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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에볼라, 막연한 두려움은 불필요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 ‘지맵’ 투약이 시작됐다. 외신에 따르면 라이베리아 보건당국은 에볼라를 앓고 있는 자국 의사 2명과 나이지리아 의사 1명에게 지난 14일부터 지맵을 투약하고 있다.

 

지금까지 10여명에게 투약할 수 있는 분량만 생산된 지맵은 이제 바닥이 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이 약은 임상시험을 마치지 않은 시험단계라 투약에 논란도 많다. 서아프리카 전체 에볼라 감염자는 17일 현재 2,100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최소 1,145명으로 집계됐다. 사망과 감염자 수의 빠른 증가와 ‘약이 없다’는 사실 때문에 에볼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에볼라가 다른 병들에 비해 치사율이 유난히 높은 건 분명하다. 하지만 아프리카에 발도 들여놓지 않은 국내인까지 모두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피해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지나친 두려움도 확산 방지에 도움되지 않는다. 전문가들이 설명하는 에볼라의 정확한 실체를 문답으로 정리했다.

 

 

 

왜 이렇게 치사율이 높나

 

에볼라 바이러스는 다른 바이러스에 비해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아 정확한 이유는 아직 잘 모른다. 최근 미국 워싱턴대 연구진에 따르면 인체에 들어온 에볼라 바이러스는 위급 신호를 면역체계에 전달하는 경로를 차단시킨다. 면역체계를 마비시켜 바이러스에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얘기다.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자체 증상뿐 아니라 여러 장기의 기능 이상, 패혈성 쇼크 등의 합병증으로 감염 환자의 절반 이상이 6~16일 이내에 사망하는 이유가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추정한 현재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사망률은 약 55%다. 그 중 기니는 75%로 특히 높은 사망률을 기록하고 있다.

 

 

  

 

 

확산 가능성도 높지 않나

 

치사율이 높다고 무조건 병이 더 잘 전염되는 건 아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같은 다른 바이러스보다 오히려 사람 간 감염력은 낮다고 평가된다. 공기로 쉽게 전파되는 호흡기 바이러스와 달리 환자의 침이나 땀, 피, 배설물 같은 체액을 직접 접촉해 바이러스가 몸 안으로 들어왔을 경우에만 감염되기 때문이다. 모기와 파리 같은 벌레나 음식물, 공공장소에 묻어 있는 타인의 체액 등이 단순히 묻었다거나 감염된 환자 옆에 앉았다고 해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는 얘기다.

  

 

잠복기나 회복 후에도 전염되나

 

에볼라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왔으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 상태인 사람은 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감염시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증상을 보이는 환자와 직접 접촉해 환자의 체액이 인체 내로 유입돼야 사람 간 감염이 이뤄지는 것이다. 단 에볼라에 걸린 뒤 완전히 나았다고 진단을 받은 성인 남성은 회복 후 적어도 7주 동안은 성관계를 피하는 것이 좋다. 그 기간에는 정액을 통해 성관계를 갖는 여성에게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맵은 얼마나 효과 있나

  

아직 모른다. 이 약을 개발한 미국 회사 맵바이오제약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시킨 원숭이들에게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뒤 지맵을 투여한 결과 약 43%가 살아남았다. 하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은 아직 시행되지 않았다. 이 약을 투여받은 미국인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2명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 현상이 지맵의 효과인지 자연적으로 회복 중인 건지는 알 수 없다. 실제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스페인의 신부는 지맵을 투여받았지만 사망했다. 사망률에 포함되지 않는 에볼라 환자는 수일 동안 발열 등의 증상을 보이다가 6~11일 정도 지나면 회복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확산은 어떻게 시작됐나

 

국제학술지와 외신 등에 따르면 서아프리카의 이번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사태의 발원지는 기니로 보인다. 기니 남동부의 한 국경 마을에서 지난해 12월 숨진 2살짜리 남자아이가 최초 감염자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이 아이가 숨진 뒤 1주일가량 지나 가족들이 차례로 사망하고 마을 사람들에게도 병이 전파되다 올 초 인접 국가인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에서도 사망자들이 나오기 시작하자 그 원인이 에볼라 바이러스일 거라는 분석이 나오게 됐다. 하지만 그 남자아이가 어떻게 에볼라에 감염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에볼라 바이러스는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원숭이나 침팬지, 과일박쥐의 피에 노출되거나, 감염된 동물이 오염시킨 과일 등을 먹었을 때 사람에게 옮는다고 알려져 있다.

 


 

 < 발생국 지도 > 

 

 

확산 추세가 언제까지 계속될까

  

서아프리카 지역의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 상황을 점검한 ‘국경없는 의사회’는 에볼라를 통제하기 위해 앞으로 6개월은 더 지나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건위생 상태가 좋지 않고, 에볼라 바이러스의 활동이 가장 활발해지는 사망 직후의 시신과 접촉이 잦은 지역적 특성이 서아프리카에서의 전염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이미 나온 바 있다. 앞서 WHO는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실제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대응을 강화하기로 했다. 그러나 감염자의 체액과 직접 접촉이 없었으면 감염 우려가 매우 적다는 사실은 분명하다고 WHO는 강조했다.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하나

 

에볼라 환자의 체액과 접촉 금지는 물론 아프리카 에볼라 발생국인 위험 지역(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나이지리아) 방문을 자제하고, 국외 여행 중 밀림 출입을 가급적 피하며 특히 박쥐나 원숭이, 고릴라, 침팬지 같은 동물과 접촉하지 말아야 한다. 에볼라 발생국 여행 후 갑작스런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에 이어 오심,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이 나타나면 관할 보건소나 핫라인(043-719-7777)에 신고하고 병원을 찾는다.

 

글 / 한국일보 산업부 임소형기자
(도움말 : 보건복지부, 대한의사협회,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