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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생활

그들만의 스포츠? NO! 승마 건강하게 즐기기





최근 뜻밖의 논란으로 곤혹을 치르는 스포츠가 있습니다. 승마입니다. 누군가의 부정 입학 수단이 됐다는 것만으로 뭇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죠. 귀족 스포츠라거나, 부유층이 그들만의 리그에서 즐기는 사치스러운 취미라는 꼬리표는 예전부터 붙어 다녔으나, 지금처럼 ‘부정(不正)’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것은 억울하다 할 것입니다. 승마는 스포츠로는 물론, 대중적인 취미 활동으로 즐기기에도 손색이 없습니다. 말과 교감하며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건강까지 챙길 수 있으며 재활분야에서도 제몫을 톡톡히 합니다.




승마는 말과 사람이 하나가 돼야 가능한 운동입니다. 하나가 되어 서로 호흡을 맞춰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스포츠입니다. 말은 자전거나 오토바이 같은 기계가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버튼 하나로 달리게 하거나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이죠. 나를 태운 말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때로는 말에게 맞추고 설득해야 비로소 움직입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무리 지어 사는 말은 리더의 지휘 아래 움직이는 특성이 있으며 겁이 많고 예민합니다. 때문에 사소한 외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죠. 낯선 이에게 마음을 쉽게 열지도 않습니다.





이런 말의 특성을 이해하고 배려와 존중으로 말을 편하게 해주며 말이 나를 신뢰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 곧 하나가 되는 과정입니다. 그렇게 말에게 신뢰를 얻고 나 또한 말을 신뢰해야 원하는 대로 걷고 달릴 수 있습니다. 이처럼 승마는 존중과 배려로 말의 마음을 얻어 말을 리드할 수 있어야 가능합니다. 때문에 승마는 리더가 되는 법을 배우는 스포츠이기도 합니다.




승마는 말과 교감하며 리더십과 파트너십을 향상하는 것 외에,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하는 전신운동입니다. 보기에는 단순히 말에 올라있는 것처럼 보이나, 초보자들이 20분 정도만 타면 온몸이 땀에 젖을 정도로 격렬한 운동 중 하나죠. 승마는 몸 전체 근육을 80% 이상 움직이는 3차원적인 운동입니다. 가령 시속 6km 남짓한 속도로 걷는 말에 올라타면 1분당 100회 남짓한 3차원적 상하, 좌우, 전후 진동이 척추에 전달됩니다. 그야말로 전신운동인 거죠. 이는 리듬감과 유연성을 높이고 폐활량을 증대시키며 지속적인 반동에 의한 위장 등의 소화기 계통 건강에 도움을 줍니다.





승마와 관련해 ‘말의 외부는 인간의 내부에 좋다’는 말이 있습니다. 말을 타고 움직일 경우 사람의 몸속 장기가 흔들려 튼튼해진다는 의미입니다. 또, 말 위에서 균형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므로 신체의 평형성과 유연성을 길러 올바른 신체 발달을 돕습니다. 무엇보다 어깨와 허리를 곧게 펴지 않으면 말에 올라 버틸 수 없으므로 자세 교정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말의 상태와 기분을 살피면서 집중해야 하므로 정신집중력을 기를 수 있고, 말과 교감해야 하므로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좋습니다. 승마가 운동 부족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 안성맞춤 스포츠로 주목받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다이어트를 염두에 둔 사람에게도 승마는 효과적입니다. 유산소운동인데다, 주로 복근을 단련시켜 뱃살을 없애주고 허벅지 안쪽 살과 종아리를 탄력 있게 만들기 때문이죠. 특히 불필요한 지방은 없애고 근육은 보기 좋게 강화시켜 몸의 라인을 만들어주는 데 탁월합니다. 연예인 김태희 씨를 비롯해 하지원, 고소영, 정려원, 황정음 등 승마를 즐기는 여자 연예인들이 적지 않은 것이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스포츠로서 승마는 크게 세 종목으로 나뉩니다. 장애물비월, 마장마술, 종합마술 등이죠. 장애물비월은 말을 몰아 장애물을 뛰어넘는 경기로 마장에 설치된 장애물을 정한 순서에 따라 제한 시간 내에 넘는 방식이며, 마장마술은 속보와 구보, 평보, 전진과 후진, 옆걸음 등 말의 움직임과 기수와의 조화를 평가합니다. 종합마술은 장애물비월과 마장마술은 물론, 야외에서 펼치는 크로스컨트리까지를 포함합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에 전국소년체육대회 정식종목으로 채택해 육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 승마는 꾸준히 저변을 확대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승마체험 인구는 2015년 83만406명으로, 전년 대비 6만 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정기적으로 승마를 즐기는 인구도 4만2,974명으로 5.9% 증가했죠. 도시 근교에 승마클럽도 하나둘씩 생겼습니다. 지난 1월에는 한국마사회에서 승마 및 경마를 국민레저스포츠로 육성해 국가 경제발전에 기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취미 활동으로 승마에 도전한다면 특별히 값비싼 장비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거리와 비용 등을 꼼꼼히 따져 알맞은 승마장을 선택한 다음, 장갑에 편한 바지, 운동화만 있다면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강습과 함께 한다면 승마를 즐기는 데 드는 비용은 1회당 4만~10만 원 정도입니다. 초보자가 혼자 능숙하게 말을 타기까지는 보통 1년 이상 걸리는데, 승마를 배울 때에는 감각이 떨어지지 않도록 일주일에 최소 한두 번씩 타기를 권합니다.




글 / 프리랜서 기자 이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