주었다.


 

 페이스 조절능력

<굿바이 게으름>이라는 책 때문에 게으름 문제로 상담을 오는 분들이 많다. 그 가운데 많은 분들은 페이스 조절능력에 어려움을 보인다. 즉, 자신의 에너지 상태에 맞지 않게 너무 큰 계획만 추진하다가 쉽게 포기하는 경우도 있고, 겨우 해내고서는 방전이 되어 오랜 시간 잠수를 타는 분들도 있고, 몰입할 때와 휴식할 때가 구분되지 않은 채 미적지근한 상태로 지내다 점점 처지는 분들도 있다.

페이스의 단계도 없고 강약도 없는 셈이다. 마치 아마추어 참가자들이 마라톤이나 종주 산행에서 흔히 범할 수 있는 실수와 비슷하다. 그렇기에 마라톤 대회에는 참가자들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페이스메이커라고 부르는 봉사자들을 둔다. 참가자들이 뒤처지면 보폭을 맞춰서같이 뛰어주기도 하고,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이 있기에 어느새 힘을 내어 다시 달릴 수 있게 된다.


인생의 페이스메이커

우리는 인생을 흔히 마라톤에 비유한다. 그렇기에 흔히 ‘고독한 달리기’ 라거나 ‘자신과의 싸움’ 이라고 인생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인생의 긴 여정을 우리는 결코 혼자 힘으로 달릴 수 없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빚지고 있다.
생각해보자. 삶의 여정 곳곳에서 나를 끌어주는 누군가가 없었더라면 어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던가!

우리 인생에 최초의 페이스메이커는 바로 부모이다. 부모는 아이의 인생을 이끌어주면서 동시에 아이가 스스로 달릴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다. ‘ 아이를 이끌어 결국 이끌어주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 이라는 아주 어려운 역할이 부모에게 있다. 이를 위해 부모는 아이의 나이에 따라 통제와 자율의 균형을 잘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나 혼자 힘으로 그 기록을 깨는 건 불가능하다. 누군가 날 끌어줘야 한다. 2초는 아주 작은 것 같지만
   이제
 그것은 내게 벽돌을 깨는 것같이 느껴진다. 솔직히 내 능력 밖의 일인 것 같다.”

    

                                                                                                -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 - 


그리고 넘어졌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서 달릴 수 있도록 용기와 격려를 주어야 한다. 하지만 공부하고 경험하지 않으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늘 자신의 페이스로 끌고 가려고 하거나 반대로 아이 혼자 알아서 뛰라고 방임하는 태도 사이에서 흔들리기 마련이다. 부모 이외에도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페이스메이커를 만날 수 있다.

친구, 동료, 애인, 부부 등등 우리 주위에 여러 가지 역할의 페이스메이커가 존재한다. 우리는 그들이 있기에 보다 삶을 힘차게 달려 나갈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은 스승을 둔다는 것만큼 좋은 페이스메이커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더 이상 좋은 스승을 만나지 못한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행장을 꾸리고 스스로 좋은 스승을 찾아 다녀야 한다.





훌륭한 기록 뒤에는 훌륭한 라이벌이 있다

페이스메이커라고 해서 꼭 친밀한 관계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자신의 분야에서 맞수가 있다면 그 역시 좋은 페이스메이커의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 최고 홈런기록은 2003년도에 수립되었다. 이승엽 선수가 세운 56개의 홈런인데 이는 아시아 홈런신기록이기도 하다. 이 대기록은 이승엽 선수가 세운 것이기는 하지만 만일 그와 홈런 경쟁을 펼쳤던 심정수 선수가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었을까? 그러므로 훌륭한 기록 뒤에는 늘 훌륭한 라이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렇듯 자신의 능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데 있어서는 선의의 경쟁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맞수는 있으나 없으나 하는 존재도 아니며, 더 나아가 짓밟거나 제거해야 할 적도 아니다. 라이벌은 ‘더 나은 나’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파트너인 셈이다.





누군가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준다면

맨발의 영웅으로 널리 알려진 에티오피아 마라톤 선수 아베베는 60년, 64년 두 번의 올림픽 마라톤을 2연패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그런 그가 68년 멕시코 올림픽에 또 출전하게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이끌었다. 하지만 17km에서 포기하고 말았다. 사람들의 실망이 이어졌지만 기자회견에서 진실이 밝혀졌다.

그는 다리가 부러져 대회 참석 자체가 불가능했는데도 동료 마모 올데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기 위해 경기에 참여했던 것이었다. 결국 마모는 우승을 차지했고, 그 영광을 아베베에게 돌렸다. 이렇게 인생이라는 마라톤에서는 1등을 하는 것이나 완주를 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정말 가치 있는 삶이란 최선을 다해 완주를 하되, 적어도 삶의 어느 시기에는 누군가의 삶을 위해 온전히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줄 때 붙일 수 있는 이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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