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한국인의 뱃속은 ‘동물원’이었다. 회충ㆍ요충ㆍ촌충ㆍ십이지장충ㆍ편충 등 온갖 기생충이 우글 거렸다. 과거에 기생충이 많았던 것은 위생 수준이 낮고 농사의 거름으로 분뇨를 썼기 때문이다. 특히 편충ㆍ회충이 흔했다. 1971년 조사에 따르면 편충의 감염률은 65.5%, 회충의 감염률은 54.9%에 달했다. 위생 수준이 높아지고, 농작물의 거름으로 화학비료가 쓰이고 농약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상대적으로 토양매개성 기생충 감염률은 0.05% 이하로 낮아졌다.





기생충은 다른 동물, 즉 숙주로부터 영양분을 얻어서 생활하는 생물이다. 대개 식품에 달라붙은 기생충의 충란ㆍ유충을 사람이 섭취해 감염된다. 채소를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으론 회충ㆍ십이지장충(구충)ㆍ동양모양선충ㆍ편충ㆍ요충 등이 있다. 기생충은 살아 있는 상태에서 인체에 감염되면 위ㆍ장관의 점막을 뚫고 들어가 심한 복부통ㆍ구토 등 소화기 증상을 일으킨다.


대부분의 기생충의 성충은 사람의 장에서 살면서 소화를 방해하고 사람이 사용해야 할 영양소를 대신 이용한다. 기생충의 가장 큰 건강상 피해가 소화불량ㆍ영양결핍인 것은 그래서다. 국내 소비자에게 가장 우려되는 기생충은 어패류 매개성 기생충이다. 수산식품으로부터 감염되는 기생충으론 간흡충ㆍ폐흡충ㆍ장흡충ㆍ광절열두조충ㆍ고래회충 등이 있다. 이중 간흡충(간디스토마)의 감염률이 현재 국내에서 최고다. 간디스토마라고도 불리는 간흡충은 민물고기를 날로 먹었을 때 감염되기 쉬우며, 사람뿐만 아니라 개ㆍ고양이 등 포유류에도 기생할 수 있는 기생충이다.





감염된 사람ㆍ개ㆍ고양이의 분변을 통해 간흡충 충란이 하천으로 유입되고 제1 중간숙주(쇠우렁)를 거쳐 제2 중간숙수(민물고기)의 근육에 분포하다가 다시 사람이 잉어ㆍ붕어 등 민물고기를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을 때 감염된다. 증상은 간과 비장이 붓고 황달이 나타나는 것이다. 기능이 떨어져 피로감ㆍ소화불량ㆍ복부 불쾌감ㆍ복부 팽만ㆍ만성 설사ㆍ위장 출혈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더 심해지면 간염ㆍ간경화ㆍ담석증ㆍ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간흡충을 담관암 발생과 연관된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담관암 발생률은 간흡충 유행지역에서 비유행지역보다 10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민물고기를 날로 먹지 않고 민물고기를 조리한 도마ㆍ칼 등을 철저히 세척하며 손을 잘 씻는 것이 예방법이다. 오염지역에선 물을 끓여 마셔야 한다. 간흡충은 일반적인 구충제론 제거할 수 없다. 전문의의 처방을 받은 구충제를 권장량ㆍ복용기간을 잘 지켜 복용해야 한다. 약국 등에서 흔히 구입할 수 있는 종합구충제를 복용하는 것은 소용없다.





요코가와흡충(간흡충)은 사람의 장내에 기생하면서 복통ㆍ설사를 일으킨다. 생선을 날로 먹는 개ㆍ고양이에서도 발견된다. 사람이 은어ㆍ숭어 등 민물고기를 생식하면 감염된다. 은어를 비롯해 민물고기의 섭취를 삼가는 것이 예방법이다. 폐디스토마는 폐ㆍ기관지에 주로 감염된다. 폐에 기생하면 폐결핵과 감별하기 힘들다. 기침ㆍ혈담이 동반되고 폐결핵과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가래를 통해 환경에 배출된 폐디스토마 충란은 제1 중간숙주인 다슬기를 거쳐 제2 중간숙주인 가재ㆍ민물 게에 들어간다. 사람은 감염된 가재나 게를 섭취하면 폐디스토마에 감염된다. 특히 살아 있는 자연산 민물 게로 게장을 담가 먹을 때 소금을 충분히 넣지 않거나 숙성이 덜 되면 폐흡충 감염 위험이 높아진다. 가재나 민물 게를 날로 먹지 않고 물을 끓여 마시는 것이 예방법이다. 함부로 가래침을 뱉어선 안 되며 환자의 가래침은 철저히 위생 처리해야 한다. 신선하지 않은 바닷물고기를 섭취한 경우 식중독과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아니사키스(Anisakis, 고래회충) 식중독이다. 생선이 살아있거나 신선한 상태라면 아니사키스 유충이 내장 내에 있으므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류가 죽은 뒤 시간이 지나면 유충이 내장에서 근육으로 옮겨가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내 수산시장에서 판매 중인 수산물의 아니사키스 감염률은 꽤 높은 편이다. 1971년에 첫 감염사례가 보고된 후, 현재까지 500건 이상의 인체 감염이 보고됐다. 아니사키스 유충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하다. 생선회를 먹기 전에 유심히 관찰하면 충분히 제거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생선회는 가급적 잘게 썰어서 잘 씹어 먹는 것이 좋다.


바닷물고기를 구입한 후 신선도가 떨어지기 전에 신속히 내장을 제거한 상태로 보관한다. 신선도가 떨어진 바닷물고기는 충분히 가열ㆍ조리해 섭취해야 한다. 아니사키스 유충은 열에 약해 60도 이상에선 1분 내로 죽는다. -20도 이하에서 24시간 동안 냉동 보관해도 살아남지 못한다.





육류에 통해 감염되는 기생충도 있다. 톡소플라스마(톡소포자충)ㆍ무구조충ㆍ아시아조충ㆍ유구조충ㆍ선모충ㆍ만손열두조충 등이다. 톡소플라스마(톡소포자충)는 대개 음식이나 물을 통해 경구로 감염된다. 톡소플라스마 오염 위험이 높은 식재료는 돼지ㆍ양ㆍ염소의 생 또는 가열이 불충분한 고기와 염소의 우유 등이다. 임신 중에 감염되면 어머니에서 태아에게로 수직 감염(태반 감염)이 일어나 유산이나 태아 감염으로 인한 선천성 톡소플라스마증이 나타날 수 있다. 톡소플라스마에 감염돼도 무증상에서 두통ㆍ미열 등 가벼운 증상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에겐 심각한 증상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예방법은 55도에서 5분 이상 가열조리하거나 냉동하는 것이다.





선모충의 주 감염 원인은 돼지고기 생식이다. 주증상은 가려움증ㆍ발진ㆍ안면 부종ㆍ근육통ㆍ권태감 등이다. 돼지고기를 충분히 가열해 먹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다. 선모충은 냉동에 강해 냉동실에 넣어도 죽지 않는다. 유구조충(갈고리촌충)은 돼지고기를 날로 먹는 지역에서 많이 발생한다. 갈고리가 있어 갈고리촌충이다. 감염돼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고 가벼운 복부 팽만감ㆍ구역질ㆍ설사ㆍ변비 등 주로 소화기 증상을 보인다. 돼지고기의 중심까지 잘 구워 먹는 것이 예방책이다.


소고기를 통해 감염되는 무구조충(민촌충)은 갈고리가 없어 민촌충이다. 대개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항문을 통해 기생충이 빠져 나갈 때 이물감ㆍ항문 소양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 감염 음식을 60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하면 무구조충이 죽는다.


아시아조충은 아시아 지역에 분포하는 촌충의 일종이다. 모양은 무구조충과 비슷하지만, 돼지를 중간 숙주로 하는 점은 유구조충과 공통점이다. 아시아조충의 유충은 중간숙주인 돼지 간 내에 기생한다. 증상은 불편감ㆍ가벼운 설사다. 돼지의 간(중심)까지 잘 구워 먹는 것이 예방법이다.




글 / 식품의약칼럼니스트 박태균





Posted by 국민건강보험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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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인생이란 즐거운 롤러코스터 2017.03.14 12:20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회 조심해서 먹으라는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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