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가습기살균의 공포를 기억하는가. 사망자 수만 무려 143명. 이 가운데 56%는 아직 꽃도 피지 않은 영유아였다. 최근 한 방송 시사고발프로그램을 통해 다시 주목받은 가습기살균의 공포는 진행형일까 아니면 과거의 이야기일까?
"내가 우리 아이를 점점 죽이고 있었던 거다." 가습기 살균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한 A씨는 아들의 병이 가습기 살균제에서 비롯된 것을 모르고 병원에서도 가습기 살균제를 틀어준 것에 대해 자책했다.
부인을 잃은 B씨 역시 고통은 마찬가지. B씨의 부인은 임신상태라 약을 먹을수도 없고 엑스레이도 찍을 수 없던 시기라 고통을 참아나갔지만 증상은 악화됐다. B씨는 떠나보낸 아내의 영정사진만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훔쳐야했다.
수년전 당시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의 공포에서 필자도 해당됐다. 평소 폐질환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던 아이를 위해 아내는 밤마다 가습기를 틀어주면서 아이의 건강을 바랐다. 그러나 훗날 귀차니즘이 목숨을 살렸다고 말하며 아내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망에 이른 대부분 상당기간 동안 성실하게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면서 화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원인불명의 임산부 및 영아의 폐질환 사건이 발생했다. 역학조사 결과 그 원인은 가습기 살균제 때문이었고 결국 가습기 살균제가 회수됐다.
원인은 쉽게 문제의 성분이 호흡기를 통해 흡입되면서 발생한다. 살균제의 주 성분은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니딘(polyhexamethylene guanidine; PHMG)과 염화 올리고-(혹은 2-)에톡시에틸 구아니딘 (Oligo(2-)ethoxy ethoxyethyl guanidine chloride; PGH)이고, 클로로메칠 이소티아졸리논(CMIT) 등이다. 이들 물질은 피부독성이 다른 살균제에 비해 5~10분의 1 정도에 불과해 샴푸, 물티슈 등에도 이용돼 왔다. 문제는 이 성분이 호흡기로 흡입될 때 발생하는 독성에 대해 연구되지 않은 점이다.
결국 질병관리본부는 문제의 살균제를 수거하라고 명령했고 또 인체에 안전하다고 광고한 업체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하지만 뒤늦은 후회는 많은 피해자들만 낳고 말았다.
임산부, 영유아의 사망에 이어 그 가족들까지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더 큰 고통은 부처간 안일한 태도에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품질경영 및 공산품안전관리법 위반 사항이 없다'고 하고 폐 손상이니 보건복지부 소관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복지부는 가습기 살균제라는 제조물의 문제이니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이라는 핑퐁게임만 이어가고 있다.
가습기에는 초음파가습기와 가열식 가습기가 있다. 초음파 가습기는 물 분자가 커 보습효과가 크고 낮은 소비전력으로 전기부담이 적다.
하지만 관리소홀로 고장과 세균번식이 쉬운 단점도 갖고있다. 가열식 가습기는 내부에서 물을 끓여 수증기를 배출하는 형식이다. 세균번식의 위험은 낮지만 소비전력이 높고 뜨거운 수증기로 화상위험을 갖게된다.
또 주의해야 할 점으로는 가습기 제품 전체를 물로 씻다가 자칫 전기스파크를 일으켜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가습기 근처에서 살충제나 스프레이를 사용하는 것도 금물이며 정수기 물을 사용하는 것도 세균번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소독약 처리가 된 수돗물을 사용해야 한다.
이 밖에 머리 근처에 가습기를 두면 찬공기를 몰고와 감기걸리기가 쉬우며 매일청소하는 것은 물론 3시간 간격으로 사용해야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돈 안들이고 가습효과를 내는 방법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빨래를 널거나 젖은수건을 걸어 방안에서 말린다던지 솔방울이나 숯을 충분히 적신 후 방안에 두어 천연 가습효과를 내는 것도 손쉬운 방법이다.
글/ 김지환 자유기고가(전 청년의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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